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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 낙엽향기에 젖어..."

스팅 |2006.11.30 15:48
조회 415 |추천 0
영화 ‘가을로’는 1995년 6월 29일에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결혼을 앞둔 젊은 두 연인 현우(유지태)와 민주(김지수). 그리고 그 둘의 사연을 아는 유일한 여인 세진(엄지원)이다. 현우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 민주는 여행 다큐멘터리 제작 PD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현우는 수줍게 민주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그리고 결혼 준비를 위해 쇼핑을 하려고 했던 날. 현우는 법원의 새내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까닭에 민주와의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민주는 현우의 일이 끝날 때까지 굳이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현우는 그녀가 오래 기다릴까봐 미안한 마음에 먼저 쇼핑을 하고 있으라고 떠밀듯 보낸다. 그리고 일이 끝나자마자 백화점에서 기다리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현우의 앞에서 백화점이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현우는 민주가 만든, 자신들의 신혼여행 코스가 적혀진 다이어리를 받게 되고 다이어리에 적힌 장소로 여행을 떠나면서 한 여인을 만난다. 그녀는 붕괴된 백화점 잔해들 속에서 민주와 최후까지 같이 있었던 여인 세진이다.

멋진 감독, 멋진 배경

나는 이 영화를 만든 김대승 감독의 전작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영화를 세 번 정도 봤다. 김대승 감독은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과 함께 현재 우리 영화계에서 멜로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섬세한 사랑의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감독도 드물 것이다. 그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시공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사랑의 상처를 다른 사랑으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민주는, “새로 포장한 길인가 봐요. 전에 있었던 길들의 추억이 전부 이 아래에 있을 텐데……. 사람들은 그 길의 추억을 잊고 이 길을 달리겠죠? 좋은 길이 됐음 좋겠다.” 라며 현우와 세진의 새로운 사랑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듯한 이야기를 남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선물을 하듯 우리나라의 멋진 장소들을 안내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 유일할 것 같은 우이도의 모래사막, 대나무 숲이 울창해서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담양의 소쇄원, 내연산의 12폭포, 울진의 해돋이 공원과 불영사, 동해안 7번 국도, 월정사와 영월의 동강, 그리고 마지막 장면 나오는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소통과 치유
사람들은 누구나 커다란 상처를 하나 둘씩 가지고 살아간다. 민주가 죽자, 현우는 사랑하는 민주를 그렇게 떠나보내게 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깊은 죄책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세진은 붕괴된 삼풍백화점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서 극도의 공포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그녀는 조금만이라도 좁은 공간에 갇히게 되면 발작을 일으키는 폐소 공포증을 갖고 있었다. 그 둘은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자신들의 상처를 말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이 혼자 백화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함께 살아 있었던 민주를 만났기 때문이다. 세진은 민주와 여러 얘기들을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그 두 여인이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을 때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막막한 공포가 느껴졌다. 나라면, 저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을까? 아마도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렇게 절실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생명과 생명의 소통! 그것이 바로 삶의 목적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통이 있다. 현우는 자신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살고 있었다. 십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익숙해진 법원 생활에서 그는 유능한 검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기 때문이다. 민주가 계획했던 신혼여행 코스를 다니면서 현우는 세진을 만난다. 그리고 자연스레 세진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깊은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되고, 세진도 과거의 잊고 싶은 공포의 기억을 말하며 폐소 공포증에서 벗어난다. 그 둘의 소통이 자신들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게 한 것이다.
과거의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본다. 상처는 그 사람의 성격을 예민하게 만들기도 하고, 세상에 대해 공격적으로 행동하게도 하며 우울증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로 인해 자신의 상처를 잊고 살기 쉽다. 느긋하게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소통이 간절해진다. 소통은 서로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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