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아는 누나가 얘기해 줘서 다시 와 봤는데,
리플이 참 많이도 달렸네요.
제가 헤드라인까지 갔다왔었다니,
진작에 좀 볼걸ㅠㅠ
리플 중에 [이 이야기 사실이죠?]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진짜라는 데에 제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걸겠습니다.
아 어제 분명 네이트톡을 확인했는데 왜 정작 내 글은 못 본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면 진작에 미니홈피 연결이라도 해 두었으면 투데이 100은 문제없었는데ㅠㅠ리플 달아준 분들한테 전부 답방을 가는 찌질한 짓을 펼쳐야 하나.....ㅋㅋㅋㅋ
뒤늦게나마 소심하게 싸이공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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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대 초반 남자 대학 졸업생입니다.
항상 뉴스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나의 정의감을 테스트해 볼 기회, 나의 손길로 다른 사람을 도울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2009년 6월 16일 밤 11시 45분경. 집이 더워 그냥 자기 싫었던 나는 집앞 공원에 나와 벤치에 누워 있었습니다. 양말까지 벗고 아주 내 집처럼 편하게 쉬고 있는데.....
갑자기 골목에서
[꺄악!]
하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누군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걸어오는 줄 알고, 저는 곧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골목길에서 걸어오는 방향이라면 곧 공원 앞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또다시 비명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남자의 목소리.
[조용히 안해!?]
그제서야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서둘러 벤치에서 일어나 양말과 신발을 신고 골목길로 걸어가 보았습니다.
골목길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처럼 해서 주변을 정찰해 보았습니다. 눈은 흘낏흘낏 사방을 보면서, 귀는 예민하기 열어두었습니다. 소리는 골목길에 세워진 승합차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둘은 소리를 듣고 추측한 것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중년의 남자가 조수석에 앉은 중년의 여자를 퍽퍽 때리는 소리가 나면서, 여자가 다급한 듯 문을 열고 나오려는 것이 보였습니다. 남자가 여자의 팔을 콱 잡아서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자의 비명.[악! 살려주세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떻게 행동할 지 망설이고 있었습니다.///때마침 공원에 산책을 나온 또다른 중년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이 차옆을 지나가는데, 그냥 흘낏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지나갈 뿐, 남자를 제지하려는 동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늦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큼성큼 차로 다가갔습니다. 남자는 사람들이 모여들자 차의 시동을 걸어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가자 이년아!]
[나 안가! 이봐요! 나 지금 가면 이 사람한테 즉도록 맞아요! 살려주세요!!]
그 순간 나는 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열려있던 차 문을 꽉 잡고, 맞고 있던 아주머니의 팔을 잡아 밖으로 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뭐라고 멋있는 말을 좀 했어야 하는데, 나는 이 한마디만 했습니다.
[말로 해요, 말로!]
차 안에서 아주머니를 때리던 아저씨와 차 밖의 내가 아주머니의 두 팔을 잡고 10여초 정도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팔힘이 딸리자, 완손으로는 계속 아주머니의 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아저씨에게 붙잡힌 아주머니의 팔을 잡아 아저씨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풀어내었습니다. 눈은 아저씨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아저씨는 당황한 듯 우물쭈물하다가 아주머니가 차 밖으로 나오게 되자 뭐라고 욕지꺼리를 몇마디 하더니 그대로 차를 타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아까 말한, 산책을 나온 또다른 분들은 당황을 했는지 도와줄 생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내 어머니 뻘로 보이던 그 아주머니는 정신도 못차리고 막 울면서 날 보고는 [아저씨 고마워요. 살려줘서 고마워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저 아저씨 아니거든요.]라고 했습니다. 울고 있던 아주머니를 다른 중년 남녀 두 분이서 부축해서 공원 벤치에 앉혔습니다. 가만 보니 차 안에서 신발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나와 여자분이 벤치에서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남자분은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쏟아낸 말들을 대강 요약해 보면, 그 아저씨는 아주머니의 남편으로, 지난 20년간 무지비하게 폭행을 일삼았다고 한습니다. 아주머니는 얼마전에 소주병으로 내리쳤다는 손가락을 보여주며, 방금도 남편이 [집 밖에서 할 이야기가 있다]며 차에 태워 자기를 마구 때렸다고 했습니다. 다른 중년 여자분과 아주머니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주머니, 애들은 없어요?]
[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 대학생 딸.]
[아니 애들이 그렇게 컸는데도 여지껏 맞고 살아요?]
[남편이 애들도 막 때리니까요. 소주병을 깨서 들이대기도 하고... 아이들이 아빠한테 반항해도 더 맞는다는 것을 알아서 무서워해요.제가 딸애 방에서 자면 아이 방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와서 때리고...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칼 들이대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힙니다. 뭐 이런 미친 놈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아주머니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날도 집에서부터 아저씨가 소주병을 깨서 아주머니한테 들이댔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목길에서 아저씨가 나에게 칼을 들이밀지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경찰은 당신과 3분 거리에 있습니다] 라는 표어를 내걸던 경찰은..........신고 접수 후 무려 30분(!)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그것도 독촉 전화를 4번이나 받은 후에.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오늘 밤은 이 아주머니를 여성 쉼터에서 주무시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다른 경관은 일단 아주머니의 집으로 가서 남편을 잡아들이자고 했는데,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나 집에 안가요! 나 집에 안가요! 무서워요!]라고 하던 아주머니의 얼굴이 잊히질 않습니다. 아주머니와 나는 인적 사항을 간단히 나누었고, 경찰차는 아주머니를 태우고 골목길로 사라졌습니다. 이 사항을 바탕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간간히 알아보아야 겠습니다. SOS 프로그램에 제보를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날 밤의 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나와 함께 아주머니의 곁에 있었던 다른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나를 보고 우리 사회가 아직 죽지 않았다며 칭찬해 주셨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우리는 갈림길에서 인사를 나누었고, 절반은 뿌듯한, 절반은 걱정스런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습니다.
요즘 네이트톡을 돌아다니다 보니 소매치기, 납치, 성추행 등의 각종 범죄를 겪은 사례가 막 나오고 그 상황에서 남을 도와주어야 하느냐 아니면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 나으냐 하는 논쟁을 보았습니다. 자기 몸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얼핏 비겁해 보이지만, 들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자기 삼촌이 겪은 일을 말했는데요, 글쓴이의 삼촌이 길을 가다가 성폭행당할 뻔한 여자를 구해주었더니 여자는 자기에 대해 안좋은 소문이 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 경찰에서 진술을 거부하는 바람에, 여자를 구해준 사람이 도리어 강간미수범에게 폭행죄목으로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물어준 더러운 일을 겪은 사례를 말하며, 자기는 앞으로는 절대로 여자가 그런 일을 당하던 말던 모른척하고 지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을 무슨 근거로 설득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권하거나 충고하거나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심지어는 저 자신에게조차요. 위기의 상황에서 남을 도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기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몸이 갑자기 튀어나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도 모르게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고 있었다고 합니다. 나도,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미리 생각해 두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내 몸이 반응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을 것이고, 내 몸이 반응하면 뛰어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케이스에는 제 몸이 반응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 몸의 반응을 따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