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바쁜 볼 일로 걷던 중 눈에 띤 다다기 오이..
오이지 담는 용도의 그 오이가 아주 이쁜 연두빛으로 눈길을 끌었다
입 맛 잃는 늦 봄부터 여름철
찬 물에 밥 말아 그 오이지 한 쪽씩을 밥 위에 얹으면
까실까실 입안에서 돌던 밥알들이 어느새 달게 목을타고 넘어가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곤 했다
그 생각이 나서 바쁜 걸은 멈추고 삼천원 어치를 샀다
많이 사면 너무 오래 먹게 되 질릴것도 같고
또 실패할것 같아서다
그 날 당장 소금물 팔팔 끓여 가지런히 그릇에 담은 오이에 들이부었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부디 알맞은 간이 되어서 아삭아삭 맛있게 되길 기도하며
끓여 부어 식히고 또 끓여부어 식히는 정성을 열흘동안 들였다
그리곤 냉장고에 넣어둔게 벌써 한 달여 되었나보다
오늘 그 녀석을 꺼냈다
가뜩이나 입맛 잃는 계절에 때없이 찾아온 감기에 밥 넘기기가 죽을 맛이던 차에
오이지 생각이 났다
씻어서 조금 떼어 먹어보니 짜다
오이지 두개를 꺼내 납작납작 잘라 짠 물이 좀 빠져 나가도록 찬 물에 담갔다
그리곤 삼십여분 쯤 지나 물기를 꼭 짜서 참기름 넣고 마늘 넣고 파도 넣고
고춧가루도 좀 넣어 조물거려 맛을 보았다
짠 맛은 개었는데
수퍼에서 사 먹는 그런 감칠맛이 아니다
수퍼에서 사 먹는 오이지는 달콤새콤.. 입에 확 감기는 맛있데..
값을 곰곰 따져보니
애구..오이 값에 소금에 소금물 끓이느라 들인 가스비를 대충 셈해도
외려 더 비싼값이다
이거..손해구만..
맛은 더 없지, 모양도 색도 별로지, 거기에 내 수고는 어디냐..?
에이.. 내년부턴 안 한다..
이런 다짐을 궁시렁거리듯 뇌이고 상을 차렸다
자신 없는 맛땜에 작은 소리로 남편에게
어때요..? 했더니
"좋아!" 란다
그리곤 거푸 집어 먹는다
또 다시 갈등이 생긴다
내년에도 할까...?
밥에 찬 물을 부어 오이지 한 쪽 얹어 입에 넣었다
남편이 제법 맛있게 먹는 모습에 고무되어 그런지 맛 볼때 보다 한결 나은 듯 하다
음..
오이지 얹은 밥 한술 입에 넣고 눈을 지그시 감고 씹어본다
사각사각..
내 수고의 소리가 청량하게 들린다
사각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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