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수능이 끝난 후 다섯번째 미팅.
몇 년만의 이성인지,
치마만 두르면 다 여자로 보이던 나였지만,
그놈의 소개팅을 다섯번이나 했다더라.
그렇게 다섯번째 소개팅 끝에 만난 그녀.
이쁘진 않았다더라.
헤어지고 난 후라서 쓰는 말 아니라;;; 진짜 안 이뻤다더라.
솔직히 쫌; 아주 조금 이뻤었다더라;
어쨌든 타고난 천성으로,
의자를 빼 주었고,
바나나를 까주었고,
무엇보다 돈도 내가 냈고-_-
이렇게 이쁜데 누가 채가면 어쩌냐면서,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더라.
후일 고백하건데 그 매너에 홀딱 반했다더라지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며 은근슬쩍
너는 팔짱을 끼어 오는데,
몇년 만에 접하는 이성의 촉-_-감에
그만 발-_-기가 되버려 주체할 수가 없었대드라
어기정어기정 걸으면서...
아프지만(뭐가?)
실실쪼개서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도 모를만큼,
행복했었대드라.
두번째 만남.
77번 버스.
기억하니?
너를 매일 바래다 주던 그 버스.
난 기억하는데.
내 떨리던 가슴
그리고 짧은 세번의 키스
근데 너...
첫키스라면서 왜 그렇게 능숙한건데?
이해한다고 했는데...
그리고 이해할 수 있었는데.
사랑에 순번따윈 필요없는데,
내가 첫남자인지아닌지 하는 그 사소한 실망보다는,
날 믿지 못했다는게 더 슬펐다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77번 버스를 볼 때마다 너에 대한 의심이 피어날 것임에,
안타까웠다더라..
세번째 만남.
사랑에 눈멀어 있었던 나는,
학교 앞으로 무작정 장미꽃을 들고 찾아갔었다지.
고작 중학생들인데,
엄청나게 쏟아지니까 상당히 쪽팔렸었다더라.
게다가 겨울이라....
추워 뎨짐;
요즘 여중생들... 어찌나 성숙했던지 *-_-*
어쨌든 잘 이겨내고...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도 빛나...
기는 개뿔이 빛나는 너를 몇 번 찾았다 놓치다 쌩쑈를 하고 찾아서;
부끄러움도 잊은 채,
장미와,
편지와,
키*-_-*스와,
그리고 내 뜨거운 사랑을 선물했었다더라.
"아 오빠 부끄럽잖아. 애들 보는데"
무언가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예상보단 놀랄만큼 적은 반응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더라.
그리고 성숙하지 못한 내 사랑도,
그 때 조금 성숙했었다더라.
아픈만큼...
사랑은 그렇게 성숙하는거라지.
네 번째 만남.
기억할련지 모르겠네.
널 위해 준비한 깜짝 이벤트.
넌 그 날 하루종일 자버렸다지?
연락이 두절된 그 다섯시간동안,
놓쳐버린 이벤트에 대한 돈과 노력보다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정말 걱정되더라.
정말...
사랑했었으니까.
그런데 그 날밤 내 꿈속에서 열린 이벤트에도,
너는 보이지 않았다더라.
그리고 그 때 비로소,
꿈속에서야 비로소 마음놓고 울 수 있었다더라.
속 좁은 내 사랑이,
그렇게 울어제꼈다더라.
다섯번째 만남.
둘 만의 크리스마스,
20년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였다더라.
크리스마스 분위기 넘치는 시내를 너와 함께 걷고,
미리 예약해놓은 카페에 가서,
신청곡과 사연으로 널 놀라게 하고,
거리에서 이렇게 말했었다지
"소원.... 있니?"
"응? 무슨 소원?"
"그냥... 소원 말야. 소원 있으면 한가지만 말해봐.
내가... 무슨 소원이든 말야... 한가지만 들어줄게.
뭐든지....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꼭 들어줄게."
"응? 소원 없는데?"
그 날 내 주머니 속에는, 만일을 대비해서 노가대를 뛰어 모아놓은
20만원이 있었고,
시내 한복판에서 수많은 사람의 눈길을 무시한 채
5분, 아니 1시간이라도 키스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었고,
시비거는 사람으로부터 너를 지키기 위해 배우기 시작한 킥복싱도 세달이 되어가는 때였다더라.
늘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는 네 모습에,
마음이 좀 아팠다더라.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나에겐 하나의 공식이 생겼다더라.
사랑=배려
EPILOGUE.
그거 아니?
그 때 그 돈으로...
커플링 샀다는 거.
케잌 속에 묻어서 주려고 했다는 거.
영화처럼,
이번에야말로 감동먹일려고 했다는 거.
근데 그거.... 아직도 내 서랍속에 있다?
맨 밑 서랍에....
다 비우고 그거 하나만 넣어놨어.
제대로 된 감동 한 번 주지 못하고 떠나보낸 내가,
참 바보같아서...
끝내 미련스럽게 버리지 못했지뭐야.
사랑은 깨어진 유리병처럼 붙일 수 없는 거라는 제동이형의 말이,
평소 연애관인 쿨하게가,
처음으로 싫어지더라..
이젠... 그 커플링...
버려야 한대
언젠지 모르게 쇼핑하다가 너 주려고 산 하얀색 털모자도,
눈물에 젖어 못 쓰게 되어버렸거든.
버림으로써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사랑했던 기억마저도 버릴 수 있다면.
모두 다 버려버릴텐데.
아픈데... 계속 아프고 싶은데...
이젠 너 때문에 계속 아파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더 아프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