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늘 다니던 길을 이용해서 퇴근한다. 그 늘 다니던 퇴근 길에는 예전의 공고였던 모 정보고가 있다.
그런데 어른이 학생인 듯한 아이들에게 뭔가 훈계를 하고 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이들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리를 숙이고 있고 어른은 다음부턴 조심하라는 식으로 훈계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차로 향하더니 차를 운전하여 밖으로 나오더니 횡 하니 가버린다. 그 운전자의 차 보넷에는 선명한 흙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마 아이들이 공차기를 하다가 세워둔 차에 공이 가는 통에 본의 아니게 차주에게 작은 피해를 입힌 것 같다.
이 모습을 보며
‘학교에 차를 주차해 놔도 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 동행한 사회 초년생에게 질문을 해 본다.
‘자네가 다녔던 학교에도 여기같이 운동장에 주차를 해 놓던가?’
‘예 맞아요. 제가 다녔던 학교의 운동장이 좁은 편이었는데 선생들의 차까지 주차해 놓아 공놀이 같은 것을 제대로 못했었어요.’
기가 막혔다. 아이들을 위하여 만든 공간이 어른들의 주차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니… 여기도 사정은 비슷해 운동장 한 켠에 20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얼마 전에 두 명의 남자가 목청 높여 싸우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차의 주차 문제 때문인 것 같은데 한 사람은 학교 경비 아저씨고 다른 한 사람은 이곳에 차를 주차한 소위 얌체 회사원이다. 그들이 싸운 주 이유는 주차 문젠데, 경비의 말인 즉 왜 이곳에 차를 주차하느냐 이곳은 선생들만 주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회사원은 발끈하며, 왜 여기가 선생들만 주차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주차하면 안 되는가? 국립학교는 나라 소유지 개인 소유가 아니다. 이곳의 선생들도 국민이고 나도 똑같은 국민이다. 그런데 선생은 주차해도 되고 나는 왜 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박을 하면서 발생한 작은 싸움이다.
사실 이 지역은 많은 근로자가 다니는 대형 사업장이 근처에 있는데 회사에서 마련한 주차장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아침마다 주차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반경 500미터 내의 모든 도로의 한쪽 면을 회사 다니는 직장인들의 차로 점유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공간은 늘 부족하다. 회사에서는 부지가 없어 주차장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주 이유겠지만 개인의 편의를 위한 수단에 까지 돈을 들일 이유가 없기에 좌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얼마 전에 운전자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사연은,
나와 아내는 저녁마다 근처 초등학교로 운동을 하러 다닌다. 이곳은 동네 사람들의 주 운동 장소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이 공간에 차 한대가 진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진입 뿐만이 아니고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다. 비상식적인 그 사람의 작태에 심한 분노를 느껴 그에게 다가가,
‘여보시오 당신 지금 정신 있어요? 여기에 차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는 기본 상식도 모른단 말이오? 당장 차 빼시오. 보시다시피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지 않소. 해도 너무 하지 않소.’
‘미안합니다. 애를 찾고 있는 중인지라…’
‘아무리 애가 중요하다지만 차를 갖고 들어 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입구에서 여기까지 걸어 들어오면 되잖소. 꼭 차를 갖고 들어와야 할 정도로 중대한 일은 아니지 않소,’
‘애가 밥 먹을 때가 지나도록 아직 안 들어 왔는데 이게 중요하지 않더란 말입니까?’
운전자 옆의 아녀자의 일갈…
‘당신 애만 중요하고 여기에서 놀고 있는 많은 아이들은 중요치 않단 말이오? 만일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나의 노기 띤 어조에 시무룩해진 운전자는 재빨리 차를 돌려 나간다.
이렇듯 운전하는 사람은 차만 있으면 그 어떤 곳이라도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정신병자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좁은 땅에 사는 대한민국 운전자들을 위한 주차 공간의 확보가 아니다. 왜 아이들의 공간을 어른들이 차지하느냐다. 학교의 운동장을 확보하는 이유가 차를 주차 하기 위해서는 절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운동을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의 등불이 되어야 할 선생이라는 직위를 가진 자들이 이를 어기고 먼저 저지르고 있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람들을 믿고 나의 아이들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할 뿐이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행정자치부에서는 당장 국.공립학교의 교장들과 선생들에게 알려 학교에 승용차 안 갖고 오기를 시행하라고 하고 이를 법제화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가 어려우면 교정 내에 차가 못 들어 오게 하던지.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자전거 또는 버스 타고 출근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언제 쯤에나 또 볼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