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강
잡념이 그토록 많았던가, 아니면 귀신놀음에 정신이 팔리다가 잠시 누웠던 잠자리에서 그대로 잠들었던가, 소나기 내리는 소리에 문뜩 잠을 깨니 불은 훤하게 켜진 채였고 귓전을 두드리던 소리는 이미 정규방송이 끊긴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소음이었다. 마치 장대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듯 하얀 점으로 보이는 빛이 화면에 가득 명멸한다. 새벽 3시 26분.
또랑또랑 맑아지는 정신에 글을 읽으니 그 무게가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것이라, 삶의 낙은 이런 새벽에도 있던가, 어찌 살든 살아있음이 낙이런가, 계속된 무더위에 지친 새벽하늘에서 빗방울마저 떨어지니 안팎이 모두 한 몸으로 어우러져 투명한 유리창 넘어로 상념은 우두커니 비 맞으며 서 있다.
평시와는 달리 오늘 새벽은 왜 이리도 정신이 맑은가,
곰곰이 생각하니 어젯밤에 배고픈 채로 잠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 끼니를 채워야 할 날에 두 끼니를 채우고 잠들었다가 배고픈 채로 일어났으니, 몸은 텅비어 바람만 오가고 정신은 안팎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그 속에 투명한 냉수를 벌컥 들이켰으니 투명에 투명을 더한 것이라, 그 맑음이 더욱 또렷하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좋은 글을 가슴으로 읽은 덕분이다.
생명이 담긴 글, 살아서 움직이는 글, 세상을 갈고 닦아서 티를 없애고 또 갈고 닦아서 안팎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글, 그래서 초하의 빗방울마저 창 너머의 가로등 아래로 훤히 보이게 하는 투명한 유리 같은 글, 또한 겹치고 겹친 어둠에 먹장구름까지 더하여 그 어둠이 너무 깊어서 투명한 어둠으로 변하는 새벽의 신묘함이 있기 때문이다.
오호, 새벽강을 바라보는 자의 낙은 이렇게 곁에 머물고 있도다.
글 / 은하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