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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3 화성에서 온 왕자님

wagi |2004.06.28 03:45
조회 1,312 |추천 0

 

3. 빗나간 충고


“싫어!”

 

윤은 벌떡 일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지독한 악몽을 꾸고 난 기분이었다.

한기가 들어서 윤은 자신의 팔로 어깨를 감쌌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한번 떨어진 체온은 올라갈 줄을 몰랐다.

 

“요즘은 계속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 것 같아.”

 

버릇처럼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매만지다가

문득 윤은 이 목걸이를 사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부터 내가 이 목걸이를 하고 다녔더라.”

 

언젠가부터 목걸이가 없으면 불안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만지고 있으려니 어느새 마음이 평온하게 가라앉았다.

 

“근데 정말 이거 아디서 난 거지?

뭔가 굉장히 그리운 기분이 들기는 하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한참을 궁리하던 윤은 다시 자리에 털썩 누웠다.

 

“안 좋은 꿈도 많이 꾸고... 몸이 허해진 건가.

날도 더운데 오빠한테 삼계탕이나 해달라고 해야지.”

 

목걸이를 양손으로 꼭 쥔 채 윤은 잠이 들었다.

 

**

-싫어... 가지 마... 거기 가면 안 돼...

 

아무리 손을 뻗어도 결코 그에게는 닿지 않는다.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흐르는 눈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그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있는 힘껏 다시 팔을 뻗어보지만 잡히는 것은 허무한 바람뿐.

 

-제발... 제발 가지 마...

 

애원하고 악을 써도 조금씩 멀어져 가는 뒷모습.

그 자리에 엎어져 피를 토해도 돌아보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에 미친 듯이 뛴다.

한 걸음, 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잡을 것 같은데

끝내 그 한 걸음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울면서도 죽어라 뛰다가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닿을 듯 하던 그와의 거리는 이제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벌떡 일어나 달리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안 돼! 가지 마!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전 그가 얼핏 이쪽을 돌아봤던 것도 같다.

윤곽이 뭉개진 희미한 얼굴은

분명 애틋하게 아끼는 사람이 분명할 건데도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막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그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한번도 멈추는 일 없이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날 두고 가지 마... 날 버리지 마... 제발...

 

윤이 스윽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은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가야 해... 거기 있을 거야. 그렇게 가 버릴 리 없어...”

 

입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윤은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로 걸음을 옮겼다.


 

**

 

 

“내가 여기 왜 온 거지?”

 

윤은 낯설지만 익숙한 기분이 드는 유진의 방을 둘러보았다.

 

“왠지... 저 의자랑 책상... 굉장히 많이 봤던 느낌이 들어. 책장도...”

 

윤은 혼란스러운 머리로 천천히 방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어디 한 군데 생소하지가 않았다.

늘 봐 왔던 것처럼 친근한 물건 하나하나를 살피던 윤은

복잡한 머리를 주체하지 못 하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이러지? 나, 정말 어디가 이상하게 된 거 아니야?

자다 깨보니 난데없는 유진이 집이라니... 나 어떻게 된 걸까?”

 

윤은 책상에 엎드렸다.

차가운 나무의 느낌에 말없이 위안을 받던 윤은

이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지 않았나 하는 착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이상해. 나 유진이 방에 온 적 별로 없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줬었어. 이상해... 가슴이 너무 아파...’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왔다.

핑 도는 눈물에 윤이 숨죽여 흐느끼고 있을 때 낯선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세진오빠?”

 

놀라서 묻는 윤의 눈에 자신보다 더 놀란 것처럼 보이는 세진의 얼굴이 들어왔다.

 

“윤이 네가 여긴 무슨 일이니?”

 

‘이 기분은 뭘까? 아까도 그러더니... 세진오빠를 보니까 눈물이 쏟아지네.’

 

“유, 윤아... 왜 우는 거니?”

 

‘가슴이 답답해... 이상하게 오빠를 보면 눈물이 나.

묵직한 돌덩이가 가슴을 내리누르는 것 같아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힘들어? 그렇게... 못 견디겠니?”

 

우는 윤의 머리를 세진이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예상치 못한 온기에 슬픔이 북받쳐왔다. 윤은 그대로 서서 계속 눈물만을 흘렸다.

 

“후유...”

 

세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심정이야 세진도 마찬가지였다.

막상 윤의 우는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그만 유진을 원망하게 된다.

 

‘기억을 지웠다고 사랑했던 마음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잖습니까?

보고 계시나요?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당신은 왜...

차마 불쌍해서 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계속 아파해야 할 윤이가 너무 가엽습니다...’

 

 

***********************

 


“내가 진짜 미쳤었나 봐.”

 

화끈거리는 볼을 양 손으로 감싸고 윤은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날 얼마나 웃기는 애라고 생각했을까?”

 

생각할수록 밀려드는 창피함에 그저 머리를 박고 조용히 죽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남의 집에 밤중에 들어가서는 혼자 청승맞게 울고 있었다니...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왜 내가 유진이 집에 가서 울고 있었냐고! 나 혹시...”

 

윤은 끔찍한 상상을 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 몽유병?”

 

“뭐가 몽유병이라는 거야?”

 

아까부터 윤이 하는 행동이 심히 이상해서 죽 보고 있던 온이 끼어들었다.

온을 본 윤이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은 심정으로 매달렸다.

 

“오빠, 진지하게 묻는 건데...”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지만 그래도 알아야했다.

윤은 침을 꿀꺽 삼키고 비장한 얼굴로 온에게 물었다.

 

“혹시 우리 집, 정신병력 있었어?”

 

이상야릇하게 변해가는 온의 얼굴에 윤은 덜컥 겁이 났다.

 

“너 그걸 어떻게...”

 

“그럼...”

 

갑자기 하늘이 노래졌다. 충격을 받은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윤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아 망연하게 온을 올려다보았다.

 

‘나 정말 정신병인가? 우리 집, 그런 비밀이 있었던 거야?’

 

“야, 야. 너 뭘 그렇게 심각해지고 그래?”

 

가볍게 놀려보려던 온은 윤의 그런 반응에 당황해서 윤을 쿡쿡 찔렀다.

 

“윤아,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오빠...”

 

“윤아, 너 왜 울고 그래?”

 

울고 있는 윤을 한이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온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윤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농담이야, 농담. 형이 워낙 특이하니까 그러지 않을까 생각만 해 본 거고.

우리 집 그런 일 없어, 절대! 내가 아는 한에서는.”

 

“정말이야?”

 

“그럼! 당연하지. 정신병원 근처에도 가 본 사람 없어. 그러니까 그만 해라.”

 

“우아아앙~”

 

안심이 된 윤은 그야말로 목 놓아 울었다.

며칠새 벌어진 일들이 하나같이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 것들뿐이라서

마음 편하게 울지도 못했던 것이다. 급하게 된 것은 온이었다.

 

‘아, 미치겠네. 형이 보면 날 죽이려 들 텐데.

그나저나 윤이가 왜 이러지? 한번도 이런 적 없었던 애라 은근히 걱정되네.

역시 유진이 기억을 지워버린 게 잘못이었을까?’

 

“흑흑... 오빠...”

 

“왜? 뭐든지 말해봐. 응?”

 

“저기... 어떤 사람을 보면 막 가슴이 답답해지고 애틋한 기분이 드는 건 뭘까?”

 

“구체적으로 어떤 기분이 드는데?”

 

“뭔가 소중한 걸 잃어버린 것 같고 뭉클해지고...

근데 그 사람을 보면 어딘지 안심이 되기도 해.

그러면서도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어.”

 

“글쎄... 그건 그리움이 아닐까?”

 

“그리움?”

 

“응, 가슴이 답답하고 애틋한 건 역시 그리움이겠지.”

 

“그런 건가...”

 

“왜? 누구한테 그런 기분이 느껴져?”

 

“그건... 말 안 할래. 아직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거든.”

 

“...그래.”

 

‘윤이가 아무래도 유진이에 대해 뭔가를 느끼는 것 같아.

역시... 기억을 지운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 이제 이 일을 어쩐다?’

 

안스러운 마음에 온은 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괜한 일을 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어

도저히 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서

온은 허공을 향해 애꿎은 한숨만 불어냈다.

 

그러나 자신이 한 말로 인해 어떤 결과가 올지는 이때 온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닐리리님,  그러게요. 흑흑.

저라고 유진이랑 윤이를 떨어트려 놓고 싶은 건 아닌데....

이상하게 둘이 만날 기미가 없어요.

이것도 다 유진이 녀석이 나쁜 거라구요. ㅠ.ㅠ

 

라엘님, 감사합니다. ^^*

이렇게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도저히 게름을 못 피우겠어요.

사실 저 게름의 지존인데... ㅋㅋㅋ

네, 자도 찬욱이 좋아요. 걔가 알고보면 진짜 괜찮은 앤데...

(유진이 녀석이 협박하지 뭐예요. 소근)

 

봄꽃님, 뭐 걱정은 안 합니다.

아시다시피 윤이가 미팅해서 잘 될 턱이 있나요. ^^

그보다는 이제 복병이 등장하니

유진이가 얼른 돌아와야 할 텐데... 쯧쯔.

 

밥풀님, 유진이 놈은 참.

이렇게나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뭘 하느라 안 오는 건지... 한숨.

ㅋㅋㅋ mib 요원들을 새 인물로 갈아치웠으니

아마도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

그때 되면 다시 나눠가져요. ^^

 

보노보노님, 네, 덕분에 일요일 잘 보냈습니다.

하루종일 디비 잤답니다. ㅠ.ㅠ

할일도 많은데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체코전을 봐야 하는데... 또 잠이 오면 어쩌죠? ㅠ.ㅠ

 

희동이마을님, ㅋㅋㅋ 그 녀석이 바람만 아니면 귀여운데요.

네, 유진이 잘 있답니다. 

유진 왈: 나 안 죽어! 절대 안 죽어! 죽여도 못 죽어! 라는군요. 

아무튼 죽어라 말 안 듣는 녀석들이라서요. 후유~

 

비야님, 그냥 유진이 포기하시고 다른 녀석으로 찾아보심이... 

(퍼억~! 억, 이 자식이 이제 나를 패네. ㅠ.ㅠ )

유진이가 절대 안 된대요. 흑. 

 

똘똘이님, 반갑습니다. ^^*

모든 분들이 다 유진이 편이라니... 유진이는 좋겠어요. ^^

그러나 윤이는 또 삽질 시작인데... 에휴. 

정말로 어떻게 되려고 이러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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