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골룸 |2004.06.29 06:58
조회 1,022 |추천 0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대금청구서처럼 찾아오는 일군의 공포영화들, 이것들을 편의상 팥빙수무비라고 해보자. 팥빙수라는 이름을 갖다붙인 이유는 첫째, 철저하게 시즌을 노린다는 점, 둘째는 오싹하고 등골이 서늘한 느낌,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부담없이 그러니까 다시 말해 아무 생각 없이 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오싹함이라는 것이 소리로 쾅쾅 때리면서 깜짝 놀랄만한 장면을 두둥~! 하고 보여주는 공식만을 여러해 반복하다 보니, 이건 뭐 공포를 느낀다기 보다는 파블로프의 개마냥 분위기가 느껴지면 즉시, 그리고 잠깐 반응하고 마는 것이어서 약발이 안받긴 하지만.

 

아무리 팥빙수같은 영화라고 한들, 적어도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 원한에 사무친 이의 복수라는 공포영화의 베이스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거기다가 원한의 소스가 이지메라는 토핑까지 그대로 얹어버리면 어쩌자는 얘기인가. 똑같은 얘기에다가 다만 사무친 이와 사무치게 한 이의 관계를 한 차례 꼬아놓기만 하면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고, 어느 정도는 관객들도 호응을 해주는 우리 공포영화들이 장수하려면 자꾸 다른 다양한 시도들을 해줘야 한다.

 

원한관계 형성 -> 주변부 인물부터 죽여나가기 -> 중심인물 죽이기전에 원한의 전말에 대해 설명해줌 -> 중심인물 죽음 -> 새로운 원한관계를 암시하며 끝내기

 

대개가 이런 식이다. 여기에다가 소재와 배우를 좀 바꿀 뿐, 무서운 상황(정확히 말하면 깜짝 놀라는 상황)을 표현하는 기법은 거짓말처럼 똑같다. 이젠 발상을 좀 바꿔서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흥미로왔던 부분은 기억상실에 대한 부분인데, 가령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에게 악행을 하여 B가 죽어버렸다고 하자. 공교롭게도 그 상황에서 A가 기억상실(그것도 자아가 바뀌어 버리는)에 걸려버린다면 B가 귀신이 되어 복수하러 왔을 때, A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걸까? 육신을 지배하는게 정신인데, 그 정신이 바뀌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면, 과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대한 복수를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건 참 흥미로운 문제였다. <아이덴티티>같은 영화에서 다룬 부분이긴 하지만. 또 한 가지, 공포를 유발하는 요소 중에서 다른 사람은 다 알고 나만 모를 때의 공포심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는 해도 여대생, 그 말만한 처녀들이 애들도 시시하다고 안할 이지메를 한다는 설정은 너무 심했다. 그리고 결론을 친절하게 설명하지좀 말았으면 좋겠다.

김하늘이 나와서 본 영화이긴 한데, 김하늘이 나온다고 무작정 볼 영화는 아니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