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우 농무관일본 정부가 많은 논의를 거쳐 개방농정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국내적으로 전업농가를 중심으로 농업경영을 조직화하고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수출농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두 축으로 압축된다. 고이즈미 정권에서 2009년까지 두 배로 늘리기로 했던 농산물 수출목표를 아베 수상은 취임 시정연설에서 2013년까지 1조엔을 달성하겠다고 상향 조정했다. 2005년 수출액이 3300억엔인 점을 고려할 때 의욕적 목표치이다. 고품질로 인식된 일본산 브랜드를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개도국의 부유층을 표적으로 중점 공략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수출전략이다. 식량자급률 40%의 국가에서 가당치않다는 냉소적 시각도 있지만 참신한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더 우세하다.
최근 들어 우리 농산물의 일본수출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년 10월말 현재 469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0%가 감소한 것이다. 엔저현상의 지속과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치 기생충 알 파동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데다 주력 수출품목중의 하나인 파프리카의 잔류농약 초과검출에 따른 전수검사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 열기가 한국 음식에 대한 인식 높여
그러나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입국인 일본에 대한 수출여건은 결코 나쁘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도 있지만 문화개방 이후 불기 시작한 한류 열기도 아직까지 뜨겁다. 현재도 NHK를 통해 방영중인 궁중식문화와 관련된 드라마 대장금은 불고기와 김치 정도로 생각하던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한국 음식문화의 품격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이다. 특히 농산물 수출과 관련하여 일본에는 아직도 영주권자를 포함한 60만명 이상의 교포라는 소중한 자원이 있다. 실효성 있는 접근방법과 품질경쟁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농산물의 안정적인 일본시장 진출과 음식문화 확산을 위해 국내의 공급기반과 일본현지에서의 대응이라는 두 가지측면으로 나누어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대규모 농산물 수출단지화 노력 필요
우선, 수출의 기초가 되는 국내의 안정적 공급확보에 관한 점이다. 안정적 공급문제는 고질적∙구조적 문제로 단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미래 수출증대를 위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산지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반드시 인접한 지역에 한정할 필요는 없지만 가급적 이미 국내의 지역별로 형성된 수출품목을 중심으로 인접지역으로 확대하는 명실상부한 수출단지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비단 농업소득 차원을 넘어 지역전체 활력 증진과 관계되는 것으로서 중앙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원론적 이야기지만 규모화는 기술개발과 마케팅여력을 창출함은 물론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다량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일본 현지의 수출창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가지 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60만 재일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첫째, 일본에 거주하는 60만 재일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우리교포의 상당부분은 요식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교포가 운영하는 전체 식당수가 2만 또는 3만이라는 설이 있다. 만약, 이들 식당 중 자격요건에 대한 심사를 통해 1만여개 정도의 지정식당을 선정하고 이들이 정기적으로 하루에 2만엔(약 16만원)씩 우리농산물을 소비해 준다면 연간 730억엔(5400억원)의 수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엔화환율이 인하된 현재에도 6억달러를 넘는 수준이다. 물론, 거류민단과 협력하여 이들을 결집하고 안정적인 물류공급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지만 실현이 어렵지 만은 않다고 본다.
중국과 대만의 화교가 하는 일을 우리라고 못하라는 법은 없다. 최근 만난 민단 중앙본부의 간부들도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재일교포를 결집시키고 우리식품과 원부자재를 팔 수 있는 소위 상생(win-win)이 가능한 사업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인증 식당에 대해 한국정부의 공인식당이라는 인증과 출입구에 통일적 인증마크 부착, 한국적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실내 표준적 설계지원, 종업원에 대한 서비스교육과 전략적 메뉴에 대한 요리교육 등 최소한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전국적인 단합대회 개최지원과 핵심물류거점에 대한 시설사용지원 등 사업추진에 앞선 치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금년 4월 라종일 주일대사의 배려로 주일한국대관 관저에서 현지한국식품유통업체 50여개업체를 규합한 ‘식품연합회’의 정식 출범식을 가진 바 있다. 식품연홥회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대한 이와 같은 시도가 성공을 거둔다면 미국이나, 중국, 호주 등 우리 교포의 진출이 두드러진 국가를 상대로 광역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추진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한마디로 실질적 수출증대를 위한 재외교포 마케팅이다.
대형 유통업체 대상 적극적 마케팅 추진
둘째는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를 통한 수출이다. 전국단위 유통망 또는 지역단위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슈퍼 등이 대상이다. 일본의 각 지역에 산재된 10개의 권역단위 총영사관 등과의 협력을 통한 접근방법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교공관을 통한 마케팅이다.
셋째로 이러한 수요 공급시스템을 전제로 하여 통합적인 홍보활동의 전개이다. 현재 농수산물유통공사와 각도에서 분산하여 실시하고 있는 현지 판촉행사를 통합하여 매년 주요 거점별로 순회하면서 ‘한국식품종합홍보전’으로 대형화하여 1주일 정도 실시할 수 있다. 현지 언론과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지역적 특색을 지닌 한국 음식문화의 종합적인 홍보의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철저한 안전성 관리는 기본
마지막으로 수출농가나 업체는 일본의 강화된 잔류농약의 안전성에 대해 숙지하여 안전관리를 실시해야한다. 극단적으로 아무리 좋은 전략과 마케팅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품목의 수출은 물론, 우리 농산물 전체에 미치는 이미지 손상이 크다. 따라서 안전성관리가 스스로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무거운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농산물 수출은 농가소득에 도움이 됨은 물론, 우리 농업과 식품의 경쟁력을 세계 속에서 확인하는 일이다. 아울러, 제대로 된 우리 고유의 식품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 그 곳에 살고 있는 교포의 지위도 향상되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일본사회에 김치의 효능과 기능성이 알려지고 대중화되면서 마늘냄새 운운하던 차별적 시선이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일본에 대한 농식품의 수출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수출관계자 모두가 시장상황에 맞추어 얼마만큼 스스로의 역할을 소화해내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