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대구 불로막걸리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까지 수출하면서 그 명성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불로막걸리는 자체 실험실에서 배양한 최상의 효모만 고집한다. 효모균이 살아있기 때문에 특유의 감칠맛을 자랑한다. 최상의 효모와 함께 양질의 밀가루, 누룩 등이 첨가되면서 맛은 더해진다. 특히 물 좋기로 유명한 팔공산자락 지하 170m에서 뿜어내는 천연수도 한몫을 한다. 불로 막걸리는 1994년부터 일본에 수출하면서 진가를 인정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월 6,000병가량 수출하면서 외화획득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32)충주 청명주
나는 평생 청명주(淸明酒)를 가장 좋아한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李瀷·1681~1763)은 그의 저서 성호사설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청명주는 1993년 6월4일자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전통주.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 243에서 기능보유자 김영기옹(85)에 의해 전승돼 왔다.
청명주는 1년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일에 사용하기 위해 담갔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오고 있다. 최초로 빚은 시기, 인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확실치 않다. 옛 중원군(지금은 충주시) 가금면 창동리에서 누대로 살아온 김해김씨 집안에서 조선조 이전 선조 대부터 비방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접대하던 가용주(家用酒)로 전승된 토속주다. 조선조 궁중의 진상주였으며 소위 옛 사대부들이 귀한 손님의 접대용으로 애용하던 명주(銘酒)로 평가받았다. 이는 이 집안에서 전해내려오는 각종 질병에 대한 민간요법을 기록한 향전록(鄕傳錄)에 제조법이 기록돼 있어 뒷받침해 주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다가오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선비들이 충주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청명주를 마시면 과거에 붙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것이다. 아마도 청명에 술이 나오니 이를 마시면 맑고 밝은 기운을 받아 시험을 잘 치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청명주는 순찹쌀과 재래종 통밀로 제조한 누룩만을 사용, 인삼, 갈근, 더덕, 탱자 등을 가미해 저온에서 약 100일동안 발효, 숙성시킨다. 알코올 도수는 17도로 약주로선 약간 독하다. 색깔은 진한 감색이며 감칠 맛이 뛰어나다.
(33)김제 백화주
학성강당에서 250년 전부터 가양주로 전수된 술은 크게 3가지다. 100가지 꽃을 넣는 백화주와 100가지 약초를 재료로 한 백초주, 백화주와 백초주를 섞은 백초화주다. 그 중에 백화주는 백미라 할 수 있다. 백화주를 완성하려면 최소한 80일이 필요하다. 술을 빚을 때 쓰는 물은 백가지 약초를 바짝 말린 뒤 이를 가마솥에 넣고 청정수를 부어 10시간 달인 것이다. 한방에서 극독약으로 취급되는 초오, 부자, 상륙, 대황 같은 약재들도 한움큼씩 들어간다. 백화주가 극독약을 피하지 않는 것은 상생상극의 조화를 이루도록 음양오행과 사유(보양 보음 보혈 보기)를 조화시키면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내내 약초와 꽃을 모으고 공정까지 합쳐 4차 겹술을 하는 술은 백화주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종회씨는 “백화주는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송화대력주와 불로주와 함께 천하 3대 명주 중 첫번째로 꼽힌다”고 말했다
(34)감자로 빚은 평창 서주
주민의 기억속에서 잊혀져가던 서주는 민속주 제조에 뛰어든 오대서주양조 홍성일씨(65·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의 노력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지역 노인을 찾아다니며 제조법을 복원해낸 홍씨는 6년여간의 연구 끝에 1990년 비로소 서주를 맑은 청주 형태의 약주로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서주는 감자와 쌀을 7대 3의 비율로 혼합해 빚는다. 누룩은 이 둘을 합한 것의 20%가량을 넣게 된다. 찐감자에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다음 멥쌀로 고두밥을 지어 담근 밑술을 부어 약 보름간 숙성시키면 감자술이 만들어진다.서주 제조자인 홍씨는 “서주는 비타민C뿐 아니라 칼륨·인산 등이 풍부한 ‘땅속의 사과’로 만든 와인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술맛을 배가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청정한 물이다. 평창군 진부면은 예로부터 삼신산(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히는 오대산 자락에 인접해 있다. “감자술은 알칼리성 발효주여서 산성체질화 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술”이라고 귀띔한다.
(35)경남 함양 지리산 국화주
지리산 국화주는 늦가을 서리를 듬뿍 맞은 야생 들국화만을 고집한다. 들국화는 다년초로서 그 종류는 많지만 그 중 식용과 약용으로 쓰는 감국(甘菊)을 으뜸으로 친다. 감국은 줄기가 붉은색을 띠며 맛이 달고 향기가 높기 때문이다. 국화주는 매년 11월 꽃송이가 손톱만한 산국이나 감국을 채취, 생지황과 구기자, 찹쌀 등을 섞어 빚는다. 국화주는 자양강장제, 두통치료제 등으로 옛날에는 가정에서 상비약처럼 즐겨 담던 술이다
국화는 예로부터 상서로운 영초로 인식되어 왔다. 이로 인해 국화주는 세시음식으로 인기가 높았고 중국에서도 일찍이 명주로 꼽아왔다. 중국에서는 음력 9월9일 중양절(重陽節)에 국화주를 즐겨 마셨다. 이날 술을 마시면 재앙을 쫓고 무병장수한다는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국화주는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이 신하들에게 즐겨 하사한 술로 알려져 있으며 TV 드라마 ‘용의 눈물’ 등에서 수차례 방영되기도 했다. 옛 문헌에서도 1,500년간 전수되어 온 국화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에는 국화가 청혈해독 약리작용이 있으며 고혈압 방지뿐만 아니라 근육과 뼈를 강화해주고 눈을 밝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화주를 연명주 또는 불로장생주라고 부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36)조선 3대명주 전북 태인 죽력고
100년 만의 부활.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서 빛을 보게 된 죽력고는 그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술이다. 한 명의 장인에 의해 ‘몇 병씩’만 만들어지는 탓에 술 맛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흔치 않다. 죽력고는 조선시대에 출간된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와 서유구의 ‘임원십육지’ 등에 나온다. ‘조선상식 문답’에서 최남선은 평양 감홍로(甘紅露), 전주 이강고(梨薑膏)와 함께 죽력고(竹瀝膏)를 우리나라 3대 명주로 꼽았다. 특히 매천 황현이 쓴 ‘오하기문(梧下記聞)’에는 ‘전봉준이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기록이 있다. 죽력은 대나무 토막을 항아리에 넣고 3일간 불을 지폈을 때 흘러내리는 대나무 즙이다. 한방에서는 중풍·해열·천식 등의 치료에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죽력고는 죽력에 솔잎·생강·창포 등을 넣고 소주를 내리는 방법으로 증류시켜 만든 것이다. 죽력고의 부활은 전통술 담그기 무형문화재인 송명섭씨(49)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였다.죽력고 제조기법을 전수받은 것은 송씨의 어머니 은계정씨(1917~1988)였다. 갖은 약재를 가지고 송씨 가문에 시집 온 은씨는 태인양조장을 경영하던 남편과 함께 전통주에 대해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다. 남편 송씨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 치료약으로 죽력고를 내려 마시게 해 완치시켰다. 가업으로 내려온 죽력고 제조기법에 관한 기록은 없다. 죽력고 제조가 허용된 2002년 12월 ‘아름다운 술을 찾습니다’라는 전통주 공모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37)충북 보은 구병마을 송로주
송로주에 취해 한때 농사일도 접고 송로주 전수에 젊음을 다 바친 임경순씨(50). 그의 직책은 ‘보은 송로’ 사장에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3호 송로주 전수자’다. 송로주는 말 그대로 소나무를 원료로 만든 술이다.
예부터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고 음식법에 이르길 관절, 신경통에 좋고 허약한 다리가 낫는다는 기록이 있다. 송로주는 알코올 도수 48%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술 가운데 가장 독하다.
(38)해남 ‘녹향주’
녹향주는 6·25때 북한에서 내려온 술이다. 함안조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황해도 장연군 신한면 군산리가 원산지.녹향주는 45도의 독주다. 향을 얻기 위해 요즘은 당귀를 넣긴 하지만 그래도 옹달샘 물처럼 맑다. 우선 햅쌀로 지은 고두밥에 발효제로 누룩 대신 백곡을 넣어 섞은 뒤 오동나무 궤짝에 하룻밤을 재운다. 노랗게 변한 고두밥을 큰 술통에 넣고 3일간 발효시키면 밑술이 된다. 덧술은 고두밥을 한차례 더 쪄 당귀를 넣고 버무려 만든다. 밑술과 덧술을 섞어 3일간 더 발효시키면 곡주가 된다. 이것을 고리에 넣고 내리면 소주가 된다. 이때 도수는 80도. 그냥 마실 수 없어 숙성해야 하는데 무려 3년이란 긴 세월이 필요하다.
(39)소주와 지초의 만남 ‘진도 홍주’
진도 홍주는 소주와 지초가 만나 조화를 부린 전통 명주다. 홍주는 조선시대 ‘지초주’라 하여 최고 진상품으로 꼽혔으며 양반가에서도 술을 빚었다술에 얽힌 두가지 야사가 전해 내려 오고 있다. 세조때 경상도 절도사를 지낸 허종의 부인 청주 한씨가 성종이 윤비를 폐출하기 위해 어전회의를 소집하자 남편에게 홍주를 권해 입궐을 막아 갑자사화의 화를 면했다는 이야기. 또 하나는 광해군의 형 임해군이 진도로 유배될 때 부인 허씨(허명의 딸)가 친정조카인 허대에게 고숙을 보살피도록 부탁해 허대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고조리(소주를 내리는 기구)를 가지고 진도에 와 정착한 뒤 홍주비법을 전수했다는 이야기다.허씨 문중 전래설에 동의하지 않는 인사들은 몽골 침략때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와 백주(소주)제조법을 전수한 뒤 지초와 소주가 만나 자연스럽게 홍주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7개 영농조합법인과 최소한 100가구 이상의 가정에서 제조돼 연간 1백억원어치가 판매되고 있다.
진도군 농업기술센터는 2003년부터 전남대, 농업전문대와 함께 홍주 명품화 연구를 하고 있다.
전남대는 지초성분을 연구한 결과 장내 유산균의 생육인자로 소화촉진 및 변비 개선효과가 크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며 다이어트 효과와 당뇨예방 및 면역증강, 항암효능을 지닌 프락토올리고당이 2~3%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 홍주는 올들어 미국에서도 10만달러어치의 주문이 들어오고 청와대에서도 1,500상자를 구매해 가는 등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40)고창 선운산 복분자주
선운산 복분자주는 전북 고창의 고찰(古刹) 선운사 주변 고을에서 1,400년전부터 내려온 전통주다
선운산 복분자주는 98년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해 일약 유명해졌다. 2000년 농림부가 주최한 우리 식품 세계화 특별품평회에서 주류부문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명주’의 위치를 굳혔다. 신라 진흥왕이 부처님의 계시를 받고 선운산에 찾아와 진흥굴에서 수양하며 검단선사의 도움으로 선운사를 창건하고 왕비의 이름을 딴 도솔암을 세우면서 마셨다는 술이 복분자주다.
복분자 술을 맛본 진흥왕이 “무엇으로 만든 술이냐”고 묻자 스님들은 “복분자로 만들었다”며 이 술에 얽힌 전설을 들려주었다. 옛날 한 늙은 부부가 대를 이을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중 늦둥이를 얻어 애지중지 길렀으나 병약해 걱정이 컸다. 하루는 지나가던 스님이 허약한 늦둥이를 보고 산딸기주를 먹이라고 권해 꾸준히 복용시켰더니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늦둥이가 오줌을 누면 오줌항아리가 엎어져 ‘뒤짚어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란 분(盆)자, ‘아들’ 자(子)를 써 복분자라 불리게 되었다. 고창군 문화원 이기화 원장은 “진흥왕이 선운산에 온 것이 서기 572년 백제 위덕왕 24년 무렵이니 복분자주의 역사는 최소 1,400년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복분자는 정식 이름이 복분자딸기이고 식물학적으론 장미과의 딸기속으로 분류된다. 산딸기·곰딸기·멍석딸기·줄딸기 등 20여종이나 되는데 이들은 각각 모양과 특성이 다른 별개의 딸기로 복분자딸기와는 구별된다. 복분자딸기의 주성분은 포도당(43%)·과당(8%)·펙틴 등 탄수화물과 레몬산·사과산·살리실산·개미산 등 유기산과 비타민 B와 C, 그리고 색소로 카로틴·폴리페놀·안토시안 등이 함유돼 있다. 복분자는 동의보감·당본본초·본초종신록 등에도 항암작용, 노화억제, 동맥경화·혈전 예방 등에 효능이 뛰어나고 시력과 기억력 증진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