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
뜨게바늘에 오색실 감아 단단히 쥐고
춤추는 여인,
작고도 작아서 손바닥이 궂판이라도 좋겠구나.
도술도 능란하여
바람도 부르고, 비도 부르고, 눈보라도 부르고,
지옥에선지 땅끝에선지 집체만한 괴물도 불러내고,
나무늘보, 흰 사슴, 접동새, 들고양이, 족제비,
모두 네 였던게로구나.
신묘한 혼령이여!
귓구멍이 뚫리라고
네가 쏘아박은 요술봉이더냐?
피가 흐른다, 어느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떤 것이었든
크고, 두렵고, 공포스러웠던 그 모든 얼굴들...
이제야 너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
끌고 온 몸뚱이가 나만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구나.
040720. 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