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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01 >>

연지바른 마녀 |2004.07.21 04:16
조회 2,403 |추천 0

[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 -01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hanmail.net)

 

등장인물

-최선우(남, 34세, 화자)
-김윤아(여, 31세)
-강현민(남, 26세)
-이태석(남, 36세)
-드라마 감독 및 스탭들
-매니저
-소희영(여, 27세)
-그 외 ...


#

"까야악~ 오빠!!! 꺄아아-오빠오빠오빠!!! 강.현.민!!! 오빠오빠!!!"

 

[현민E : 그럼 곧 2부에서 다시 만나요~]

 

다시 한번 소녀들의 자지러진 목소리가 대기실까지 울렸다.
분명 현민이 그 녀석, 소위 매력적인 꽃미소를 머금으며
느끼한 윙크를 했을터였다.
한번 좋다고 하니, 계속 하는 놈...못말리는 놈. -_-;

그렇게 현민의 멘트로 '소년소녀가장돕기 콘서트' 1부가 마무리 됐다.

그런데... 대기실로 들어오는 현민의 모습이 장난이 아니었다...

 

[선우 : 야, 너 왜 그래?]

 

현민인...
나와 대기하고 있던 가수들이 현민을 미처 부축하기도 전에
픽! 하고 거짓말처럼 쓰러져버렸다.

뭐, 뭐야...!

 

[선우 :
수, 숨을 안쉬어! 
(혼비백산해서) 야, 강현민!
(흔들며) 정신차려!!]

 

그때였다.

 

"비켜봐요!"

 

어떤 날카로운 여자 목소리가 들리더니
나를 탁! 밀치곤 현민 앞으로 쳐들어왔다.

이 여잔 또 뭐야...!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는 자신이 메고 있던 쌕을 내려놓곤
빠른 손놀림으로 뒤적뒤적거리더니
뭔가 두꺼운 볼펜(?)같은 걸 꺼냈다.

 

곧 현민의 손과 발을 주무르더니
볼펜의 끝부분을 손가락 손톱 끝에 대고
뚜껑부분을 경쾌하게 타탁- 눌렀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옆손가락, 옆손가락으로 이동하며 계속 눌러댔다.

다음순간 나는!

 


으아-악!

 

피, 피다...!

 


여자가 현민의 손가락 끝에 볼펜으로 찌른 곳에서
작게 피가 나오고 있었다.

 

[여자 : 어? 왜 이렇게 피가 안나오지?
(갸우뚱) 제대로 급체한 모양이네...]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술 마신 것처럼 바닥이 치솟아 올라오고,
귓가엔 윙- 낮은 저음이 계속 울렸고,
뒷걸음치는 다리는 후달거리기 시작했다.

 

기, 기절해선 안된다.
여긴 콘서트장이야...

그, 그렇다고... 기절대신 비명지르며 뛰쳐나갈 순 없지않은가.
그 창피와 소문을 어찌 감당하리...
난 공인이다, 공인이다!

 

나는 군복무 시절 피를 보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후
상관에게 혹독하게 얼차려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정신을 붙들려고 애썼다.

 

난 간신히 대기실 벽으로 기다시피 가서
매미처럼 우스꽝스럽게 바짝 온몸을 붙이곤

현민이를 둘러싸고 있는 가수들 너머로
현민이의 상태를 살폈다.

 

여자는 동료 가수들의 도움을 받아
현민의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똑같이 볼펜침(?)을 찌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린 내 머릿속엔
현민의 발가락에 고개를 박고
피를 빼내려고 애쓰는 여자의 모습이
현민이의 피를 쪽쪽- 맛있게 빨아먹는 환영으로 둔갑되었다...-_-;


 

....흡, 흡혈귀다!


 

곧이어 영화 드라큘라 포스터가 떠올랐다.
드라큘라 옆에 있던 여자들...

 


마, 마녀..

흡혈귀 마녀....!


 

다들 현민이를 흡혈귀 마녀에게 맡기고 멍청하게 있다니!
(막상 도망친 건 나였음에도...)

 

현민이는 나와 드라마를 함께 했을 때 알게되어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 연예인이었다.

 

어떻게든 저 흡혈귀 마녀에게서 현민이를 구해야....

이 생각이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살았다! 살았다!"

 

웅성거리는 감탄과 함께
동료 가수들 몸집 틈새로 현민이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마, 마녀..

흡혈귀 마녀....!

분명 현민일 살리는 대신 흡혈귀로 만들었을거야 -_-;;;

 


#

"2부 시작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진행 스탭자가 대기실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짧다면 짧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민이 쓰러지고,
흡혈귀 마녀에게 피를 뺏기고,
나는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고,
대기실의 시계의 초침 시간은 꽤 길었다...

 

[선우 : 괘, 괜찮냐?]

 

현민은 인상을 팍팍 썼다.

 

어라... 내가 도망간 걸 배신때렸다고 생각하나?

 

[현민 : ...머리 넘 아파...]

 

낭패였다.
대기실의 진행 스탭과 매니저, 가수들 모두
아까보다 더 당황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부 오프닝이 현민의 노래로
설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선곡한 현민의 노래는 댄스풍이라
라이브와 빠른춤이 겸비되어 있었다.
새 앨범 곡 첫 발표 공연이라고 열심히 떠들어놨기도 했거니와
현민의 지금 상황에서 다른 곡으로 바꿀 여유도 없었다.

 

[스탭 : 우선 최선우씨부터 진행석에 올라가주세요!]

 

그리고 현민의 진행석 빈자리를
잠시 내가 임시로 맡아주기로 했고.

 

[마녀 : 강현민씨 쉬어야 하는데.]

 

이제부턴 그 여자가 아니고 '마녀'라 지칭한다.
(무슨 표준 제정 문구 같군)
이름도 정체도 알 수 없으니, 쩝! -_-;

 

[현민 : ...무대에 올라가야 되요.]

 

[마녀 :
급하게 죽은 피는 뺏지만
여기저기 부차적인 이상이 있을거예요.
머리 많이 아파요?
침을 놓으면 좋겠지만...]

 

마녀는 이번에 옆에 놓아둔 쌕을 아예 거꾸로 뒤집어 높이 들었다.
쌕 안의 내용물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뭔 잡동사니가 그리도 많은지.

그래도 화장품 종류는 눈씻고 쳐다봐도 한 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자 가방이 맞는지, 하긴 여자가 아니라 마녀지. -.-;;;

 

마녀는 바닥의 잡동사니들을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또 끄집어 내서 현민의 손가락 끝에 철썩철썩 붙인다.
(나중에 물어보니 압봉이란다)

 

[현민 : 으아-]

 

많이 아픈모양이다, 인상이 팍팍 일그러졌다.
쯧쯧... 마녀이니 오죽 아프게 다룰까?
그래도 이번엔 피를 내지 않으니...
아, 머릿속으로 '피' 발음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그러더니 이번엔..

 

[마녀 : 여기 은박지 있어요? 쿠킹 호일요!!! 빨리요!!]

 

뭐, 뭐야...
현민이 손가락을 호일에 싸서 구워라도 먹겠다는거야?

 

모두들 갑작스런 요구에 난처해하고 있는데,
마녀, 주위를 쓱쓱 둘러보더니 김밥을 싼 은박지에서
김밥을 털고(?) 은박지를 당당히 취했다.

 

마녀는 곧 은박지를 3cm넓이로 서너번 척척 접더니
현민이의 양 손목에 팔찌처럼 감고
투명테이프로 고정시켰다.

 

현민 매니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현민 매니저 : 이러고 올라가요?]

 

[마녀 : 두통이 훨씬 덜할 거예요.  ]

 

[현민 : ^^ 쫌 나은 거 같애, 그냥 이대로 나가죠.]


현민은 신기하다는 듯 은박지를 팔찌처럼 빙빙 돌리며 생글거렸다.

 

[마녀 : -.-; 음... 이대로 감고 나가긴 쫌 그렇긴 하다.]

 

마녀는 또 다시 잡동사니 속에서 필통 주머니 같은 걸 집더니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
마, 마커펜이었다.
(이것도 나중에 물어봐서 안 거다)

대체 저 마녀의 정체는 뭘까?
온갖 벼라별 잡동사니를 다 싸짊어지고 뭘 하고 다니는 걸까?

마녀는 순식간에 마커펜 서너색을 번갈아가며 은박지에 칠했다.
빠른 손놀림이 지나간 부분엔
태양, 달, 별, 눈동자, 집, 산, 강, 사람, 기하학적인 도형, ...들이
얍-하고 마술 부린 듯이 금세 나타났다.

 

마녀는 쑥- 내게 마커펜을 내밀었다.

 

[선우 : 네?]

 

[마녀 : 한마디 적어요.]

 

마녀가 눈짓으로 가리키는 곳은
현민의 다른 팔에 감긴 빈(?) 은박지였다.

마녀는 다른 가수 동료들에게도 다른 색의 마커펜을 건넸고,
한숨을 돌린 가수들은 장난스럽고 짖궃게
마치 깁스한 친구의 깁스에 장난치듯
짧은 문구들을 남겼다.


'놀랬다, 짜슥~'

'10년 감수했다, 놀래키지 마라'

'너 총각귀신되면 나한테 오지마'

 

등등, 등등, 등, 등,...


내가 남긴 문구는 이랬다.

 

'흡혈귀한테 헌혈해 준 소감이 짜릿하든?' -_-;


#

[희영 : 오빠 얼굴이 왜 그래요?]

 

진행석 뒷편 의자에 앉아
진행 대본을 건성으로 훑고 있던 희영이
걱정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까 피 때문에 놀란 얼굴이 표가 많이 나나? -_-;

 

[선우 : ....아무것도 아냐.]

 

희영이 대기실에서의 소동을 모르는 듯해서 얼버무렸다.

 

[스탭 : 대기하세요!]

 

희영이와 나는 진행석 테이블 앞에 나란히 섰다.

 

[희영 :
안녕하세요, 소희영입니다.
자, 이제 소년소녀 가장 돕기 콘서트 2부가 시작됐습니다.
제 옆엔 아까 꽃미남 강현민씨가 있었는데요,
이젠 부드러운 남자, 최선우씨가 오셨네요.]

 

희영은 내게 방긋 미소를 날리며, 바톤을 넘겼다.

 

[선우 :
네, 안녕하세요. 최선웁니다.
미인인 소희영씨와 잠깐이라도
진행하게 되니 이거 영광인데요.]

 

[희영 : 어머, 저도 영광이죠.]

 

[선우 : 하하...그럼 제가 계속 여기 있을까요?]

 

...정말 쇼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_-;

 

희영은 방송국 신인 연기자 기수론 1기수 후배고,
나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서너편을 커플로 출연한 적이 있다.

심지어는 잘 어울리는 커플 1위로 선정됐는가 하면,
스캔들도 여러번 났었다...물론 사실무근이다.
(사실이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만은, 쩝! - -;)

 

서로 낯설게 존대하며, 간사스런 멘트를 날리려니...
현민이 표현을 흉내내자면 닭살돋는다, 으....

 

[희영 : 2부 첫무대는 강현민씨의 스펙타클한 무대로 준비되어 있다죠?]

 

[선우 :
네~ 일부러 이 무대에서 부르려고 
새 앨범 타이틀곡 첫 공연을 아껴뒀다는데요.
무척 기대되네요~]

 

기대가 아니라 걱정인데... T_T
대본에 '기대'라고 쓰여 있으니! 어쩌랴...

 

[희영 : 그러면 강현민씨를 불러볼까요? 여러분?]

 

"네에에~! 까아악~! 강.현.민! 강.현.민! "

 

[선우,희영 :
(동시에) 나와주세요!
강.현.민.의 사.랑.하.니.까 !]

 

현민이 무대에 올라와 댄스팀과 호흡 맞춰
춤을 추며 노래를 시작했다.
조명에 반사되서 그런지 현민의 하얗게 질렸던 얼굴이
그다지 표나지 않는다.

현민의 양 손목에 감긴 김밥 쿠킹 호일이
제법 번쩍번쩍 반사되며 폼난다.
미처 떼지 못한 김부스러기와 밥알, 깨도 꽤 멋져보였다.-.-;

 

-후일담으로 공연 후에 매니저맨트사에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그 팔찌 어디서 샀냐고.
그 얘기를 들은 나와 현민은 차마 진실을 얘기할 수 없어
그저 떼굴떼굴 구르며 웃기만 했는데
마녀는 그 얘기를 듣자 한탄을 했다,
인터넷 스타 소품 경매장에다 팔아먹을 걸-하고
정말 무서운 마녀다...
어떻게 그걸 팔아먹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원래 현민이 노래를 시작하면
난 진행석에서 내려가 대기실로 돌아가는 게
정해진 순서였다.
하지만 현민에게 만약의 경우가 생길지도 몰라
긴급상황 대비하는 심정으로 진행석 아래에 서 있었다.

다행히... 현민은 별 무리없이 노래를 끝마쳤다.
그리고... 그 느끼한 윙크로 마무리까지!
초인적인 놈, 나도 아무리 프로라지만...젊음이 좋긴 좋다.

 

현민은 온통 땀을 흘리며 진행석으로 왔다.
무대에서 한바탕 난리굿 뛰더니, 이젠 얼굴이 발그스레하다.
간단히 하이파이브로 현민에게 진행석을 넘겼다.

 

[현민 : 형 얼굴이 왜 그래?]

 

[선우 : -_-;; 그, 글쎄다.]

 

얼버무리고 대기실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

대기실로 들어가기 전에 문을 빼꼼히 열고
슬쩍 들여다보니 그 마녀는 보이지 않는다.
...안심하고 들어갔다.

 

바깥은 여전히 노래와 일렉트릭 악기들의 터질듯한 기계음 반주,
그리고... 아해들의 비명(?) 소리들로 왕왕 시끄러웠다.

 

마지막엔 가수들이 죄다 우르르 떼거지-_- 로 몰려 나가서
선곡된 노래를 합창해야 하기에
다른 가수들도 급한 스케쥴 있는 사람들 빼곤
대기실에 남아있었다.

 

...하긴 바깥의 저 아해들이 정말로 소년소녀 가장을 도와주러 왔겠어?
우리 가수들 보러 온 거지.

이런 형식적인 콘서트... 명목만 있는 콘서트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섭외가 들어왔을 때
거절하고 다른 활동을 하면 뒷소리가 안좋게 난다.
연예인은 공인이라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워낙 시끄러워서 대기실엔 소음으로 부딪치는 음악을 감상하긴 어렵고,
책을 보자니 정신산란하고,
그냥 동료 후배들과 얘기나 하며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선우 :
아까 그 마...(앗!) 여자 갔어?
왜 있잖아, 아까 현민이...구해 준.]

 

떼거지 후배 중 한 명이 대답했다.
(난 구닥다리라 서너명 이상 그룹이면 '떼거지'라고 부른다)

 

[후배 :
예, 뭐 상황이 시끄러워서 섭외 얘기 꺼내기 힘들다고요.
현민씨한테 다시 연락한다고 전해달랬어요.]

 

[선우 : 뭐... 방송국 섭외 담당잔가보지?]

 

[후배 : 무슨...작가라던데요?]

 

그렇구나...
무슨 연예 프로그램에서 현민이를 섭외하러 온 새끼 구성 작간가보구나.
좀 어려보이든데...이런데까지 쫓아다니며 섭외하려는 정성두 만만찮군.

 

현민인 유머와 재치와 능청도 제법 있고,
운동신경도 꽤 있어서
여기저기 연예 프로에서 출연 섭외 1순위일만큼 인기가 많다.
이제 현민이도 어느정도 인기 탈렌트와 가수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현민이 매니저가
그런 덴 출연을 자제시키는 것 같던데.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극성을 떨었군.

 

마녀를 생각하니... 아까 현민의 피가 연결되어 떠올라
또 속이 울렁거리려 한다. 우씨...-_-

 


#

...내가 '피'를 무서워하는 건 유전이다.
믿거나 말거나...
나 어릴 적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무척 겁이 많으셨다고 한다.

 

나도 아버지처럼 '피'보기를 기절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어릴 적 놀이터에서다.
사소한 걸로 싸움이 붙었는데,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운좋게 상대방의 코를 쳐서 코피를 냈다.
상대방 아이는 으앙- 울음을 터트렸고
나는 멍하니 있다가 악-! 소리지르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고 한다.

 

그 후론... 피가 필수로 뿜어져 나오는 공포 영화는 전혀 못본다.
당연히... 공포 영화 출연은 절대 안한다.
귀신 영화는 가끔 보긴 하는데,
여동생한테 피가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먼저 보게 한 후에 본다.
(우리집 여자들은 피를 안무서워한다, 정말 이상한 집안이다 -.-)
...제발 귀신 영화에 귀신 출연할 때 입가에 피 한가닥만 안묻히면
나두 돈 내구 영화관 가서 보겠단 말이다.

그러나... 이런 하소연을 어떤 영화 감독에게도 차마 할 수 없다.
왜? 왜긴, 거의 기적적으로 나의 '피=기절증'을 숨겨왔으니까.
왜 숨기냐구? 창피하잖아.

 


...언젠가 마녀가 공포 영화를 안무섭게 보는 법을 말해준 적이 있다.

 

[마녀 : 피가 나오면요 '앗! 케찹이다' 소리치는 거에요.]

 

[선우 : -_-;;;;
그러다 돌맞아 죽으면요?
글쿠 요즘에 케찹쓰는데가 어딨어요?]

 

[마녀 : 그런 식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된다는 거죠.]

 

...그래도 난 여전히 무섭다.
...흡혈귀 마녀도 무섭다.-_-;;;

 


#

후배 가수들에게 선배 가수로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고 있는데,
현민이가 아까처럼 쓰러질 듯 하얘져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마지막 합창(?) 순서만 남긴 상황이었다.
무대에선 마지막 주자(?)가 열광적으로 해드뱅잉을 하며
락을 불러제끼고 있었다.

 

뭐, 뭐냐...?

이러다 십년이 아니라 이십년은 감수해야겠다.-_-

 

[선우 : 혀, 현민아...]

 

현민이는 간신히 의자에 앉아선 분장대에 엎어진다.

 

[현민 : 씨바...머리 졸라 아프네.]

 

얘, 얘야... 공인이 말은 곱게 써야지.
아니, 지금 그런 거 따질때가 아니다.

 

[선우 : 약 줄까?]

 

[현민 : ...]

 

현민인 끙끙 신음만 한다.
난 급히 내 가방을 찾았다, 이런 제길!
비상약을 넣어둔 큰 가방을 차 안에 두고 내렸다.
현민이 매니저가... 안보인다.
(현민과 난 같은 소속사라
오늘 현민이 매니저 한 사람만
현민과 나를 수행(?)했다)
차 키를 매니저가 갖고 있는데...

 

[선우 : 잠깐만 기다려 봐!]

 

이, 이럴 때 매니저는 어딜갔단 말이냐?
아니 아니, 아까 그 마녀는 어딜갔단 말이냐?

 

[현민 : ...으..으... 작가님...작가 누나아-..]

 

그래, 그 마녀부터 찾아야겠다!
니 피...또 울렁거린다 - 를 헌혈해주는 한이 있더라도.

 

[후배 : 아까 갔는데...]

 

그렇지, 갔다고 했지.

 

[후배 : 연락처가...]

 

후배가 현민이가 엎어진 분장대를 뒤적거리느라
현민이 팔을 툭 쳤는데, 현민이는 힘없이 뒤로 넘어가 버렸다.

급히 슬라이딩해서 현민이 몸을 받아냈는데,
또, 또, 또! 숨을 안쉬는 거 같다.

맘이 최극도로 급해졌다.

 

[선우 : 연락처 어딨어!!!!]

 

버럭 소리지른 것도 몰랐다.
대기실의 동료들이 깜짝 놀라서
동시에 나를 쳐다본 것도 몰랐다.

 

[후배 : (쫄아서) 여기요.]

 

후배가 내민 A4 용지 묶음을 확-낚아챘다.
무슨 시놉시스 같은데...
중앙에 떡하니 큼지막하게 인쇄된 제목은 보이지 않고,
아래 끄트머리에 쓰인 핸드폰 번호만 환하게 눈에 들어왔다.

주변의 잡히는 아무 핸드폰이나 집어들고
번호를 눌렀다.

 

[마녀E : 여보세요?]

 

[선우 :
저 최선운데요! 
지금 현민이가 또 이상해요!
대체 어디 있어요?]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때 내 말투가 거의 살인적이고 책망적이었다고 한다.
마녀가 의사도 아니고, 현민이 주치의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원.

 

[마녀E :
집에 가는 길인데, 전철 안이에요.
어떻게 이상해요?]

 

[선우 : 숨을 안쉬어요!]

 

[마녀E :
큰일났다! 
거기 누구 손딸줄 아는 사람 없어요? 
조금만 지체하면! 잘못하면 사람 죽어요!]

 


주, 죽다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죽는다'는 소린데..
이 여자, 마녀는 어떻게 이렇게 서슴없이 죽는다는 소리를 내뱉는 건지.

나는 사색이 되서 핸드폰으로 통화하던 그대로
대기실의 동료들한테 소리질렀다.

 

[선우 : 야! 여기 손 딸 줄 아는 사람 있어? 없어?!]

 

아까 나랑 얘기하던 떼거지 그룹 후배가 눈치보며 슬그머니 손들었다.


[선우 : (핸드폰에 대고) 있어요! 이젠 어떻해요?!]

 

[마녀E : 바꿔주세요, 그리고 두정거장밖에 안왔으니까 택시타고 금방 갈께요!]


난 후배한테 핸드폰으로 찌를 듯이 핸드폰을 내밀었다.
후배는 '네, 네-' ... 몇 번 '네'소리만 하더니만, 딸깍 끊는다.

 

[선우 : 하라는대로 해봐!]

 

후배는 코디네이터에게 바늘과 실을 빌려
현민이의 손톱 아래를 찔렀다.

 

[선우 : 뭐, 뭐야... 또 피~ (어질, 간신히 말 잇는) 내라는 거야?]

 

[후배 : 네.]

 

후배는 어지간히 열심히 찔러댔고,
현민인 그래도 감각은 살아있는지 꿈틀댔다.

겨우 대여섯번만에 검은 피가 아주 작게
병아리 오줌만큼이나 작게 동그랗게 맺혔다.

 

으... 으....

나는 고개를 돌리고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뒤로, 뒤로, 뒤로...

미안타, 강현민...너 배신하는 거 아냐.


덜커덩-!
쾅-!

악!

 

마녀는 문을 힘차게 열었고,
난 뒷걸음치다 기막힌 타이밍으로 T.T
확-!열리는 문짝에
뒷통수를 정확히 찧고 말았다..

 

[선우 : 아갸갸- (거의 저능아 수준으로 떨어져 비명도 제대로 구사 못함)]

 

참 빨리도 왔다.
마녀는 양반도 못된다.

마녀는 또 피를 보려 현민이한테 덤벼들었다.


[마녀 :
강현민씨! 아무리 내가 돌팔이래도 그렇지! 
조치해 준 것도 안지키면 뭔 일 날려고 그래! 
호일을 금방 풀면 어떻해! 
그게 혈관 팽창을 저지해서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건데!]


뭐?  도, 돌팔이라구? 0.0

 


#

[스탭 : 엔딩 무댑니다~ 빨리들 나오세요~]

 

스탭이 대기실 안에 몸 반만 쑥 들이밀곤
동작 크게 팔을 휘휘-휘저으며 나오라고 액션을 취했다.

 

[마녀 : 강현민 하나 빠져도 되죠?]

 

스탭이 멈칫 보더니,

 

[스탭 : 멀쩡한 가수들 빨리 나가요~!]

 

현민이가 무대에서 쓰러질까봐 겁났나보다.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다른 동료들과 무대에 올라갔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데,
내 차례에서 가사를 잊었다.
이런 개망신이 있나.
다행히 눈치챈 옆의 라이브 황제 선배 여가수가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대신 불러줬다.

 

"밝은 날도 오겠지~"

 

그제서야 다음 가사가 생각나서 선배의 소절을 내가 불러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식은땀 난다.

 

"흐린 날도~"


그나저나 현민인 돌팔이 마녀한테 괜찮을까?

후렴구는 진행자도 무대에서 가수들와 함께 부르는 걸로 설정되어 있어
희영이 가수들 속에 섞여 같이 노래를 불러줌으로써,
현민이의 공백을 조금 감춰줬다.

그래도 현민 이름이 적힌 카드를 흔들던 현민의 팬들은
갑작스런 현민의 부재에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노래 마지막 소절에서 희영이 자연스럽게
정신이 하나도 없는 나를 무대 앞으로 끌어냈다.


[희영 : 여러분! 내년 콘서트에서 또 만나요~!]


희영이의 리드에 따라 같이 손 흔들며 얼떨결에 씩 웃었다.
나중에 모니터 해보니 영구가 따로 없었다, 제기랄.
이렇게까지 이미지가 망가진 적은 첨이다, 그것도 대형무대에서!
강현민 넌 이제부터 사랑스런 후배가 아니라 웬수다, 이놈아. =.=

 


#

엔딩 무대가 끝나고 다들 각자 매니저와 주차장으로
재빠르게 빠져나갔다.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지 않으면
금세 콘서트 객석에서 나온 팬들한테 둘러싸여, 만신창이 된다.-_-;;;;
아무리 팬들의 매너가 좋아졌다 해도,
그건 어느정도 인식이 있는 아이들뿐이다.
그리고 집단 행동은 용기충천 분위기로 몰아져,
평소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수줍은 아이도 야수(?)가 되어 덤벼든다.
하긴 이런 콘서트는 한 둘의 유명 인기 가수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분위기가 자연스레 그렇게 조성되어 버리니, 그 아이들만 탓할 것도 못된다.
예전엔 이런 행사가 있으면 모여서 뒷풀이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 후배 세대들한텐 바쁜 스케줄 때문에 말도 못꺼낸다고 한다.
오늘도 다를 것 없겠지.

나는 엔딩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현민이 매니저를 못본데다
현민이가 걱정되서 대기실로 직행했다.

 

어?

 

[선우 : 현민이 어디갔어요?]

 

왔다갔다 하는 코디를 하나 붙잡고 물었더니
모르겠다며 고개젓곤 총총거리며 대기실을 빠져나간다.

 

옷걸이 근처에 제멋대로 쌓인 쓰레기들...
대부분 김밥, 초밥 등을
담았던 일회용 도시락 그릇들과 일회용 생수통들 -_-;;;
(자기가 먹은 쓰레기는 갖고가서 치우자-선우표 공익광고)

그 아래에 깔린 내 미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파워를 켜고
현민이 번호로 전화 걸었다.

 

[E : 여보세요?]

 

걸걸한 목소리, 현민이 매니저다.

 

[선우 : 형, 저 선운데요. 현민이 괜찮아요?]

 

[매니저E :
어... 공연장에서 좀 떨어진 주차장이야.
(잠시 침묵 후, 꿀꺽 침삼키곤 난처한 말투)
...어떻하지? 차 끌고 나왔는데.
김작가가 우선 조용한데로 가자고 해서.]


제길! 그럼 난 어떻게 여길 빠져 나가라구우-!!!

 

 

#

간신히 매니저가 가르쳐 준 유료 주차장에 도착하니
멀리 낯익은 차가 주차해놓은 게 보인다.

유료가 무섭긴 무섭구나, 공연장에서 멀지도 않은데
주차장이 무지 휑하다.

 

난 후배 매니저 차에서 내리면서 간단히 인사했다.

 

[선우 : 땡큐~ 바이~]

 

내가 어찌 그 아우성대는 팬들 사이를 뚫고 탈출할 수 있었느냐고?

 

스탭의 모자와 완장을 뺏어 깊숙히 모자를 눌러쓰곤
스탭흉내내며 대기실을 나오자마자
손에 잡히는대로 문 열리는
아무 차에 올라타고 '출발~'을 외쳤을 뿐이다.-_-;

 

[후배 : 어? 선배님? 왜 이 차 타요?]

 

아까 떼거지 그룹 후배였다.

 

-_-;;-_-;;; 하.하.하.... 별수 있나,
지나가는 길 이 곳에 떨궈달라고
운전하는 후배들의 매니저에게 애원해야 했지.


낯익은 현민이 매니저 차로 다가가니
창문마다 끝까지 다 열려있다.

 

[선우 : 뭐해요? 히익-]

 

뭐, 뭐냐...이건 또!

마녀가 돌아보는데
마녀의 손에... 작고 날카로운 뭔가가 차 비상등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어떤 것이 집혀있었다.

마녀의 소지품 속의 온갖 잡동사니는 다 무기구나.-_-

 

[현민 : ...형?!]

 

[선우 : 아하하하- 너 여태 사, 살아있었구나.-_- ;;;
(이건 또 뭔 소리냐, 덴장)]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보이는데
저만치서 쭈쭈바를 입에 물고
양 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현민이 매니저가 다가온다.

 

[매니저 : 용케 왔네.]

 

아이스크림 내민다.


[선우 : (마녀쪽 턱짓하며) 저기... 뭐하는거에요?]

 

[매니저 : 어... 일단 급하게 응급처치로 수지침 놓는거란다.]

 

[선우 : 그럼 괜찮대요?]

 

[매니저 :
시침 끝나고 쉬게 하면 오늘 밤은 괜찮을거래.
그래도 내일 한의원에 가서 제대로 검사받고
정식 침도 맞고 약도 지어 먹이라드라.
병원서 양약먹고 조치하는 건 면역성만 키워 임시방편밖에 안된다구.
하긴 현민이가 요즘 무리하긴 했지,
그래도 이제부터 막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시긴데...걱정이다.]

 

[현민E : 으악-!]

 

[마녀E : 움직이지마요! 잘못하면 피나니까.]

 


흐..억!  피, 피, 피....

 

차 안에서 넘어온 현민의 비명과
마녀의 말 한 단어에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
아이스크림 껍데기 벗기던 손이 발발 떨린다.
C8, C8, 제길 저 마녀하곤 상종을 말아야지.
절대 다신! 상종을 말아야지.
상종을 말아야지.

 

[마녀E : 잠깐!]

 

잉?

 

매니저와 나는 차 창 넘어
차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마녀는 침놓던 동작을 딱 멈춘 상태였다.

 

[마녀 : 이제 생각났는데, 나...현민씨 캐스팅하러 왔었거든요.]

 

[현민 : 그, 그게...제가요, 새 앨범때문에 좀 바쁜데...]

 

마녀는 침을 침통에 다시 꽃고
현민의 손에 꽃힌 침을 빼기 시작했다.
현민이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

 

[현민 : 하, 할께요! 할께요!]

 

마녀는 현민의 손에서 빼버린 침을 손에 든 채
이번엔 현민 매니저를 빤히 쳐다봤다.
매니저도 다급하게 비명질렀다.

 

[매니저 : 스케쥴 맞출께요! 어떻게든 맞출께요!]

 

마녀는 생긋 웃었다.

 

[마녀 : 구두 약속도 계약이에요, 나중에 딴소리 않기에요.]

 

[매니저 : 그럼요! 그럼요!]

 

현민과 매니저는 아까 죽을 고비를 몇 번
마녀 덕분에 무사히 넘기더니, 곧 죽을것처럼
아예 사색이 되서 마녀에게 쩔쩔 맸다.

 

마녀는, 매니저에게 다짐까지 받고나서야
다시 현민의 손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 연예인 경력 11년에 보다보다 -_-;;;
저런 캐스팅 수법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정말 지능적이야,
요즘은 마녀들도 마술만 부리는 게 아니라 머리도 제법 쓰네.

그 때까지도 난 제정신이 아닌게 분명했다.

 

[선우 : (슬쩍) 저는 뭐 출연할 역 없어요?]

 

분명 원인은 그...피, 젠장 또 어지러우려한다.
그 때문이다, 정말이다.

마녀는 잠시 고개 돌려 나를 보더니 눈을 반짝거렸다.
그와 동시에 언제 마녀가 꺼냈는지도 모를 시놉시스가
창밖을 넘어 휙- 내 가슴으로 날라와 탁-꽃혔다.

 

[마녀E :
잘됐네요, 안그래도 최선우씨한테도 말 꺼내려 했는데.
최선우씨는 주인공 송림 세자 역이에요,
현민씨는 동생 도림 대군이고.
참, 두 사람 다 사극 한번도 안해봤죠?
이번에 제대로 연기실력 나오겠네.]

 

마녀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마자
반쯤 비스듬이 누워있던 현민이가 놀라 벌떡 일어남과 동시에
난 경악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 뭐시라고라 사극이라고라!!!!!!! =0=

 

 

<계속...>

 

뱀발 : 이런 얘기가 먹힐라나 모르겠네요... 작년에 써놓은 것, 수정해서 올립니다.

어떻게 된 게 여긴 문단 띄우기가 안먹혀서 일일히 다시 띄워썼습니다.

반응있으면 계속 올리겠습니다.

반응없음 이 글은 쓰레기니까요, 굳이 님들을 괴롭힐 글을 계속 올릴 필요는 없겠죠.^^

이 글 읽으신 님들 모두모두~ 오늘도 행복하세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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