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醜面游龍 (24)

솔아 |2004.07.30 09:46
조회 779 |추천 0

 

전부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 연아가 “제가 세상 물정을 몰라 실례가 되었다면 널리 아량을 베풀어 주시고 이제라도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보아주신다면 기꺼이 환영합니다.”

“아직도 뼈가 있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아!. 그렇게 들렸다면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워낙 제 현실이 그러하니...”

“전 소협께서 아시고 계시겠지만 아미 속가제자로 금령이고 둘째가 은령 그리고 막내가 옥령으로 서로 태어난 시는 다르지만 죽을 때는 같이 죽자고 약속했지요.”

“아미 제자라는 건 짐작했지만 한 형제가 아니셨군요?”

“그래요.”금령이 대답한다. “혹 자운 선자와는 어떤 관계이신가요?”

“제 사조뻘이 신데 은거하여 안 나오시는데 어떻게 알고 있죠?”

“음...이거 큰일이네... 내 동생이 자운선자의 제자이니 그럼 내가 그대들의 사숙뻘이네  어쩐다..”

“아! 자운사조님의 제자가 동생이시라고요?”

“그렇소. 하지만 뭐 강호에서 사숙이니 사질이니 이런 건 안 따지는 게 편하긴 하지...”

“참  내 이름은 주 연이요. 하도 못생겨서 사람들이 나를 추면유룡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내 사문은 알려줄 수 없고 진천장이 내 집이나 마찬가지라오. 이럼 내 소개가 된 것이요?”

깜짝 놀라는 삼자매였다. “정..정말 소협이 추면유룡 연아란 말입니까?”

“그렇소. 남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했소.”

“정말 유혼교를 단독으로 물리친 추면유룡이란 말 이예요?”

“허어, 그렇다고 했지 않소?" 그러자 삼자매의 놀람은 이제 경악할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추면유룡이 누구인가 몇 개월전 유혼교가 진천장을 치려할 때 단독으로 호법과 영주 그리고 유혼교주마저 막아냈다는 신룡과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불과 몇 년전 자기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절룩이며 돌아가던 그가 어떻게.....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적어도 이 세 자매에겐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일 뿐이기에........

점원이 수저와 차를 더 갖고 왔다. 연아는 이들의 음식을 더 시키고 술도 더 가지고 오라하였다. 음식과 술을 사이에 두고 잠시 침묵이 흐르는데 “자, 식사들 안하셨으면 이거로라도 요기나 하시지요.” 하며 권하자 이 세 자매는 추면유룡의 위명에 주눅이 들어 머뭇거린다.

“어서 듭시다, 하며 이들에게 술잔을 들어 한잔씩 따라주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먹기 시작하였다. 내심 연아는 당혹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였으나 이들은 전혀 눈치 못챌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였기 때문이다.

세자매가 조금씩 먹는둥 마는둥 할 때 연아는 이미 많이 먹었으므로 이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금령은 누가 보아도 요조숙녀였으나 약간 어둡고 은령은 깡마른데 차가와 보이고 옥령은 귀여운 면이 있으나 철부지 같아 보였다. 하지만 이 세 자매의 미모는 눈에 뜨일 정도로 빼어나 강호에서도 아미삼령의 미모를 알아준다고 했다.

연아는 이제 옛날 일은 모두 잊고 앞으로는 서로 도우며 지내자고 했으나 이들은 재대로 대답을 못했다. 자기 세자매의 능력이 연아에게 도움이 될 일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이들과 헤어진 연아는 객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면서 다시 반기문을 찾아가기로 결정하였다.

야심할 때를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온 연아는 반기문의 거처를 찾아갔다. 도착하여 기척을 보자 반기문이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반형 안에 계시오?” 하자 반기문이 문을 열고 나온다. “아니, 어인일이시요? 이런 야심한 시각에...”

“아. 지나다가 반형 생각이 나서 잠시 들렀소이다. 잠시 한잔 하시겠소?”

“아, 나야 좋지만 이 시간에...”

“그건 걱정 마시오. 내 오랜만에 한잔하고 싶으니 같이 갑시다.”

“잠시 기다리시지요.”하며 문을 닫고 옷 갈아입는지 부시럭거리다 밖으로 나온 반기문과 같이 홍등가를 찾아 갔다. 야심한 시각이나 흥청거리는 홍등가에는 아직도 음악소리와 술취한 취객의 흥얼거리는 소리 기녀들의 노랫소리 등 요란하다.

연아는 반기문을 이끌고 그중 가장 휘황한 곳을 찾아가 들어갔다. 들어가자 아리따운 기녀들이 벌 떼처럼 날아들어 온갖 교태와 웃음으로 이들을 사로잡으려 한다.

연아는 술상을 거나하게 차리라고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주모가 나타나 인사를 하며 어느 정도로 드실 건지 묻자 연아는 오늘 한번 코가 삐뚤어 지도록 마시러 왔다며 야명주 한 알을 꺼내어 놓는다. 우선 이걸 받아 놓고 나머지는 우리 반형이 이곳에 올 때 마다 술을 드리도록 하라고 하자 주모가 “앞으로 한달 동안은 매일 이곳으로 오셔야겠군요.”

반가문은 연아의 배포에 놀라서 입이 딱 벌어지고 주모는 빼앗길세라 이들을 감싸 안고 안채로 몰고 가서 연회석에 자리 잡게 하였다.

상이 차려지자 연아나 반기문이나 놀라기는 매 한가지였지만 연아의 얼굴이 거의 가려져 보이지 않았기에 알 수 없었다. 반기문은 연아의 접대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이런 자리에 있어보질 않았기에 기분이 구름에 탄 것처럼 신이 났다. 가녀린 기녀들의 간들어진 교소와 눈웃음이 반기문의 넋을 빼앗았고 이들이 달라붙어 술을 따르고 먹여주고 하자 거의 정신이 돌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한참을 술을 먹이고 거의 녹초가 되게 만들었을 때 연아는 기녀들에게 한시간 후에 다시 들어오라고 이르자 소리 없이 물러갔다. 연아는 기분좋게 술에 취해있는 반기문을 붙들고 삼성과 사제 그리고 옥군자 사건에 대하여 전모를 물어 보았다.

술에 취하여 기분이 좋은 반기문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연아는 몰래 진기를 운용하여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진기의 막을 펼쳐 놓았다.

삼성과 사제의 이야기는 나장주에게 들었던 바와 같고 옥군자에 대하여는 묻지 않았던 이야기 까지 술술 풀어 놓는데 반기문이 동정호 부근에서만 살았기에 소문을 들어서 거의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연아의 아버지가 현현자의 작은 제자로 순양지체였다는 것 그리고 강호에서 옥군자로 불릴만한 빼어난 미남으로 그의 기재가 남달라 무공의 성취도가 아주 빠르고 그 높이를 헤아리기 쉽지 않았다는 것 연아의 어머니 초설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주 차가운 성격의 사내였다는 점 초설을 만나고 나서 성격이 온유해져 남과 다투기도 싫어했고 남을 잘 도와주는 영웅이었다는 사실 삼성과 사제의 연합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대항하다가 아내와 갓난아이의 위험을 감지하고 그들의 처분에 따라 목숨을 내어놓았다는 점 그 초절한 무공을 가지고 마지막 죽을 때에는 전혀 무공을 못하는 폐인으로 죽었다는 것 갓난아기의 이름이 효연 이었다는 것 아기와 아내를 도피 시키고 스스로 무공을 폐지하였다는 것 죽은 후에 무덤도 없이 화장되었다는 것 등 강호의 비사를 소상하게 연아에게 설명하고는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곯아 떨어졌다. 연아는 곯아 떨어진 반기문을 기녀들을 불러 잘 돌봐주라고 이르고 자기를 시중들던 기녀 둘을 데리고  동정호에 나와 유선 한척을 빌려 탔다. 그리고 유선에서 다시 술상을 차려 정신없이 퍼 마셨다. 자신의 신세를 알게 된 연아는 부모님의 억울한 죽음과 삼성과 사제의 연합 그 속의 음모를 반드시 밝혀내어 부모님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기녀들의 애교와 아양도 연아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동정추월’ 아무리 아름다운 달이 동정호에 비추었어도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연아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  속으로 속으로 감추는 눈물이 결국 피눈물되어 연아의 가슴을 가르고 쉽사리 알아낸 연아의 과거는 무림의 비사와 연관지어져 있으니 “나 주효연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부모님의 원혼을 진혼하려 하오니 혼백이라도 계시면 보우하시어 제가 소명을 다하도록 돌보아 주시기 바라나이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연아의 얼굴을 적시고 연아는 잔이 아니라 병째로 술을 입에 부어넣는다. 영문을 모르는 기녀들은 자신들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러는 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병을 다 마신 연아는 결국 급한 술에 취하여 정신이 흐려졌다. 그때 배 밑을 무언가 치는 소리가 나더니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며 유선이 기우뚱거린다. 화들짝 놀란 연아는 정신이 바짝 들자 뱃전에서 연신 장력을 물에 날린다. 유선이 쏜살같이 호안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물속에서 인영이 튀어나오며 연아를 향하여 암기를 날렸다. 연아는 한손으로는 계속 장력을 날리며 한손으로 진운검을 빼지도 않은 채 암기를 되받아쳐 원위치로 보내자 “악~ 으악” 비명과 함께 물에서 암기를 날리던 괴인영들이 자기가 던진 암기에 맞아 물속으로 수장되어 버렸다. 유선의 차오르는 물을 기녀들과 사공이 퍼내느라 정신이 없을 때 연아는 계속 장력을 날려 호안에 십여장 가까이 접근하는데 벌써 차오르는 물이 무릎까지 차오른다. 연아는 교룡편을 풀어 배를 찍은후 한가닥을 쥐고 호안으로 몸을 날렸다 발끝으로 한번 물을 찍고 호안에 뛰어내린 연아는 급하게 교룡편을 당기자 유선이 단숨에 호안에 닿았다. 기녀와 사공은 놀라서 넋이 달아나 버린 듯

그리 크지 않은 연아의 힘과 물위를 날아가는 신법을 보고는 마치 신선을 본 사람처럼  행동을 했다.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살려주어서 감사합니다.” 하고 또 하고 연아가 손을 휘젓자 이제는 마음대로 허리를 굽히지도 못했다. 연아가 내력으로 이들의 행동을 억제했기에...

더욱 놀란 이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연아가 호수 위를 가로질러 물위에 떠오른 시신을 뒤집어보니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어서 왜 공격했는지 알 수없다. 다시 몸을 날려 호안으로 돌아온 연아는 사공에게 은자를 내어주며 배를 수리하라 하고 기녀들을 끌고 다시 홍루에 돌아왔다. 연아는 이들을 데려다주고 객점으로 돌아와 운공으로 피로를 풀고 취기를 몰아 숨에 섞어 토해 내었다. 그러자 정신이 맑아졌고 그제서야 잠을 청해 본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자 잠이 오질 않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속으로 운다.

그 다음날 동정호반에는 한 가지 소문이 났는데 사람이 물위를 날아다니고 배에 구멍이 뚫렸는데 덩치도 조그만 남자가 혼자서 배를 끌어 호안까지 데려다 주고 수적들이 덤볐지만 손을 쓰지도 못하고 그냥 죽었다.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니고 신선이다. 뭐 이런 정도의 소문이 동정호반의 홍루와 사공들에 의하여 발 빠르게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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