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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파업도 하고...

고철환 |2004.08.09 03:51
조회 7,189 |추천 0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하루만에 끝났다.

얼마 전 어느 은행(무슨 은행이었는지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 노조의 파업이

단일 파업으로는 최장 기록을 갱신하며 끝났다.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했었다. 풀렸나...? 아무튼 했었다.

엘지 칼텍스 정유 노조가 파업을 했었다.

현대 조선, 현대자동차, 여기저기.......

 

파업 참 많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댁들...연봉 얼마나 받소....?"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다. 임금인상. 노동자 인권보장.

여러가지 많지만 뭐 대체로 그런 것들이다.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산업재해 보상보험 이야기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 같다.

들은 이야긴데, 연봉이 2천이 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 중

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정확한 정보인가? 정확하다. 파업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로부터 직접 들었으니까.

 

연봉만 2천 받으면 뭐 하느냐고 한다. 회사에서 휘두르는 횡포 때문에

못 살겠단다. 주 5일 근무제도 되고 있지 않고,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 않고

혹사를 시킨다고 한다.

 

좋다. 연봉 2천 넘게 받아도 그렇게 한다고 하자. 그들 사정도 이해할 수 있다.

2천 좀 넘는 연봉으로 가족 생계를 어떻게 책임지겠느냐. 그것도 좋다고 하자.

 

이제부턴 내 이야기다. 다른 사람 이야기도 아닌.

 

만화쟁이들 중에서 정기연재를 해서 단행본을 2달에 한 권씩 뽑아내는

'상당히 성공한' 만화쟁이는 권당 7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 중에서 재료비와 도우미들 월급 주고, 화실 운영비를 빼고 나면

반 정도가 남는다. 말하자면 한 달에 150 마넌 정도란 소리다.

 

만화쟁이들 중에서 '대다수의' 만화쟁이는 월급이 100 만원 미만이다.

정확히 말해서 월 수입이라고 해야 한다. 고정급이 아니니까. 우리가 파업한다고 치자.

그럼 출판사에서 어떻게 나올까?

 

"아.......안하겠다고? 그럼 그만 둬. 야, 저기 이력서 들어온 것들 좀 가져와 봐."

 

연봉 2천?? 꿈같은 소리다.

가족 생계?? 궤변이긴 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어서 혼인하는 일 조차 무섭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대체로 한달에 100 만원의 고정급을 받기 위해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밤 10시까지 일해야 한다. 일요일은 휴일이다? 웃기지 말자.

일요일에도 나가서 잔여업무를 해야 한다.

 

요즘 IT 계열의 회사에서 보통 취업할 적에 연봉 초봉은 1천700 만원 정도다. 음, 물론

"보너스 포함" 이다. "사무직이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주저없이 스캐너 들고 대갈통을

날려버릴 테다. 대체로 야근, 퇴근시간은 평일 해가 가장 긴 날에도 해 떨어지고 몇 시간

있어야 한다. 토요일은 일찍 간다??? 그건 좀 횟수가 적지아마. 어허허...일요일에도

나가서 일하기 일쑤다. 아는 사람 많을 거다.

 

다시 만화쟁이들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그래도 버틸 거라고 쉽게들 말한다.

그래 맞는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니까 그나마 버틴다.

라고 하는 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주저없이 펜촉으로 주둥이를 콱콱 쑤셔서 입술을 허벌창으로

만들어 버릴 테다.

 

격주간지에 연재를 하게 된다고 쳐 보자. 얼마 받을 것 같은가? 한달에 100 만원 받을 것 같은가?

어허허...대.부.분 50만원 미만이다. 그 외 여러가지 알바로 뛰면서 해야 한달에 100만원을

가까스로 넘겨 벌 수 있다. 대부분의 만화쟁이들은 그렇다. 그렇다고 돈은 덥석덥석 제때

맞춰가면서 주더나. 만화쟁이들의 인간됨됨이들이 야물지를 못하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줄 모르는 것이 대체적인 탓도 있지만, 출판사에서 돈 받아내려면 독촉전화 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돈 받기 위해서 6개월을 쫓아다닌 적도 있다. 밤새워 아이디어 짜내서

그려내고, 돈 받으려고 독촉전화 하고, 그 연재는 또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줄 아나?

만화계를 얕보지 마라.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맞춰서, 그게 나와 맞든 다르든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빠꾸 먹는 일도 심심치 않다.

 

오호라. 만화쟁이들은 그래서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인권보장 다 받고 호의호식하며

등따숩고 배부르게 산다더라. 뉘미럴. 만화 그리다가 허리 디스크 걸린다고 출판사에서

재해보상 해 주더나. 보험사에서 해 주더나. 만화 그리다가 어쩌다 손가락이라도 부어서

근육이 마비되면 의료비 지원 되더나. 그나마 번 돈 병원비로 다 날리고 병원비 벌려고

아픈 허리 일으켜 의자에 앉아서 눈 붉혀가며 그림 그리고, 손가락 달래가며 그림 그린다.

 

'상당히 성공해서' 제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하는 만화쟁이들 중에서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자기 스토리를 갖고 정말 의욕적으로 그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돈과 쾌락만이 윤리의 절대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병든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고픈 만화쟁이들은

그저 값싼 엔터테이너가 되어간다.

 

좋겠다. 씨팔....파업하면 회사가 말도 들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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