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경찰서로 들어서면서 강반장과 최형사는 서로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제 일로 오늘까지 참담한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곧장 사건의 전면 재 조사에 착수했고, 동시에 언론에도 그림자 살인마의 재 등장에 대해 공식 발표했다. 그렇게 되자 김채연에 대한 재판은 더욱 무죄로 기울어져 버렸다.
“이정아가 받은 쪽지는 역시 없는 건가요?”
“아마… 지니고 있었겠지…”
“시신을 찾기 전에는 그 쪽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애기군요…”
“아마도…”
잠시 침묵.
"결국, 모든 것이 김채연이 원하는 대로 되고 마는군요…"
"아직까지는…"
두 사람은 이미 벌어진 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이정아의 시신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들은 어제의 토론을 발판 삼아 숨겨진 트릭들을 하나씩 증명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다시 두 사람은 사무실에 마주 앉았다.
"어때?"
"어제의 토론에서 나온 애기는 모두 사실이에요. 틀림없이…"
"그래…
강반장은 잠시 침묵했다.
“둘 중 어떤 건물이었을까?”
“글쎄요…”
“건물에서 지시한 메시지 내용은 뭐였지?”
“우박으로 시야가 많이 흐려진 데다가 촬영된 비디오는 메시지의 내용 위 부분 밖에 나오지 않아서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 부분만으로는 두 건물 중 어느 건물에서 메시지트릭을 사용했는지도 판독이 어렵고요”
최형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아마… ‘밑을 보면 진실이 있다.’ 정도 아닐까요?"
“밑이라…”
"네… 이철은 밑을 보라는 메시지를 보고 밑을 내려다 보았어요. 그리고 바로 아래층에 있는 누군가에게 살해 당한 거예요."
"어제의 토론 내용을 너무 신뢰하는 거 아냐?"
"꼭 그런 것만은 아니 예요. 사실은… 성윤기의 학교에 한가지 조사를 하기 위해 갔는데, 누군가가 제 차에 편지를 남겼어요."
"편지?"
"네"
"조사는… 뭘 조사했다는 거지?"
"우선, 조사는… 이정아의 컴퓨터에서 성윤기가 미스터리 동호회 ‘이드’의 회원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그래서…"
"그런데?"
"말 그대로 미스터리 동호회더군요."
"존재하지 않았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오려 하는데 제 차의 와이퍼에 이 편지가 있었어요."
"…"
"한번 보세요."
강반장은 편지를 읽어 보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이 편지 내용대로라면, 성윤기는 이미 이철 살해에 대한 트릭을 알고 있었어요."
"이상하군…"
"뭐가요?"
"이 동호회원들은 이철의 목에 난 자국과 목걸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잖아."
"네, 사실은 저도 그게 좀 이상해요. 이것은 해킹으로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아니거든요."
"젠장, 내부자인 건가…?"
"아마…"
강반장은 사진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한번 족쳐볼까요?"
"그만 둬. 당시 사건현장에는 많은 경찰들이 있었어. 그런 정보는 그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이나 부검한 의사, 또는 앰뷸런스 운전자도 알 수 있는 정보야. 누굴 족칠 건데? 오히려 숨어들 거야. 확신이 있을 때 까지는 모른 척 해."
"알았어요."
"…"
"그래서, 이드 동호회원들의 분석내용을 보면, 그가 타살인 게 분명해요."
"하지만, 어제의 토론 참가자들은 목걸이와 관련된 내용은 모르는 것 같던데…"
"그들이 모른다고 확실할 수는 없어요. 그들은 극도로 말을 아꼈어요. 어쩌면 알고서도 모른 척 할 수도 있죠. 아무튼, 이들은 서로 자신의 정보를 조금씩 주면서 상대방의 정보를 빼앗고 있는 거예요."
"정말 골치 아픈 상대들이군…"
강반장이 다시 최형사에게 이드 동호회원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자네한테 이 편지를 전해 준 이드 동호회 회원이라는 아이들은 왜 자신들을 숨긴 거지?"
"두려운 거겠죠…"
최형사의 이 말에 강반장도 동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 아무튼,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봐서는… 우리가 제일 진도가 늦은 것 같군."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우린, 어떻게 할까요?"
"우선, 어제의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미끼를 던져 보지…"
"이미 알려졌을 지도 모르는 정보로 말인가요?"
"그래, 그럼 시작해 볼까?"
"잠시만요."
잠시 후, 최형사는 사이트에 접속해서 방을 개설하고 회원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회원들이 입장했다.
No2739 : 누구시죠?
미로 :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입니다.
윌리엄 : 박형사님 이군요.
뽈 : 강반장님도 같이 계신가요?
미로 : 네
No2739 : 그럼, 아직 서에서 근무 중 이시군요.
윌리엄 : 어떤 정보를 공유하고 싶으신 거죠?
미로 : 이철에 대한 정보예요.
윌리엄 : 이미 알고 있는 정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No2739 : 저도요. 만약, 그 정보가 이철의 목에 자국이 있었다는 애기라면 사양입니다.
강반장과 최형사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던지려고 한 미끼는 이미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사진을 전송하겠다고 해."
"반장님."
"어서."
이형사는 강반장의 말대로 했다. 그리고 곧 사진을 스캔 해서 전송했다.
No2739 : 말로만 전해 들은 것 하고는 전혀 틀리 군요.
윌리엄 : 이 목걸이는 실제로 채워보지 않으면 몰라요.
뽈 : 무슨 말이죠?
윌리엄 : 처음에 저는 목의 자국으로 그 목걸이가 여성용의 작은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경찰도 그렇게 생각했겠죠. 그래서 동성애 비관 자살이 아닐까 하고 착각한 거고, 하지만 이 목걸이 자국은 그의 목걸이를 밑에서 잡아당겨 생긴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목걸이는 손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는 생각보다는 긴 목걸이라는 거죠. 우리는 목걸이의 디자인에 속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는 이철의 목보다 큰 목걸이라는 거죠.
강반장과 최형사는 이 대목에서 벌써 자신들의 실수를 깨닫고 있었다.
윌리엄 : 그리고 여성용 목걸이를 사용해서, 우리는 그가 동성애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어요. 물론, 이것도 트릭입니다. 책의 내용과 일치시키기 위한 것이죠.
뽈 : 동성애 때문에 자살한 것처럼 말인가요?
윌리엄 : 어쩌면요…
No2739 : 하지만, 범인은 왜 그런 트릭을 쓴 거죠? 그냥 옷을 잡아당겨도 되는데…
윌리엄 : 아까도 말했지만, 그는 동성애자처럼 보여야 해요. 모방에 충실한 거죠. 그래서 강반장님이 이 사건을 빨리 눈치 채기를 바랐던 거라고 생각해요.
No2739 : 왜… 강반장님이 알기를 바라는 걸까요?
윌리엄 : 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강반장님이 사건의 트릭이나 범인을 존재를 알았다면… 어땠을까요?
뽈 : 아마, 강반장님은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범인과 김채연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겠죠. 그리고 김채연이 그토록 두려워 하는 그 증거물이라는 것의 존재도…
No2739 : 흠… 위험한 모험이군요.
윌리엄 : 아마, 김채연을 얻기 위해서 이겠죠. 김채연이 석방되어도 계속 위기 속에 몰아 넣어서…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죠. 반대로, 그것은 김채연이 스스로 감금된 것과 같은 이유예요.
뽈 : 김채연이 잠적한 김필우를 끌러내기 위해 스스로 감금된 것처럼 말인가요?
No2739 : 모든 것은 결국 김필우 보다는 김채연의 의도대로 되었군요. 언론에 이미 알려졌으니 벌 수 있는 시간을 잃었고. 경찰은 이제 김채연을 석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어요.
윌리엄 : 어쩌실 거죠? 반장님.
그 물음에 강반장과 최형사는 침묵했다.
“젠장…”
최형사가 물었다.
미로 : 당신들은 무엇을 원하죠?
모두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리고 모두 침묵하자 최형사는 다시 물었다.
미로 : 김필우는 당신들 모두는 죽여도… 우리는 죽이지는 않겠군요. 적어도 김채연을 쫓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김필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김채연이 두려워 하는 무엇인가가 가치가 있을 테니까…
윌리엄 : 과연 그렇군요. 그럼… 저희는 이미 모두 표적인가요?
뽈 : 그래도, 아무도 포기하지 않겠죠?
미로 : 정말 죽고 싶지 않으면 이제 그만들 둬요. 이미 세 사람이나 죽었어요.
No2739 : 영원히 이 사건을 미궁에 빠뜨리고 싶으신가요?
자신들을 폄하하는 듯한 이 발언에 강반장이 움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러한 취급을 당해도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뽈 : 어찌 되었든, 반장님한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만약, 이정아의 시신이 계속 발견되지 않고 또 한 사람이 죽는다면, 언론때문에라도 경찰은 김채연을 석방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미로 :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윌리엄 : 그건, 반장님 생각인가요? 아니면, 박형사님?
모두 대답을 기다리며 침묵했다. 그러나 강반장은 아무런 대답해 해 주지 않았다.
윌리엄 : 오늘은 더 이상 공유할 정보가 없을 듯 하군요.
그렇게 윌리엄이 나가자, 곧 뽈도 방을 퇴실했다.
No2739 : 그녀의 방에서 성윤기가 그녀에게 준 쪽지는 아직 찾지 못하신 건가요? 그리고 범인이 보낸 메시지도…
미로 : 뭐?
그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No2739도 방을 퇴실했다. 그렇게 모두 나가자 두 사람은 잠시 혼란에 빠져 들었다. 그것은 참담함과 의문이었다.
“역시 우리가 찾지 못한 쪽지에 대한 것도 알고 있어요. 그들은 모두 그 내용을 알고 있겠죠?”
“젠장…”
“그리고… 메시지라는 건… 새로운 애긴데…”
“그래…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빌어먹을…”
최형사가 의문 속에 강반장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일부러 흘린 거죠?"
"글쎄…"
"그리고, 모두 나간 후에 흘린 것도…"
"서로 경계를 하는 건가? 아무튼, 또 다시 그녀의 집에 다시 가 봐야겠어. 그리고 통신기록 좀 다시 알아봐."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