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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누라끼다 이누마야...... "

서비(心痛) |2004.08.19 10:04
조회 679 |추천 0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문득 지난날의 아리한 편린이 날 씁쓸히 미소짓게 한다.

그 날도 오늘 밤 마냥
줄줄 흘러내리다시피 빗줄기가 쏟아졌다.
24시간 근무에 밤샘 중이라 지루한 시간을 달래려고 큼지막한 출입문의 유리창 너머로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우산도 없이 흠뻑 젖어 기분 좋게 취해 건들거리며 걸어 올라가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손에 들려 흔들리는 검은 비닐봉지...
무언가 흥얼거리면서 건들거리는 그 남자와 오른 손에 들려 흔들거리는 검은 비닐봉지가 이루어 낸 기묘한 조화를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끼~이~잌~!!~~ 쿵~!!............??
무기고 경비근무 중인 전경과 방범대원이 동시에 튀어 나가고 연이어 나도 급히 달려나갔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파출소 건물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낮아지는 산줄기를 따라 북쪽을 바라보며 있었고
건물 앞뒤와 위(좌)로 소방도로가 나있는 자그만 삼각지 모양의 위치라 평소에도 사고가 빈번한 곳이었다.

조금 전 내가 바라보며 미소짓던 그 남자가 누워 있었다.
두 다리와 가슴 그리고 머리 부근에서 거무스레한 붉은 빛의 액체가 빗물과 섞여 연신 도로에 흘러내리는데도 반듯이 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빗 길에 미끄러지던 승용차의 앞 범퍼가 그 남자를 치인 것이다.

우선
전경에게 급히 우의를 가져오게 하여 상처가 비를 피할 수 있게 덮어주고
구급대에 연락하여 응급차를 부른 다음 우산을 받쳐들고 그 남자의 상태를 손전등으로 비추어 가며 혹 이미 죽었으면 어쩌나 싶어 조심조심 확인하던 중
좀 전에 본 그 검은 비닐 봉지가 아직도 그 남자의 두 손에 꽈~악 쥐어 진 채로 있어 살며시 풀어 내려는데...
갑자기 남에게 뺏길까봐 야무지게 다시 감아쥐며 "내 마누라끼다 이누마야...".........??

도착한 구급차에 그 남자를 인근병원 응급실로 후송 처리하고 지리 한 근무를 마친 다음날 아침 9시
조회를 마친 다음 퇴근하면서 어제 밤 후송한 그 남자가 있는 병원이 마침 퇴근 길목이라 들려 보기로 했다.

응급실에서 확인해 보니 그 남자는 수술실에서 수술 받는 중이라 하여 집으로 가려고 응급실 문을 나서려는데
자그마한 키에 병약해 보이는 30대 중반의 부인이 찢어지고 더럽혀진 검은 비닐봉지를 꼬~옥 쥔 채 응급실 문 앞에 서서 울고 있어
이상한 예감이 들어 확인해 보았더니 그 남자의 부인이었다.

늦게 기다리던 아이를 갖게 된 아내의 입덧이 너무 심해 거의 음식을 먹지 못했다 한다.
매일같이 남편이 먹고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어 보고 다시 또 물어보고 확인하여 퇴근길에 사다가 아내에게 먹였다.
그날따라 퇴근길에 걸려온 남편 전화에 떡복기와 오뎅을 먹고 싶다고 하였다 한다.

마침 인근에 제법 소문이 난 맛있는 떡복기 가게가 초등학교 아래 삼거리 주변에 있어
남편은 집에서 두 정류소 못 미친 장소에서 버스에 내려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떡복기와 오뎅을 사 들고는 기분 좋게 흥얼거리며 빗줄기가 몸을 적셔도 아랑 곳 하지 않은 채 귀가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몇 겹으로 싸여있는 검은 비닐봉지의 찢어진 부분으로 거무스레한 붉은 색의 떡복기와 오뎅 국물이 흘러나오다 굳어 버린 채 부인의 손에 꼬~옥 들려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리며 나도 모르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와 아내의 얼굴이 뿌~우옇게 눈앞에서 어른거림은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그 남자의 수술이 끝나 주치의에게 확인 해 보니 다행히 좌측 하퇴부 복잡골절이나 수술 결과나 경과가 아주 좋다는 말에 겨우 안심하며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이와 아내를 빨리 보고싶어 귀가 길을 재촉했다...

아직도 흘러내리다 시피 쏟아지고 있다.
흘러내리는 빗줄기 마냥 사랑이 흘러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직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한다.
아니 그 남자의 소담스럽고 지극한 아내의 사랑을 잊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평범하고 사소하면서도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고마워 하는 애틋하고 지극한 사랑을 말이다.
아마도 그 남자는 지극히 사랑하는 아내와 아직도 부산의 수정동 산동네 어느 한 자락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빗줄기에 상념을 실어 보내다
문득 나라는 인간이 그 남자의 사랑을 배우고 싶고 또 그 남자처럼 소박하고 지극한 사랑을 해 보고 싶음은 왜일까.........??


- 강알리머시마 서비(心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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