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이면 보게 되는 맨이 있었다. 동네의 낡은 3층건물의 좁은 계단앞에 서서 바지 자크를 열고 그것을 만지자거리며 어쩌다 눈이라고 마주치게 되는 날이면.. 아아 그 눈, 그냥 파버리고 싶었다. 사실 내가 알기론 바바리맨들은 그냥 보여주기만 하고 그 반응을 즐길 뿐이지 지하철 성추행범보다도 덜 위험하다. 최소한 접촉을 시도하지는 않으니까. 그러나 사춘기 소녀때는 호기심에 일부러 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불쾌하다. 아침의 상쾌한 공기마저 불쾌해질 정도로. 그날도 나는 여느 때처럼 집을 나와 도서관을 가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가를 골똘이 하다가 그만 그 맨과 눈이 딱 마주쳤다. 난 눈을 피했고, 얼핏 그 맨의 나른한 회심의 눈동자을 본 것 같았다. 순간, 얼마전에 읽은 책이 생각났다. 여성학자가 쓴 것인데, 호신술의 기본은 기싸움이라고 되어 있었다. 성폭행범을 만났을 때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싫다는 의사표현만 확실히 해도 상당부분 효과가 있단다. 그런데 여자들은 그게 잘 안돼서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난 가방안에 든 가위를 꺼내들고 그 맨에게 다가갔다. 눈을 정면으로 주시하며. 순간 그 맨은 당황하며 놀라더니 바지 앞섶도 가리지 못한 채 그대로 내빼는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 그 맨 얼굴 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과연 그 골목에서 바바리맨은 다시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