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자네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이제는 한둘이 아닐쎄.”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알았으면 됐으니 어서 출발하게.”
“예” 대답을 하고 영충이 행장을 챙기자 연아는 인사를 하고 고묘 밖으로 나와 진천장으로 출발하였다.
미음이 급한 연아는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영충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영충이 자꾸 처지자 아예 영충의 손을 감아쥐고 능공답허의 경신술을 펼쳤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날카로우니 지금 영충은 눈을 뜨기에도 불편하였다. 바람에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영충은 연아의 이러한 무공에 감탄할 뿐이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도중에 객전에서 쉬었다가 가다보니 꼬박 닷새가량 걸려서야 진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천장에 들어서니 이미 격전의 상흔은 지워지고 지원 왔던 사람들도 돌아가 평온한 분위기였다. 아직까지 집기나 건물이 부서진 곳을 수리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 같았다.
연아는 우선 나장주를 찾아가 현재 돌아가는 무림의 형국을 설명 드리고 부득이 육룡을 전부 데리고 숭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다. “자네가 그리 생각했다면 어서 움직여야지. 그래도 선아는 데려가게나. 자네가 없는 선아는 이거 원 봐줄 수 없으니...핏줄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할애비두 이젠 필요 없는 모양이야. 자네만 찾고 있으니...” 연아는 몸 둘 바를 몰라 쩔쩔 매었다.
“오늘 하루 이곳에서 쉬고 내일 새벽에 출발하게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내가 노사와 같이 훈련시켜서 나중에 힘이 될 수 있게 해봄세.”
“감사합니다.”
“이 사람아, 어짜피 자넨 우리 식구야. 식구끼리는 미안하다, 감사하다. 이런 말 안 하는 거라네.”
“알겠습니다.”
“어서 선아에게 가봐. 다 큰 계집애가 어쩌려고 그러는지 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자네가 부상을 당하고 그냥 떠났다고 안절부절 걱정이 태산이었네.”
“대단치도 않은 부상을 가지고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군요.”
“보았던 사람에게는 괜찮은 일이 아니었네. 내가 볼 때에도 가벼운 부상은 아니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또, 그런 소리 앞으로는 하지 말게나. 그냥 가만있어도 자네 마음 다 아니까.”
“알겠습니다.” 대답을 하고 물러나와 영충에게는 연무관에서 수련을 도우라고 말하고 내원의 유선처소로 향했다. 이미 전갈을 들은 유선은 내원의 중문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선매, 별일 없었지?”
“대가.... 대가야말로 별일이 없으셨는지... 다쳤던 곳은 어때요?”
“글세 그 도인법의 효과가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어.” 아무 생각 없이 말했으나 그 소리를 듣는 유선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래도 효과가 크다는 말에 “정말 다행이군요.” 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들어가지. 내 할말이 매우 많아.”
방안으로 들어서자 유선은 먼저 상처를 살펴보자고 덤벼들어 어쩔 수없이 상처를 내보이자 유선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 커다란 상처가 아물어 약간의 흔적만 있을 뿐 이었다. 그나마 상흔이 있으니 부상당했던 곳이라 알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모를 정도로 깜쪽같이 아물어 버린 것이다.
연아는 유선에게 그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또 유혼교에서 기향을 구출하고 유혼교도 한명을 구해 와서 지금 치료하고 있다는 것과 내일 새벽에 소림으로 출발하여 원종대사를 만나 급하게 의논하여야 할 것 등을 전부 설명하자 자기도 같이 갈 것이라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장주님께서 이미 같이 가라고 말씀하셨어.”
“정말 그러셨어요?”
“그럼 내가 그냥은 안 데려가지. 아니 못 데려가지. 그랬다가 괜히 나만 혼나게.”
“아무렇게 해도 난 그냥 따라갈 거였네요.”
“점점 고집쟁이가 되어가는군.”
“그동안 무공수련은 열심히 하였어?”
“대가가 안계시니 불안해서 통 못하고 있었어요.”
“그럼 안 되지. 앞으로 선매가 날 많이 도와줘야 하는데.....”
“열심히 할께요.”
“그래, 내 연무장에 가서 노사님 뵙고 저녁에 올께.”
“그렇게 하세요.” 유선이 따라나서며 말했다. 연아는 연무장으로 가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나노사를 뵈었다. “그간 별 일 없으셨는지요?”
“허허,, 그럼 별 일이 있어야 될까?”
“무슨 말씀을....”
“그러니까 말투 좀 고치라고. 그냥 잘 있었는가 물으면 되지 무슨 일이 없었느냐고 물으니까 그렇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고치도록 할께요.”
“육룡을 다 데려간다고?”
“예,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좋겠지. 그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즘 얼굴도 안보이네 지들끼리 쳐박혀 꼼짝도 않고 수련하고 있어. 이젠 내말보다 자네 말을 더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이놈들이 내가 늙었다고 무시하는 모양이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 진천장을 위한 노력을 하는 거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허, 이젠 농담도 안 통하는군.”
“노사님이 저를 먼저 놀리시니 저도 반격이 있어야...하하하”
“아, 그리고 개방에서 소동 하나를 자네에게 맡긴다고 취개가 보내왔는데 만나보고 데리고 다니게나.”
“취개 노형님이 보내셨다면...”
“아마도 자네의 무공이 탐이 나서 좀 보고 베끼려는 모양이지....하하하”
“아! 전에 데리고 있던 그 꼬마인가 보군요. 그럼 같이 데려가야겠지요.”
“내일 새벽에 출발한다고 했는가?”
“예”
“그럼 저녁시간까지 연무장을 좀 봐주게. 이젠 나도 힘이 부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겠어.”
“괜히 늙으신 척 하십니까?”
“허, 이사람 나도 이제 낼모레면 고희야. 이젠 장주님과 같이 세수할 때가 됐어.”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직 펄펄 날으시면서.”
“허허허... 그렇게 봐주니 고맙긴 한데..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지. 난 좀 쉴테니 자네가 대신 좀 봐주게나.”
“알겠습니다. 먼저 들어가 쉬시지요.” 노사가 자리를 비우자 연아는 수련생들을 볶아대기 시작하였다.
연아는 언제나 수련생들에게 최강의 수법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어력에 진력하도록 하였다.
이상하게도 연아의 지도를 받은 수련생들은 금시 무공의 발전이 눈에 띄게 보여 나노사나 장주는 연아만 오면 연무장을 맡겨 수련생들을 지도케 하였던 것이다.
하긴 연아는 무공의 단계를 고려하여 자신이 창안한 여러 가지 수법이나 변초를 전수하였기 때문에 본신의 진전을 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저변에 깔려있는 초식의 기본은 타의 무공을 제압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은 갖추고 있었기에 수련생들의 무공이 일취월장하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많은 수련생들에게 권, 장, 지, 도, 검에 대한 수련을 지도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려 식사시간을 놓치기가 예사였었다. 오늘도 역시 배고픈 줄도 모르고 수련에 열중하다가 전갈을 받고서야 저녁때를 알고 식사하러 연무장에서 나왔다. 모두들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신이 나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왠지 흐뭇하였다.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연무중의 어려운 점을 듣고 그것을 보완하여줄 방법을 생각해내서 다시 가르쳐 주고 하다보면 연아도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층 간결한 응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수련생들에게 현문강기와 내공 수련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하루 적어도 두시진 이상 잠을 못자더라도 연공을 게을리 하지 말도록 강조를 하여 모두들 내력을 쌓는데 정진하고 있으니 그들의 무공이 일취월장한다는 말 허언이 아니었다.
어느덧 밤이 깊어 칠흑 같은 어둠이 장원을 감싸고 있었다. 연아는 나장주와 노사 그리고 영충과 같이 모여앉아 앞으로 대처해야할 사안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상의를 하였다.
우선은 유혼교의 움직임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체 방어력을 갖추는데 주력을 두고 만홍루주의 정보력을 이용한 별도의 소수 정예군을 편성하기로 하였다.
진천장의 주 수입원인 장강 수로의 운송사업에 대하여 당분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소수인원으로 유지하며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혼교에 대항할 준비를 하도록 하였으며 적극적으로 응원해 줄 고수급의 인사를 초빙하여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결혼식도 이번의 사안이 중요한 만큼 조금 미루어 치르기로 하였다. 연아도 조금 서운하기는 하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리고 나서야 연아는 내일 새벽에 출발하여야 하므로 좀 쉬어야겠다하고 영충과 함께 물러나와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보니 유선의 시비가 기다리고 있다.
“아가씨가 잠시 들르시라고 하십니다.”
“그래요? 알았다고 전해 주십시오.”
“예, 그럼 그리 전하겠습니다,” 하고 물러나자 영충에게 “내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소?”
“그럼요. 전 이미 행장까지 다 챙겨 놓았습니다. 장에서 말까지 미리 준비했으니 좀 쉬운 길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다행이군요. 그럼 일찍 쉬시고 내일 아침에 뵙죠.”
“그럼 주공도 편히 쉬십시오.” 하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음... 유선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사정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유선의 처소로 갔다.
독자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습니다. 추석전에 벌초를 하러 가야하기에 이틀간 자리를 비울것 같습니다. 널리 양해야여 주시길 바라며 오늘 한편 더 올려드리니 즐겁게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몇 시간을 더 투자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