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4. 날 우습게 보지마

무늬만여우... |2004.09.11 05:59
조회 3,039 |추천 0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 젖을 주고 가게에 나가기 바쁜 생활이 시작됐다.

가게에 가면 벌써 가게 앞에 우유가 배달되어 와 있다. 박스마다 우유가 잔뜩 와 있는데, 오자마자 전날 팔던 우유는 앞으로 먼저 가저가게 내놓고 이틀전껀 반품하게 옆으로 놓아야한다. 새로 온 우유를 냉장고에 넣는다. 요구르트도 정리를 잘해서 새로 온건 깊숙이 지난건 앞으로 빼놔서 먼저 팔게끔 정리를 잘해야한다.

곧이어 바겟빵이 들어있는 커다란 자루를 들고 빵가게에서 오면 전날 팔던 빵을 세어서 넘겨주고 새로운 빵 세어서 빵 파는 통에 넣는다. 새로 온 따끈한 빵 냄새가 구수하니 무지 좋다. 가게를 일단 싹 청소를 하면 정육점 성규씨가 와서 고기를 굽거나, 커다란 소금이 안들어간 과자에 물렁한 치즈와 고구마로 만든 양갱 둘세대 바따따를 얹어서 아침을 먹는다. 그럼 나도 같이 먹었는데 둘세대 바따따 중에도 고급이 있어서 쵸코렛이 많이 섞인 부분이 있는데 우린 그 맛있는 부분을 먼저 팔기전에 먹곤했다. 지네들이 알게뭐야. 먼저 먹는게 임자지.

그렇게 먹고 있음 야채가게 맡은 사람들이 눈꼽도 못떼고 왔는데, 도무지 그들은 한국인 같지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쁘고 깨끗하니 그러고 댕겼는데 도대체 그 집 식구들은 중국인처럼하고 댕겼다.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중국인은 새집진 뻗친 머리로 세수안한듯한 얼굴과 지저분한 구겨진 옷을 많이 입고 다녀서 지저분한 사람을 일컬어 '중국넘' 이라고 욕한다. 걔네들이 우리한테 그케 말하는 건 일종의 그런 욕이다. 근데 그 사람들이 분위기가 그랬다. 야채도 시들하고, 도무지 팔아먹을 생각을 하고 사는건지 모른다. 암튼 그케 성의없이 장사하다가 어느날 그냥 관둔다고 안했다. 그래서 내가 야채가게까지 관리를 할 자신이 없어서 거긴 그냥 빈 공간으로 냅뒀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 남는 시간엔 계란을 종이에 싸야했다. 두겹으로 여섯개씩 넣어서 싸야했는데 먼저 세개를 돌돌 신문지에 말아서 싼다음 나머지 세개를 그거와 같이 싸서 다시 한번 더 싸는거다. 그러기 위해선 신문지도 많이 얻어다 놔야했고, 그 규격에 맞추어서 잘라놓기도 해야했다. 성규씨는 날 도와서 그걸 싸는걸 즐겼고, 아버님도 가게 오시면 주로 그걸 싸셨다.

아버님이 부지런하시니 시외에 나가셔서 양계장에 직접 가셔서 쌍알만 사오셨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 가게서 계란이 젤루 잘나가지 않았나 싶다. 싼 가격에 쌍알을 팔았으니 말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코카콜라를 너무 즐기다 못해 거의 중독이다. 하루죙일 입에다 달고산다. 그래서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떨어뜨림 절대로 안된다. 여름이 오기전에 그걸 많이 사서 쟁이지 않음 나중에 팔게 없기 때문에 항상 넉넉하게 주문해서 창고에 쟁여 놔야한다.

랑에게 안도와준다고 투정부렸더니 랑이 아르헨티나 친구들을 우리 가게에 취직을 시켜줘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내가 잘 모르니 그들이 주문하는걸 도와준다케따. 그러라케따.

그들은 코카콜라 종류를 시켰는데 그 회사 제품은 오로지 코카콜라 아님 스프라잇만 잘 나갈뿐이지 크뤄시 라든지 뭔 다른 종류는 한달이 가도 한 병 팔릴까 말까한다. 근데 이 친구들이 그 안팔리는걸 다섯 박스씩 주문하는게 아닌가. 난 그 시간에 아이 젖을 먹이고 있었는데, 나와보니 종류별로 몇 십 박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헐~

이넘의 랑이 날 도와주는게 아니고 더 곤란하게 만드나부다 싶어 짜증이 났다. 그래서 내가 안받는다고 다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잘 말하고 그만두게 했다. 역시 그래도 내가 하는게 낫지 싶었다.

사실 주문하는게 어렵긴했다. 하지만 장사를 좀 하다보니 뭐가 잘나가는지 아니깐 요령도 생기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어느 과자가 맛있고, 우유 제품도 어느게 잘나가고, 어느게 우리 입맛에 맞아서 맛있는지, 어떤 맛을 아르헨티나인들이 좋아하는지 알아갔다.

과자를 시켰는데 그 회사 제품이 영 이상했다. '바이니샤'라는 과자인데, 따스한 커피를 찍어먹음 참 맛있다. 아이들은 우유를 찍어먹기도 했다. 그 과자는 부드런 맛이 있는 카스테라보다는 거칠고 겉은 설탕가루로 살짝 굳혀서 약간 단단한 과자다. 그래도 눌러보면 부드러운 맛이있는 과자인데 이 회사에서 가져온 것은 너무 단단했다. 얼마전에 창고를 청소하다보니 그 과자통이 나왔더랬는데 그 과자가 오래되면 단단해진걸 안지 얼마 안되서 였길래 설마 새로 주문한 과자를 이렇게 단단한걸 가져올리가 있나 싶어 교환하려고 그 회사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다.

그 회사 사람들이 와서 이 과자가 너무 단단하니 아무래도 니네들이 잘못 가져온 듯 싶다. 그러니 새걸로 다시 교환해서 좋은 제품으로 가져오라고 했다. 근데 이 사람들이 나를 약간의 무시하는듯한 미소를 빙글빙글 지으며 이 과자는 원래 그렇게 단단하다고 우겼다. 내가 외국인이니 지네나라 과자를 모르려니하고 그 오래된 과자를 나한테 팔아먹을 심산인거다.

'흠 이것들이 날 우습게 보네.'

난 필요없으니 그럼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회사 사람들이 이미 주문해서 가져온 물건이길래 반품이란건 없댄다. 그래서 그럼 반품 안할테니 부드러운거로 가져오라고 했다. 아님 니네 회사랑 거래안할꺼라고 했더니 끝까지 그건 새 제품이고, 반품도 절대로 안되니 과자값을 달라고 우겼다. 나도 안된다고 버텼다. 팔아보지도 않은 제품을 물어줄 수도 없고 그럴 용의도 없다고했다. 그들과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들의 무시하는 듯한 말투와 눈빛 막무가내인 그 행동들이 날 화나게 했다. 어떻게 말이 통하지 않는 위인들이다. 한시간을 넘는 그 실랑이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으며 말도 안되는 그들의 행동이 너무 화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참을 만큼 참았구만......

조용하고 낮게 말했다.

"나 화났거든, 얼른 과자갖고 가라."

그들이 비웃으며 날 쳐다봤다. 그리고 약하디 약하게 생긴 여자가 그런 소릴 하니깐 우스워보이기도 했을꺼다.

과자통을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발로 마구 짓이기며 소리를 질렀다.

"이 과자 안가져간다구? 그래 띠바 이 과자값 받으려면 나한테 소송을 걸든가 맘대로 해라. 엉~!!"

그러면서 과자를 집어서 그들에게 던졌고, 그 과자통을 그들에게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

씨,

옆에서 보던 정육점 성규씨도 내편들며 화나서 방방거리다 그런 내 행동을 보고 입을 쫘악 벌렸고, 과자 회사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갔다.

벨도 없는 그 넘들은 그 담주에 말랑말랑한 바이니샤 과자를 새로 가져와서 내게 팔아달라고 했다.
지겨운 넘들.
그들은 지네들이 백번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 그리고 한국 여자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
사실 난 겁쟁이인데다, 키도 작고 그때는 더 여리게 생겼었다. 그리고 평상시엔 말도 크게 안하는 성격인데 나도 어디에서 그런 승질머리가 나오는지 내 자신에게 놀랐다.

거봐......날 우습게 보지 말란말야 짜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