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중앙정보국(CIA) 본부.
" 아무래도 CIA 내부에서 기밀이 새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국장님. “
CIA 내 대테러담당 제1국의 팀장을 맡고 있는 죠셉이 국장인 카드런국장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 죠셉. 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군. 다른 기관도 아닌 우리 내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다는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안 그런가? ”
“ 그렇지만 요 근래의 일을 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도 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가 자행됐다는 것은 그 이유가 되고도 충분하다는 것을 국장님께서도 간과치 말으셔야 할 사항이라는 겁니다. ”
“ 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우리 조직은 세계최고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 자리를 맡기 전까지는 한번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야. 그건 다르게 말하면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뜻하는데 난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구만. 난 아직까지 그럴 정도로 늙거나 무능력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
카드런국장은 자신의 나이가 아직은 60대 초반이기에 자신의 부하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그리 달갑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누가 지금까지 그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을 했더란말인가. 지금의 대통령조차도 그에게는 항상 예우를 해주었기에 그는 자신의 능력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 국장님이 무능력하다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단지 그러한 경우도 있으니 한번쯤은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지 결코 국장님께 그러한 이유로 말씀을 드린 것은 아닙니다. ”
“ 죠셉. 그렇다면 자네 말은 따로 팀을 짜서 그 일을 맡겨야 한다는 말인가? ”
“ 그렇습니다. 국장님. 제가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적임자를 알고 있으니 국장님의 허가만 있다면 그를 이일에 끌어들이겠습니다. ”
“ 그가 누군가? ”
“ 그건..... 아직 말씀을 드릴수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니까요. 하지만 국장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제가 만남을 한 번 주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 그래? 흠.... 그럼 내가 그를 믿을 수 있는 어떤 한 가지라도 있는가? ”
“ 그는..... ”
잠시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던 죠셉은 무슨 생각을 잠시 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 그는....... ”
뉴욕 J. F. 케네디 국제 공항
서진은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뉴욕지사 직원을 찾고 있었다. 급하게 오느라 짐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어깨에는 언제나 들고 다니는 노트북이 메어져 있었다.
“ 장서진씨? ”
두리번거리던 그의 뒤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본 서진은 생각지도 않은 상대의 모습에 잠시 말을 못하고 그저 서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묻는 상대방의 물음에 서진은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했다.
“ 네. 제가 장서진입니다. ”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뉴욕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마를린이라고 합니다. ”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며 서진은 눈앞이 환해짐을 느꼈다.
‘ 세상에 이런 미녀라니.... ’
“ 네 반갑습니다. ”
서진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상대는 약간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굳이 나타내려 하지는 않았다.
“ 가시죠. 제가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른 짐은 없으신가요? ”
“ 네. 급하게 오느라 다른 짐은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가지고 왔지요. 하 하 ”
머쓱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에 멘 노트북을 가리켰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이는 마를린의 얼굴을 서진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것을 느꼈는지 마를린은 돌아서며 앞장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를 던졌다.
“ 사람을 그렇게 뜷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이곳 뉴욕에서는 실례라구요. ”
마를린의 말에 서진은 자신의 말문이 막혀옴을 느꼈다.
‘ 이런..이런 실수를..... ’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가는 서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정쩡해했다. 공항 밖으로 나간 서진은 또 한번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붉은색 페라리 한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에....
한참을 차를 타고 이동한 그들은 뉴욕시 중심부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동쪽에 위치한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St. Patrick's Cathedral)에 도착했다. 뉴욕 최대의 성당으로 1850년 성당 건설에 착공하였으나 남북전쟁으로 인하여 38년이 지난 1888년에야 완성된 성당이었다. 높이 1백m의 첨탑과 7천3백80개의 파이프를 갖춘 파이프 오르간이 유명하며 장엄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미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그런 성당정문이 지금은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폴리스라인이 쳐져있었고 경찰들이 곳곳에서 경비를 서 있으며 드나드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통제하고 있었다.
“ 어떻게 오셨습니까? ”
“ 수고하십니다. 저희는 대한민국 한일신문사에서 나온 기자입니다. 취재를 하려하니 출입을 허락해 주십시요. ”
마를린의 말에 경찰은 서진과 마를린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의 요구에 마를린은 자신의 신분증을 경찰에게 제시했고 경찰의 확인이 있은 후 서진과 마를린은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간 서진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성당 내부에 엄청난 취재진들이 북적이고 있는 광경이었다. 고요하고 엄숙해야할 성당내부가 이렇듯 어수선한 분위기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이곳 성당에서 2001년 9월11일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테러범들의 아지트가 발견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카톨릭측에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이고 이곳 주임신부역시 아무런 인터뷰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각국의 취재진들은 이곳 성당에서 몇 날 며칠이고 사건의 단서라도 얻을까 해서 이곳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어? 마를린아니야. 어떻게 얼굴을 볼 수가 없네. ”
마를린을 알고 있는지 CNN의 기자 한명이 마를린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 조나단. 뭐 나온거라도 있어? ”
마를린은 조나단이라는 사람과 악수를 하며 성당 내부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어깨를 약간 들썩이며 없다는 표현을 하며 마를린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하는 것이었다.
“ 성당주임신부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어서 모두들 기다리는데 내 생각으로는 교황청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던 것 같아. 이 사건으로 인해서 어떤 파문이 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교황청에서도 조심스런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
“ 그래? ”
마를린은 조나단의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야? ”
조나단은 말을 하며 마를린과 같이 온 서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 이 사람은 한국에서 온 장서진이라는 기자야. 한일신문사에서 이곳 뉴욕에 있는 우리를 못 믿었는지 보냈더라구. ”
마를린은 공항에서의 서진의 행동에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서진을 비꼬는 말을 조나단에게 돌려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를리 없는 서진은 낯이 뜨거워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이내 두꺼운 얼굴을 밀어붙이며 조나단에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에서 온 장서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 아~ 네..... CNN의 조나단이라고 합니다. ”
어색한 인사를 나눈 둘은 더 이상의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마를린의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성당안쪽에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수녀한명이 모습을 보이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수녀 쪽으로 몰려가는 것이었다. 조나단과 마를린 역시 그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겨 다른 기자들을 제치고 수녀앞으로 다가갔다. 여러 기자들의 쉴세없는 질문에 수녀는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제단으로 올라가 제단 위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 둘 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당분간 성당을 사용하기 어려워서 인지 제단위에 있는 성물들을 치우려하는 것인 듯 했다.
수녀가 다문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기자들은 하나 둘 제단 밑에서 흩어져갔다. 마를린과 조나단 역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 마를린은 서진이 있는 곳으로 오고 조나단은 자신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 아마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나봐요. 이래서는 아무런 기사거리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
마를린의 말에 서진은 조금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마를린의 마음을 알아챘다.
“ 그래도 뭐 하나라도 건져야겠죠? 하 하 하. ”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서진의 얼굴을 마를린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이내 얼굴을 홱 하고 돌리는 것이었다.
‘ 내가 오늘 이거 왜 이러는지 몰라. ’
성당 안 주임신부 방
방안에서는 패트릭 성당의 주임신부인 그레임 토마스아퀴나스신부가 교황청의 대외담당 주교인 바르톨로 요한주교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 그렇습니다. 주교님. 어떻게 해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성당 내부인물들 중 어느 누구하나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
“ 그럼 그들이 무슨 의도로 성스러운 성전을 더럽혔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것인가? 지금 교항성하의 심기가 그로인해서 매우 불쾌하시단 말일세. 그쪽으로 떠난 조사단 역시 교황성하께서 직접 보낸 것이니 조사에 최대한 협조를 하도록 하게.”
“ 조사단이라면..... ”
CRIA에서 방문을 할 것이네. ”
“ CRIA?.......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
딸 칵
전화를 끊은 그레임 신부의 표정이 매우 굳어져 있었다.
CIA뉴욕지부
“ 그레임 신부가 교황청과 통화를 했답니다. 아마도 교황청에서 직접 움직일 듯 싶습니다. 국장님. ”
“ 교황청에서? 흠....CRIA에서 움직이나보군. 언제 도착한다고 하던가? ”
카드런국장은 뉴욕의 지부장인 숀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 내일 오후에는 도착을 한다고 합니다. 무슨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
“ 흠....내일이라.... 그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친구들이 아니니까 조심해야해. 어느정도 알고는 있겠지만 그래도 만약 우리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매우 곤란한 일이 발생하고 말거야. ”
“ 그거야 그렇지요. ”
“ 동원가능한 모든 인원을 그쪽으로 붙이고 쓸 수 있는 위성은 모두 다 이곳으로 사용하도록.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모두 나에게 즉시 보고하고. ”
“ 알겠습니다. 국장님. ”
“ 잠깐 ”
말을 마친 숀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카드런국장은 숀을 불러세웠다.
“ 무슨.... ”
“ 레드를 호출하게. ”
“ 네? 레드를 말입니까? ”
카드런국장의 말에 숀은 놀라며 되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장의 말이 더 이상 없자 숀은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패트릭 성당에서 아무런 기사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서진은 마를린과 함께 근처의 작은 호텔로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작은 식당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실내는 매우 깨끗했고 주인 역시 매우 친절한 곳이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던 서진은 자신과 함께 있는 마를린이 식사도중 한 번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기에 더 이상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 제가 실수를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제 절 미워하지 말아주십시요. ”
서진의 말에 마를린은 눈을 한 번 흘길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서진의 표정이 매우 애처로워 보였던지 이내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여는 것이었다.
“ 제가 그렇게 화가 많이 난 것은 공항에서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단지 이곳에 있는 저를 믿지 못하고 당신을 보낸 사람들에게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에 당신이 불을 더욱 지핀 것이죠. 한마디로 당신이 운이 없었던 거예요. ”
“ 그랬군요. 제가 그런 내용은 전혀 모르고 이곳에 왔습니다. 저도 편집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곳으로 쫓겨오듯 왔거든요. 알고 보면 저도 불쌍한 피해자라니까요. ”
서진은 양손을 올리며 자신도 같은 피해자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우스웠던지 마를린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 서진씨. 당신은 어떻게 해서 기자가 되었지요? ”
마를린의 뜬금없는 질문에 서진은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사실 서진의 직업은 기자가 아니었기에...
“ 전 한일신문사의 정식 기자가 아닙니다. 전 단지 신문사에서 의뢰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프리랜서입니다. 뭐 예를 들자면 살인사건이나 사회에서 특이한 이슈가 되는 일들의 사건전모를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알아내는 일들을 하지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신문사에 넘겨주면 그만한 대가를 신문사에서 지불을 해주고요. ”
“ 그래요? ”
마를린은 서진의 말에 의외라는 듯 서진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기에 그녀 역시 약간은 놀라는 것 같았다.
“ 그럼 마를린은 어떻게 해서 기자가 되었나요? 그렇게 쉬운 직업은 아닌데 말이에요. ”
“ 저요?...... ”
서진의 질문에 마를린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놓았다.
“ 제가 기자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에요. 제 전공은 원래 바이올린이에요. Yale University를 다녔거든요. ”
“ 다녔다구요? ”
“ 네. 다녔지요.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두었으니까 다닌거죠. ”
“ 왜 중도에 그만 두었는데요? ”
“ 그건..... 이런 것까지 굳이 말해야할까요? 별로 말하고 싶은 부분은 아닌데요. ”
“ 아~ 말하고 싶지 않으시면 굳이 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 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신문사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
마를린이 무언가 말을 하려던 찰나 식당 안 TV에서 긴급속보가 방송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식당 안에 있는 TV로 시선을 돌렸고 방송이 나오기도 전에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TV에서 패트릭성당의 주임신부가 기자회견을 한다는 예고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서둘러서 성당에 도착한 두 사람은 성당주위에 가득 모인 취재진들을 뚫고 성당 안마당에 마련된 기자회견석 앞으로 다가갔다. 기자회견석에는 이미 그레임 신부가 나와 있었고 막 회견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던지 그레임 신부가 단상으로 올라서는 것이었다.
“ 험....오늘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그 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패트릭성당의 주임신부로서 오해를 하고 있는 신자들과 뉴욕시민여러분께 진실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우리 뉴욕시민들의 기억 속에 크나큰 아픔으로 남게 된 커다란 재앙이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아픔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불안과 공포, 슬픔으로 보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우리는 그 일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 사건을 지금 겪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성스러워야 할 이 성전에서 말입니다. 이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제가 단언하건데 결단코 그러한 악의 세력을 가진 단체나 세력들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루머가 퍼지고 있다는 것은 전체 가톨릭에 대한 심각한 상처이며 지울 수 없는 명예훼손입니다. 부디 몇 몇 언론사로 인해서 루머가 사실인양 보도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일들이 계속하여 자행된다면 그 대가는 반드시 그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성전을 훼손하는 일을 당장 멈추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
말을 마친 그레임 신부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
마를린의 말에 서진은 대답대신 성당 안으로 그레임신부를 따라 들어간 한 인물을 보라는 듯 턱으로 가리키는 것이었다. 마를린이 보니 수사복을 입을 조금 다른 사람에 비해 덩치가 커다란 것을 빼고는 그리 이상한 점이 없어보였다.
“ 잘 보세요. 저 사람은 조금 다른 점이 보이네요. ”
“ 뭐가 달라요? ”
서진의 말에 마를린은 모르겠다는 듯 서진에게 묻는 것이었다.
“ 저 사람 아마도 바티칸에서 온 것 같아요. 얼굴이나 체격, 걸음걸이를 보면 알 수가 있지요. ”
“ 어떻게요? ”
마를린은 서진의 말을 전혀 모르겠다고 또 물어오는 것이었다.
“ 훗.... 먼저 저 사람은 일반인과 다르게 체격이 매우 다부져 보이죠. 운동을 하지 않고서는 저런 체격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리고 걸음걸이 매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봐서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 같아요. ”
“ 수사복을 입고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는거죠? ”
“ 그냥 알아요. ”
서진의 말에 마를린은 수상한 눈초리로 서진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단지 그레임신부의 말을 떠올리며 사건을 생각할 뿐이었다.
한편 길 건너 승합차량 안에서는 뉴욕지부의 숀을 태운 CIA의 이동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다.
“ 국장님. 그레임신부의 발표가 끝났습니다. 뭐 특이한 사항은 없었는데 계속 감시조를 붙일까요? ”
“ 그래 아무래도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으니까 한시라도 눈을 떼지 말도록. 그리고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니까 행동에 특별히 신경써서 움직이도록. ”
“ 알겠습니다. 국장님. ”
바티칸 교황청
“ 교황성하. 미국으로 떠난 조사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
“ 그래요? 흠.... ”
전 세계에서 단 한사람 가톨릭의 교황인 요한바오로2세가 교황청의 대외담당 주교인 바르톨로 요한주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 그럼 그들의 의도가 아직은 무엇인지 밝혀진 것이 없군요. ”
“ 그런 것 같습니다. 좀더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정보실의 해석으로는 그들이 소행일거란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표는 아마도 교황성하가 아닐까 생각되어집니다. 그 이유는 성하께서도 아시다시피.... ”
“ 그래요. 그들의 의도는 아마도 날 겨냥한 듯 한 것 같군요. 수 천년에 걸친 보이지 않는 싸움을 이제는 드러내 놓고 나타내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서거나 피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아직도 나의 소임을 다 하지 않았고 다음에 나를 이을 이를 위해서도 우리는 나약한 모습을 저들에게 보여주어서는 안 됩니다. 가능한 모든 것을 동원해도 된다는 것을 허락하겠으니 저들에게 우리들의 힘을 보여주도록 하세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아무런 걱정도 하실 것이 없습니다. ”
“ 알겠습니다. 교황성하. 그럼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쉬시도록 하시지요. ”
“ 그러지요. 이만 물러가세요. ”
말을 마친 교황은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많은 것을 하기에는 이미 그의 나이가 94세를 넘고 있었다.
스위스 취리히
스위스연방은행 [Union Bank of Switzerland AG]
“ 입금을 확인했습니다. 오늘부터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중간에 변동사항이 생길시에는 제3라인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
딸 칵
새하얀 정장을 입고 얼굴에는 턱수염을 멋나게 기른 짧은 황금색머리의 백인남자가 휴대 전화를 끊으며 은행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 은행 현관을 나서며 손에 든 전화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택시를 불러 타고 사라지는 남자. 아무도 그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너무나 평범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