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 올 때 그렇게 멋들을 부리고 오니 그야말로 인물 좋은 사람은 영화배우같다. 훤칠한 키에 멋있는 옷에..그렇게 물건을 사러오니 당연 난 그 겉 모양새만큼 인정해주게 되고 믿어주게 되었다.
슈퍼마켓에 오는 손님들이야 내 단골들이니 다 믿어주지만 세상에 고것들이 하나씩 훔쳐가는지 몰랐던거다. 야채밑으로 비싼 치즈며 햄이며 사서 깔고 야채 덮고 밀가루 빵 이런거 사면 대충 위에서 내려다 보며 카운터를 찍게되었는데, 어느날 살짝 버터가 보여 그걸 가리키며
"야 너 저거도 있네."
"어, 맞어 그거도 있네."
그럼서 돈을 받고 돈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설마 일부러 그러겠냐구. 모르고 그랬겠지.
그러면서 위로를 하고 점점 차근차근 일하는 내 스타일대로 손님이 물건을 가져오면 일단 카운터위에 다 올려놓으라고 했다. 그래도 약은 넘들은 다 안올려놓고 걍 얼렁설렁 넘어가려다 들키곤했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아~ 참. 이거도 있었네."
헐~
그케 넘어가니 나도 씨익 웃어주며
"그래, 그래 그거도 있잖아. 언능 올려봐 다른거 또 있나보게."
휘암브레로도 새로 와서 일을 가르쳐서 하려니 힘도들고, 씨에스타 시간엔 도매상가서 물건도 사야하고 가서 점심먹고 아이 젖주고 부리나케 와서 물건 산거 정리해서 넣고 가격 붙여야하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친하게 지내는 아줌마들이 몇 있었는데, 너무나도 속상하게 이것들이 주로 훔치는 주범인거라...
하루는 한 아줌마가 자기가 언젠가 아르헨티나 스파게티를 맛보여준다고 했다. 신나게 수다를 떤담 다음날 물건을 사는데 피자에 얹어먹는 치즈 무싸렐라 (한국선 무짜렐라라고 하드만)를 국수밑으로 숨기고 안내놓는거라....아휴 속상해. 그래도 얘가 말을 하나 안하나 시험해보려고 암말 안했더니 그 치즈값을 안내고 가는게 아닌가...
하루종일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것이 날 뭘로 아는겨.
그 날따라 손님마다 하나씩 숨기고 가다 들통나서 다시 돈을 내고 갔다. 들키면 너무도 뻔뻔하게 어깨 한번 으쓱하고,
"돈내면 될꺼아냐."
이런 식이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훔침 당하는 넘이 바보인거다. 훔치다 들키면 하나도 안쪽팔리나부다. 게다가 오전에 훔치다 들켜서 돈을 냈는데 너무도 뻔뻔하게 오후에 다시 물건사러온다. 우리같음 그 가게 다신 못갈텐데말이다.
그래서 여기 조그만 가게들은 아예 손님이 가게 안에 못들어가게 하고 주인이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다 주는 가게가 많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나부다. 도둑넘들.
저녁 때 쯤 되니깐 그 무싸렐라를 가져간 아짐이 생글거리며 접시에 스파게티를 해갖고 왔다. 돈 안낸 무싸렐라가 알맞게 요리가 되어서 지글지글 녹아있었고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걸 먹으라고 하는데......먹어보라고 하는데....아휴......참고 먹었다.
맛은 기가막혔지만,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야 너 아까 왜 무싸렐라 값 안내고 갔어?"
그 아줌만 얼굴이 빨개졌다.
잉......다른 아줌마랑 달리 얼굴까지 빨개지며 버벅대니깐 .......국수까지 해와서 날 멕이는데 갑자기 미안한 생각도 들고...어휴...정말 어쩌질 못하고 나도
"국수나 줘. 먹게. 니가 나 먹으라고 이거 해왔으니깐 치즈값 안받을께. 담부턴 돈내고 가져가라 제발."
그 아줌만 씨익 계면쩍게 웃었고, 에혀...나도 걍 억지로 웃어줬다. 어쩌겠어. 이미 요리된 치즈를.
햄가게에서 돈이 왜 안남는질 모르겠다. 아무리 따져도 돈이 모자라는게 아닌가. 우찌된겨. 남들은 거기에서 무지 많이 남는다고 하드만....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계산이 안맞으니 또 휘암브레로가 의심스러웠다.
안그래도 앞집 아줌마가 나보고 우리 가게 휘암브레로가 쓰레기를 맨날 뒤진다는 말이 있어서 그 행동이 심히 의심스러워보였다. 왜 쓰레기를 뒤지나? 고물상하는 애도 아닌데말야.
정육점 성규씨가 저넘 쓰레기 버릴때 지나치게 쓰레기가 많으니 함 보랜다.
휘암브레로가 쓰레기를 버린담에 성규씨를 시켜서 쓰레기 봉지를 도로 가져오게 했다. 거길 열어보니
헐~
커다란 햄덩어리와 치즈덩어리가 따로 봉지에 싸여있는게 아닌가.
이런~ 도둑넘이.
씨에스타 시간에 우리가 집에 간 틈을 타 쓰레기에서 그 햄덩어리를 집어다 지네 동네에 가져가서 팔았던거다. 그렇게 용돈을 벌어쓴 넘을 내가 채용을 했으니 당할 수 밖에....
구관이 명관이라고 먼젓넘은 얄미워도 이렇게 간크게 도둑질은 안했구만.
아유....정말 얘네들 도대체 뭔 생각을 하고 사는 애들이야.
그 넘이 오자마자 걍 짤랐다.
지가 한 행동이 있으니 아무 말안하고 그냥 둔다했다.
을매나 해먹었을꼬.
분통이 터졌지만, 어쩌겄나 내 관리소홀로 돌려야지. 휴~
정육점 성규씨가 집에서 은수저를 하나 가지고 와서 사용을 했는데 내가 맨날 그거 비싼거니깐 싸구려 갖고 와서 사용하라고 얘길 했었다.
어느날 , 숟가락이 없어졌다고 하루죙일 찾았다. 그게 은수저니 누가 집어가도 집어갔겠지. 있겠나.
손님들 있는데 스페인어론 말 못하고 한국어로 말했다.
"아유 성규씨 수운~ 도둑넘들만 있는데 은수저를 갖다놓으면 어떡해요."
"그러게요 형수님."
듣던 손님이 감탄을 했다. 한국말이 너무 아름답댄다. 불어와 비슷하대나?
컥.
지네 욕한건데. 아름답긴 개뿔이나.
미안스럽게...칭찬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