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어제의 그 기분이 있었는지 무척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하지만, 오늘은 출근을 해야하기에 잠시 어제의 기분을 잊기로 했다. 하지만, 머릿속엔 그녀의 연락처와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녀석들은 어제 늦게 들어오더니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잠에 취해있었다. 그렇게 들뜬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날 문득 그녀와 만난지 일주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의로라도 연락을 한번쯤 할법한데, 그녀들도 그 누구에게도 연락이 없었고, 나와 녀석들조차도 그녀들 그누구에게도 연락이 없었다. 이 만남은 이렇게 접어지는 듯 싶었다. 그런데... 내가 접어지는 그 만남을... 다시 펴고 있었다. 집전화를 들고 그녀의 연락처를 누른뒤 초조하게 머릿속의 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용기내어 한마디씩 사서함에 남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한동수라고 합니다. 오늘 한번 뵈었으면 하는데요. 연락 좀 주십시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성공적이었다. 나름대로 뿌듯했다. 저절로 웃음이 났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왜 이렇게 떨고 있던거야?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도 참 어색했다. 그녀가 메시지를 확인했을까? 그녀는 1주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난 그녀 생각으로 1주일이 한달, 아니 일년처럼 느껴졌는데... 그녀는 어땠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나의 토요일 오후는 저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기다리다 잠깐 졸아던 것 같은데, 메시지가 와 있었다. 10분전쯤... 얼른 수화기를 들어 그녀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진정해라... 나도 안다... 진정해..."
내 스스로 나를 안정시키고 있었다. 흔쾌한 승낙인지, 아님 거절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그녀의 메시지는 의외로 짧고 경쾌했다. 수화기를 놓으면서도 잠깐의 미소를 띠었으니...
'안녕하세요? 메시지 듣고 깜짝 놀랐어요. 오늘은 좀 곤란하구요. 내일 같은 장소와 시간에 뵈요... 연락늦게 드려서 죄송해요.'
주변에선 여러 사람들이 모였는지 시끌벅적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7시였다. 에구구...그제서야 난 겉옷을 벗고, 편안히 누울수 있었다. 천장을 보며 다시 내일 만날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그리고, 기대했다. 영규와 정식이 저녁을 먹으로 가자며 재촉했다. 주섬주섬 다시 옷을 챙겨입고서 밤거리로 나왔다. 무얼 먹을지도 정하지 못한채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반대편 길에서 한 남자와 다정히 걸어가는 그녀를 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타이트한 청바지에 편한 티셔츠를 입고, 작은 배낭처럼 생긴 가방을 두 어깨에 걸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무척 즐거워보였다.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가 그렇게 항상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게 안되면 내가 항상 웃게 해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곁에 서있는 남자가 갑자기 신경이 쓰였다. 친구겠지? 맞아, 요즘 젊은 사람들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하던데... 나는 친구가 안되도, 그녀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럴거야... 한참을 서서 그녀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영규가 와서 한소리를 하며 팔을 잡아끌었다. 몸은 영규가 이끄는 쪽으로 가고 있었지만, 내 눈은 그녀를 쫒고 잇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쫒고 있었다... 그리고, 내 마음도 그녀를 그렇게 쫒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