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남편과 저의 사랑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서점에서 책을 보는 서점 아가씨.. 정말 낭만적이고 멋있어 보이죠?
졸업하자마자 imf가 터졌고 할 일없는 백조로 지내다.. 구인광고란에서 대학교내 서점 직원 구함이란 문구를 봤었죠. 그때 눈이 번쩍거렸습니다.
국립대학의 구내서점이면 당연히 학생들(특히 남학생들)도 많을꺼고 서점직원이라면 어느 누가 봐도 근사하고 분위기 있는 직업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다행히 취직에 성공하고 삼개월후... 상상속의 근사한 서점아가씨는 없었습니다.
아침 8시에서 저녁 10시까지의 중노동에다 왠만한 무게의 책은 어깨에 메고, 손에 잡고 다녀서 팔뚝힘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책먼지를 하루종일 마시다 보니 기침에 콧물까지.. 이건 정말 노가다였습니다.
그래도 그곳이 좋았던건 아마도 사람들을 좋아하는 제 성격때문이었지 싶습니다.
학교내 서점이다보니 학생만이 아니라 교수님들이나 교직원들의 출입이 잦았죠. 왠만해서는 서점에 오시는 분들은 외부에서 만나도 인사를 나눌 정도였으니까요. 책을 사랑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다 보니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가 정겹고 친근했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 지금의 남편이 있었습니다.
당시 남편은 학과의 조교로 있었고 공부를 하던 사람인지라 자주 서점에 들렀었죠. 남편의 첫인상은 항상 바빠 보였습니다. 느긋하게 책을 고르는 일도 없이 미리 살 책을 정해두고 온듯 필요한 책만 사서는 얼른 계산하고 가버렸습니다. 게다가 정말 한 성질 하겠네.. 라고 느낄만큼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친구들과 올라치면 싸우듯이 말하는 그 말투와 행여 책 계산이 잘못되는지 노려보는 듯한 그 눈빛이 얼마나 겁이 나던지 *^^*
그 사람과 전 단 한마디도 개인적인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그 사람이 무척이나 끌렸습니다. 언제 오지나 않나 기다려 지기도 하고 책을 사는 남편에게 슬그머니 이쁜 책갈피도 몰래 넣어 주었답니다.
그러나 제가 서점을 그만두면서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더 이상 노가다같은 서점아가씨를 할 자신도 없었고 전공인 임용시험을 준비하고자 모교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하고 학교에 가는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마침 친구가 학과의 조교를 하고 있어서 집과도 가까운 도서관에서 다시 공부하는 수험생이 되었답니다.
점심때면 친구랑 학과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곤 했는데 그 당시 모싸이트를 통한 채팅이 붐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친구도 거기 빠져서 점심시간 내내 채팅을 했었죠. 저두 호기심이 생겼었지만 졸업하고 백수로 공부하는 제 처지에 채팅이 왠 말이냐고 맘을 다잡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번개(?)를 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채팅해서 만난 사람이라고 모대학의 교직원인데 닉네임이 날쌘제비이고 거기다 성격도 무지 좋은것 같고 얼굴도 잘 생긴것 같다고 같이 가서 좀 봐달라고 하더라구요.
마침 공부하는것도 넘 지겹고 그 “날쎈제비”가 근무하는 학교가 제가 다니던 서점이 있던 학교여서 간만에 바람이라도 쐴 요량으로 친구를 따라 번개팅을 하기로 한 그 학교로 다시 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핸드폰을 하니, 날쎈제비처럼 그 남자가 일분도 안 걸려 허겁지겁 뛰어 나오는 겁니다. 세상에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학과 조교로 있었던 그 사람은 학위를 받고 교수님 소개로 교직원이 되었었던 거죠.
전 잠시 당황하여 "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 사람도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아! 서점” 하면서 알아보더군요.
얼떨결에 저랑 그 사람의 해후가 주제가 되었고, 제 친구는 옆에서 서늘한 팥빙수만 먹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귀에다 “날쎈 제비는 무슨, 배만 뽈록한 제비구만” 하면서 눈을 홀겼답니다.
엄청 더운 8월의 대구 날씨..
양푼이 가득한 빙설 꼽배기 한그릇을 뚝딱!! 후루룩 후루룩 국물까지 모두 마셔 버리는 이 남자~ 촌스럽기도 하면서 왠지 정이 가더라구요^^, 이런게 인연인가 싶기도 했구요.
그 남자, 친구와 절 바래다 주면서 모두에게 폰 번호를 묻는게 아니겠어요. 소개팅 상댄 친구인데 왜 나한테도 묻지? 하면서도 맘 한편으로 얼릉 연락이 왔음 하는 맘이 간절했답니다.
며칠 후 과사무실~
친구가 잠시 자릴 비운사이..따르릉 따르릉~ 핸들폰이 울리는게 아니겠어요.
대신 제가 받아서 XX씨 지금 자릴 비우셨는데 누구시죠? 라고 묻자 혹시 김모양 아니세요..라고 묻더군요. 평소 알던 목소리도 아닌데 ..새로운 남자 친군가? 누구지? 하고 생각하던 찰라 바로 그 사람의 목소리였습니다.
그 짧은 시간, 갑자기 받은 전화라 놀라기도 하고, 친구에게 먼저 전화한 그 사람이 조금은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그러나 그 사람, “김모양이어서 더 좋네요”라며 부끄러운 웃음 소리를 내더군요.
드디어~~~ 통한거죠!! 훗날 남편에게 들은 얘기지만 이것도 다 작전이었다나요.. ^^
그 전화 후로 저와 남편은 뒤늦은 커플이 되었습니다. 몰론 친구에게는 많이도 미안했지만 친구 역시 인연은 따로 있나봐~ 라고 말해 주어서 너무나 고마웠구요. 그렇게 우리는 날쎈제비 커플이 되어서 뒤늦게 불꽃같은 사랑을 했습니다.
결혼하자며 프로포즈를 하던 날, 남편이 말했습니다.
“서점에서 항상 웃으면서 열심히 일하던 아가씨가 있었어. 그 아가씨가 너무 맘에 들어서 서점 갈 일만 생각했지, 교수님 책 심부름도 내가 하기로 하고, 친구들 책 살 일 있으면 무조건 따라간다고 했어. 말 실수하지 않으려고 미리 살 책들은 다 적어서 가구 말이야. 근데 너무 부끄러워서 혹시 내 마음이 들킬까봐 제대로 그 아가씨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그나마 그 아가씨가 책 계산을 할때가 유일하게 마주볼때였는데 볼때마다 이쁘더라.
여름 방학이 지나고 이번에는 꼭 데이트 신청을 해야지 하고 작정하고 있었는데 그 아가씨가 서점을 그만둔거야.. 그때 내 맘, 정말 허탈하고 허무했어.
인연이란게 있다면 다시 한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지. 그러다가 정말 기적같이 그 인연을 다시 만난거야.. 나의 인연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다. 그리고 평생 나의 연인이 되어줘,,,, 사랑한다. 서점 아가씨!!“
힘들었지만 참으로 열심히 했던 서점에서의 생활이 살아가는데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줍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주고 평생을 사랑으로 힘이 되어주는 남편도 만나게 되었으니 말이죠.
우리 남편, 가끔 낮에 전화와서 뭐하냐고 묻습니다. 제가 컴퓨터 한다고 하면...
“채팅은 절대 하지 마라. 글고 날쎈제비같은 이런 아이디는 거의 사기다. 절대 채팅하지마~~!”라고 신신당부를 하네요.
지금 생각해도 우리의 인연은 참으로 아름다운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 앞으로도 이쁘게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우리의 만남은 하늘이 맺어준거라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건 우리의 몫이겠죠.
두사람을 하나로 맺어주고 다시 사랑하는 세사람의 가족으로 만들어준 하늘에게...
그리고 제 옆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되어준 그 사람에게....
아낌없이 날쎈제비를 포기해준 제 친구에게...
우리에게 부모라는 이름을 준 나의 사랑하는 딸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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