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살 된 아들이 있는 34세 주부입니다.
따가왔던 여름햇살도 지나가고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이
드러나면 소풍 가서 먹던 김밥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날이 좋으면 어디론가 소풍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그토록 행복한 소풍의 기억 한편에 또 다른 빛깔의
단상들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만 소풍에 갔지만
초등학교 때는 엄마들이 그곳에 가서 모든 행사가 끝나면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었지요.
그런데 저희 엄마는 한 번도 제 소풍에 오시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은 소규모 공장을 경영하셨는데 아빠 뿐 아니라
엄마도 같이 나가서 일하시느라 무척 바쁘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4남매 맏이로 그래도 일찍 철이 들어서 공부도 알아서
잘하는 편이었고 무엇이든 혼자서 스스로 챙기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습니다.
혼자 소풍을 다녀왔어도 그저 즐겁고 슬프지도 않았는데
엄마는 그게 두고두고 속상하신 모양입니다.
저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씀까지 하시니 말입니다.
엄마가 왜 그렇게 미안해하시는 지, 제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알 듯 싶습니다.
자식은 한없이 보호해 주고 싶고 감싸주고 싶은 존재인데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어린 딸을 혼자 보냈으니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요.
두 번째 제 기억 속 소풍 이야기도 초등학교 때 일입니다.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시간 관념이 무척
철저했습니다.
아니 성격이 급해서 그랬던 것인지 등교할 때에도 지각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에 제일 먼저 등교하곤 했답니다.
그 일이 일어났던 것도 시간에 조급했던 제 성격 때문
이었습니다.
어느 날 봄 소풍 때 김밥을 싸고 있던 엄마를 무척 채근하면서
떼를 썼던 것 같습니다.
"빨리 빨리, 엄마. 나 늦겠다. 엄마, 뭐 하는 거야?"
시간적 여유도 있었는데 괜히 조급히 굴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무서운 아빠의 불호령.
그렇게 말 안 들으려면 소풍도 가지 말라고 하시면서 어찌나
무섭게 혼내시던지......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서럽게 논물을 쏟으며 소풍을 갔답니다.
슬프게 바라보시던 엄마의 눈빛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세 번째 기억은 초등하교 4학년 때 소풍입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이 대학 졸업 후 첫 발령으로 우리 학교에
오신 총각 선생님이셔서 확실히 기억에 납니다.
4학년 때 얼떨결에 학급 반장이 되었는데 저 뿐 아니라
엄마도 덩달아 같이 바빠진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입니다.
소풍을 가면 담임 선생님 도시락은 당연히 반장 엄마가
준비해야 했는데 저희 엄마가 미처 생각을 못하신 것입니다.
소풍간 날, 친구들과 도시락 먹을 준비를 하는데 저를 멀뚱
쳐다보시던 담임 선생님.
저는 왜 그러시나 했지요.
다른 반 선생님이 "네가 ㅇ반 반장이냐? 선생님 도시락
준비 안 했니?" 하고 물으셨는데도 무슨 상황인 지
잘 몰랐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다른 반 아줌마 선생님들의 배려를 받으셔야만
했지요.
해마다 가을이 되면 떠나고 싶은 소풍...
그리고 소풍을 생각하면 항상 엄마가 떠오릅니다.
시집가서 아이낳고 벌써 유치원 소풍 때 김밥을 싸게 된 저를
바라보며 엄마에 대한 애잔함과 사랑으로 목이 메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