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운도를 쓰던 일호와 도망간 놈 그리고 그 밖의 많은 독안마제의 일당들.......
독안마제가 유혼대제라는 것이 확실하고 유혼교주가 결국은 독안마제의 하수인........
효연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지막 종착지는 독안마제와 연결되었다.
늦은 밤이었으나 효연은 잠이 들지 못하고 이런 저런 생각에 심사가 복잡하기만 했다.
갑자기 천무장에 있는 자신의 딸 유빈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와 겹쳐지는 얼굴, 얼굴들이 잔영을 남기며 떠올랐다 사라지는데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경원공주까지 떠올리게 되었다.
‘음..... 이게 웬.......?’ 갑자기 경원공주는 왜 떠올리게 되었는지.......
어느사이엔가 경원공주가 효연의 가슴속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고개를 흔들며 지우려 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웬 망발인가? 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지?’
복잡한 심사를 달래려고 영충의 방으로 갔다.
“영충형 안 자고 있소?”
“아! 주공 이 시간에 어인 일입니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우리 술이나 한잔 합시다.”
“아,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부스럭거리는 옷 스치는 소리 영충이 문을 열고 나온다. 잠을 자려고 옷을 벗었다가 다시 입었는지 옷매무새가 거칠다.
“잠을 못 자게 한 모양이군요?”
“아닙니다.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도 조금 심난하여 뒤척이던 중입니다.”
“그래요? 그럼 잘 되었군요. 우리 한잔 취해봅시다.” 밖으로 나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라 객점에 이야기하여 좋을 술 몇 병과 안주를 간단히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 기다리면 가져다 드린다는 말에 방으로 돌아와 기다리는데 아예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린 술상이 들어온다.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람이 술상을 보아오라 하니 객점주가 긴장하여 차린 모양이었다.
효연과 영충은 마주앉아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마시는 도중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는데 백호단주인 능풍이 금령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무심히 지나쳤던 일인데 영충의 눈에 띄었다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영충에게 자리를 한번 만들어 성사시켜보자고 하였다. 영충은 자신에 대하여도 사려 깊은 마음을 보여준 효연이기에 무조건적인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던가?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되는 효연의 마음 씀씀이였다. 영충은 일단 원주에게 보고를 하여 도와달라는 말을 하였다고 했다. 효연도 영충이 생각보다 넓고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그마한 사실에서 큰 결과를 볼 수 있었으니.........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하는 속에 지니고 있던 하고 싶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효연은 가족이 없는 천애고아였지만 영충에게는 아직까지 가족이 살아있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참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효연은 가슴이 아팠다. ‘그래, 내게도 이모가 계시지 않은가? 내 마음이 이럴진대 영충형도 가족이 많이 보고 싶을 것이다.’ 빨리 가족에게 보내어 가족들과 같이 살 수 있도록 마련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유혼교에 대한 적개심에 불이 붙자 효연의 눈에서는 다시 불꽃이 일기 시작했고 영충이 놀라서 “주공, 무슨 생각을 하시기에 갑자기.....” 영충의 말에 타오르던 적개심을 누르게 된 효연은 좀 전에 영충이 술 마시며 말했던 말들을 다시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영충형! 우리 빨리 일을 마치고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살 터전을 만들어 봅시다.”
“주공! 그런 날이 올까요?”
“당연하지요. 우리가 힘을 모으면 불가능할 게 없습니다.”
“싸움도 없고.....갈등도 없는 오직 평화와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모여서 살아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만들 수만 있다면 열 번 죽는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충형이 내게 일깨워준 것입니다.”
“주공의 마음속에 항상 그리던 그런 곳이겠지요......”
“아! 형수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제 산월이 몇 달 안 남았지요?”
“신의께서 말씀하셨다는데....... 산모가 하체가 부실하여 조산의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셨다더군요...”
“음.... 걱정입니다. 여기에서 성형 하수오를 하나 구해서 보냈으니 복용시키라 하십시오.”
“아!.....주공......” 감격 할 밖에....
“독안마제가 활동을 개시 한 것 같습니다. 저 세 놈의 수급이 독안마제의 직속들입니다.”
“음...... 그자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있으니.....”
“지금 유혼대제라는 명호로 활동을 한다하니 유혼교를 더 괴롭혀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들이 여차하면 아미를 먼저 치려 할 것입니다. 각파에서도 인원을 선발하여 아미를 지원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야 하니 연락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내일부터는 많이 움직여야하니 오늘은 이만 쉬기로 합시다.”
“예, 주공도 편히 쉬십시오.”
영충이 돌아가자 약간의 취기를 느낀 효연은 그대로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해가 거의 중천에 올랐을 때에야 일어난 효연은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몇 번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쁜 듯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물건을 지고 나르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로 길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아무런 걱정이 없을까? 저 사람들은....’ 자신의 한 몸에 얽혀있는 많은 은원과 풀어내야할 일들.....
일어나자마자 골치가 아픈 생각들이 밀려오니..... 등 쪽이 뜨끔거린다. 보이지 않아 치료를 못했기 때문인가?
꽤 거슬리는 상처가 생겼다. 효연이 얼른 영충을 불렀다, “흠.... 잘 주무셨는지요?”
“어서 오십시오. 제 등을 좀 보아 주십시오.” 하며 옷을 벗고 등을 내보였다.
“헉!.... 이게 언제 생긴 상처입니까? 아무래도 의원이 와야 할 정도인데요.....”
“그래요? 그래서인지 결리고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 영충이 의원을 찾으러 뛰어나가고 효연은 자신의 운기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부근에 열양을 가하기 시작했는데 더 화끈거리기 시작하였다.
“음......”저절로 신음이 흘러나온다. 밖에서 바쁜 발걸음소리와 함께 늙수레한 의원과 영충이 들어왔다.
“저 등의 상처를 좀 치료해 주십시오.”
“어디 한번 봅시다.”
“음.......” 상처를 자세히 살피던 의원은 “이 상처는 만화독장으로 이곳에서 나는 독물이 아닌데....”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만화독장의 치료는 까다로워서 오래 걸려야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만화독장 치료약은 제게 있으니 얼른 치료할 방법이나 강구해 주십시오.”
“독장에 상한 환부를 깊게 도려내고 더 이상 독장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열을 가하면 독장이 더 번지므로 차게 하여야 합니다.”
“음.... 그걸 모르고 어제 열양을 가하였으니....”
“먼저 침으로 환부부근을 마비시켜야하는데 그러면 별로 아프지는 않지만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참을 수 있다면 마비시키지 않고 시술하여야 하는데 참을 수 있을 런지?”
“빨리 치료하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냥 시술해 주십시오.” 효연의 말이 떨어지자 의원은 약통을 펼친다. 그 속에서 몇 자루의 칼이 나오는데 송곳같이 생긴 칼과 갈고리처럼 생긴 칼 등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조그만 칼들이 나열되고 의원이 영충에게 “나가서 끓는 물과 깨끗한 면 헝겊을 많이 준비해주오.” 하였다. 영충이 나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의원이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하고 물었다.
“마음대로 시술하셔도 됩니다.”
“독장이 견갑골까지 들지 않았다면 쉽게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걱정 마시고 시술하십시오.”
“여기 끓는 물과 면포입니다.” 영충이 어느새 준비하여 탁자에 내려놓았다. 의원은 칼을 전부 끓는 물에 담았다 꺼내어 면포위에 가지런히 진열하고 난후에 송곳 같이 생긴 칼을 들고 효연의 입에 헝겊을 막대에 감아 물렸다. “꽉 물고 계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빨이 다 상할 것이니.” 효연은 의원이 시키는 대로 꽉 물었다.
“슥...” 아프다. 칼이 생살을 베어내고 있다. “이 독장은 묘족들이 사냥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어찌....”
“으.....” 사정없이 도려내며 흐르는 피를 면포로 연신 찍어내는데 금시 시뻘건 피로 젖어 들어 옆에서 보기에도 끔찍하다. 영충이 효연의 어깨를 쥐며 주변의 혈도를 눌러주었다. 약간의 통증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서걱..서걱...” 뼈까지 긁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 고통이 머리끝까지 찌르고 들어왔다. 아무래도 정신을 잃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자 효연은 이를 더 깨물며 운공요상에 들기로 작정하였다. 일주천을 겨우 끝내려 하자 의원이 시술을 마쳤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얼음을 구해야 하는데...” 초여름에 들어선 때에 어디에서 얼음을 구할 수 있겠는가? 그 소리를 듣게 된 효연이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영충 빨리 물 한 사발 가져오시오.”
영충이 급하게 물을 들고 오자 효연이 물위에 손을 얹어 현음지기를 발하였다. 대접에서 찌익하는 소리가 들리며 대접속의 물이 얼기 시작하였다. 의원은 눈이 휘둥그래지며 입이 벌어져 말을 못한다.
“다 되었습니다.” 의원에게 대접을 내밀자 의원은 얼른 받아들고 얼음을 잘게 부수어 면포에 싸서 효연의 상처부위에 효연이 건네준 독장치료제와 함께 대고 면포로 동여 메었다. “흠..... 대단한 일이로군....”
“내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게 사실이었군요.”
“얼음이 다 녹으면 독장 치료제를 더 바르고 다음에는 새살이 나올 때까지 안정을 취할밖에 다른 치료법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의원님 덕분에 쉽게 치료 되어서....” 효연은 의원의 치료 솜씨에 감복하였다. 자신도 거의 반 의원이었지 않은가? 그리하여 신의에게 보내어 돕게 하였으면 하고 생각을 하였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젊은 나이에 내력도 그렇고 참는 힘도 그렇고....”
“과찬이십니다. 의원께오선 어떻게 만화독장을 아시고 그 치료법까지?”
“나는 어려서부터 용독과 제독에 흥미가 있었지요. 그래서 약간 알고 있는 것입니다.”
“혹 무족신의라는 분을 알고 계신지요?”
“알다마다요. 그분은 우리에게는 의성으로 불리 우는 분입니다. 그분의 처방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이 당금에는 거의 없지요.”
“그분이 지금 군산근처의 천무장에 계십니다. 그분에게 가셔서 좀 도와주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허! 제가 그분 곁에서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제게는 무한 복이지요. 제발 그 길 좀 알려주십시오.”
“영충형, 이 의원님에게 서찰을 하나 써서 신의께 가실 수 있도록 조치 해주십시오.”
D-1인가요?
어느세 99회이군요. 100회 자축연은 여러분의 의견에 따라야 할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쁘다는 분들의 연락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