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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밥상

반짝반짝 |2004.10.28 13:10
조회 34,200 |추천 0

남편과 마주앉아서 밥을 먹어 본지가 언제인지 모를 만큼
늘 바쁜척하는지 아니면 진짜 바쁜지 알 수 없는 남편이다.

언제나 아들과 단 둘이서 세끼를 해결 해야 하는데
어떤 날은 김치 하나와 김만 놓고 먹을 때도 많다.

밥을 하고 반찬을 하면
누구든지 맛있게 먹어주면 절로 신바람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일일이 남편을 위해서 밥상을 차리지 않으면 편안 할 때도 있지만
아들과 둘이서 먹을 때면 좀 쓸쓸함도 있다.

우리 집엔 쌀을 친정엄마가 직접 사다 주신다.
유난히 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남편은 한끼를 먹더라도 좋은 쌀 맛있는
쌀을 고집한다.
보통 20kg에 4~6만원으로 차별적이지만 꼭 최고로 비싼 쌀을 사먹는다.

이런 남편의 까다로운 쌀 사랑 때문에 햅쌀을 친정엄마께서 택배로 부쳐주셨다. 사실 논농사를 접으신 지 오래되었기에 햅쌀을 아는 사람에게 돈으로 주고 사다 주신 것이다.

 

논 3마지기가 전부였던 부모님은 평생을 그 논에서 난 쌀로 먹었는데 우리 동네에 큰 저수지가 생기는 바람에 그 저수지 안으로 논 3마지기가 몽땅 들어가 논농사는 지을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올라온 햅쌀은 밥맛이 그만이다.
기름이 좔좔 흐르는 것이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좋은 쌀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름진 쌀에 치명적인 이물질이 들어있었다.
바로 돌이었다.
쌀이랑 무늬도 비슷하고 모양도 비슷하여 도저히 잡아낼 방법이 없다.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돌 돌 없애는 방법이 모가 있어요?"
울 친정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바가지에 쌀을 살 살살 흔들면 돌이 남느니라"
엄마에게
"알았어요..엄마..내가 해보고 전화 할께요"
그리고 다시 밥을 씻어서 바가지에 대고선
살 살살 흔들면서 돌을 골라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살 살살 해도
그 살 살살이라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바가지 두 개로 아무리 양쪽을 흔들어도 결국은 돌 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매번 이쪽저쪽으로 쌀뿐이 없었다.

”그래...어차피 복걸 복이라고..
운이 좋으면 돌을 피해 가는 거고 아니면 씹는 거고..”
아들도 어떤 날은 내가 돌을 씹어서 아~~소리를 내면
인상부터 찌푸리고 빨리 뱉어 라고 휴지부터 건 내 준다.

어느 날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이런 날은 주말일 가능성이 100%이다.

남편과 아들이랑 셋이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이 우지직~~ 아....돌을 씹고 말았다.

속으론
`나 죽었다. 하필이면 남편에게 돌이 걸리 남….빗겨가면 어디가 덧나..
원성을 어떻게 듣는담..돈을 벌어 오라는 것도 아니요..그냥 집에서 밥도
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하면 어떻게 대답하나..매일 밥 먹는 거도 아닌데 어쩌다 한번 먹는데 어 휴~~’’가슴이 벌렁벌렁..
화끈거리는 얼굴은 왜이리 진정이 안되남..`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온갖 잡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동안
울 아들은
"A.....E.....C....WOO.....C....쯧....." A,,,C..옹알 종알…"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하고선 잽싸게 휴지를 갖다가 아빠 손에 쥐어주었다.
우리 母子의 발 빠른 대처방법을 생각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순간의 찰 라의 시간이 100년보다 긴 시간 이었다.

우리의 애처로움을 뒤로하고
남편은 우지직~~찍..우지직...너무 맛있게 돌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여보...돌 돌...인데..그냥 뱉지??"

미소 가득한 얼굴엔
"이까지 돌 먹었다고 어떻게 되는것도 아닌데 뭘..그냥 먹지모..
큰 일할 사람이 돌쯤이야..괜찮아.."

헉~~~우 앙...우 앙..
진정 이 사람이 내 남편이란 말인가..

모…꼬집어서 모난 구석은 없지만 너무나 멋지게 말을 한 남편이
일찍이 이렇게 멋있는 줄 꿈에도 왜 상상 못했을 꼬..

한바탕 난리법석을 생각해서 밥을 끝까지 먹기는 틀린 것 같다고
가슴 졸이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그날..우리가족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다.

비록 반찬으로 올려진 서너 개의 접시와 한쪽 다리가 고장 나 흔들리지 않게 상다리를 받쳐 줘야 하는 저녁상이였지만 아마 최고의 밥상이 아니 였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 가득한 미소를 잃지 않고

언제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나도 이렇게 남편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언제 생길 련지..
너무 이쁜 남편의 행동에 결혼 하나는 진짜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속 좁게 정 없게 굴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난 쌀에 든 돌을 일일이 손으로 고르는 작업을 목숨 걸고 하고 있었다.

 

☞ 클릭, 오늘의 톡! 응큼하긴, 이 남자 너무 밝히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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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떱..|2004.11.04 09:48
저게 뭐 어쨌다고 ...돌한번 씹었다고 그케 무서울 정도로 화내는 남편있나 ㅡ.ㅡ
베플김진주|2004.11.04 11:58
전 이 글 읽으면서...글쓴분께서 남편을 무서워하시는게 아니고 긴장하거나 떠시는게 아니고......올만에 집에 와서 밥을 먹는...쌀좋은것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동안 바깥밥으로 맛난쌀로 지은밥도 아닌밥을 먹었을 남편에게 정말 좋은쌀로 지은 맛있는 밥을 먹이고 싶었는데 남편분 드시는도중 돌이 씹혔으니 얼마나 기분 상할까? 하는 부인의 사랑과 배려라고 생각됩니다. 설마 남편이 소리지르는게 무서우셨을까요? 그저 집에 있으면서 좋은쌀로 맛난 밥한끼도 챙겨주지 못하는 글쓴님 스스로의 자책과 안타까움 이겠지요. 그러다 환하게 웃어주는 남편분의 미소에 모든 마음의 짐이 풀리셨겠지요. 저도 제 동생 군대보냈다가 휴가나오는 날 소고기 한근을 사다 볶았는데 그 고기가 너무 질기고 맛없는게 그게 그리 서럽더이다. 또 동생에게 미안하고 눈치보게 되고 그래도 누나 고맙다고 밥2그릇을 비위내는 내동생이 그리도 고맙고 사랑스럽더이다. 글쓴님도 그런맘이 아니셨을까 하네요.
베플옴마여~|2004.11.04 17:27
돌찝히는게 뭐가 그리 대죄라고 글케 쫄면서 사세요? 이상하넹. 쪼는게 더 이상하지.. 평소에 신랑성격이 불같은가? 글구 신랑도 이상타.. 돌 씹었으면 그냥 밷을일이지..뭘 그걸 계속 먹어???? 쪼는 부인이나 그냥 먹는 남편이나. ㅎㅎ 내참...모를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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