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의 예정된 좌절을 지켜보며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고건 전 국무총리가 ‘깊은 고뇌 끝에 저는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오늘부터 정치활동을 접기로 하였습니다.’라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35%를 넘나드는 높은 지지율로 가장 대권에 근접한 정치인에서 10%내외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결국 중도 포기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고건 총리의 이러한 좌절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런가 그 점에 대해서 살펴보면
사실 고건 총리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일국의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다. 서울대학에선 총학생회장을 지냈으며, 행정고시 합격에 37세에 전남지사, 12대 국회의원에 교통부 장관·농수산부 장관·내무부 장관을 지냈고 관선·민선으로 서울시장만 두 번, 국무총리도 두 번, 명지대 총장으로 일하며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더한데다 대한민국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어떤 대권주자보다 화려하고도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게다가 고전총리는 그 많은 직책을 거치면서 한 번도 금전과 관련되어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적이 없을 만큼 청렴개결한 성품의 소유자이다. 탁월한 행정능력과 높은 도덕성 대통령이 되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고건 총리는 35%의 고공행진을 끝으로 지지율이 끝없는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다. 그 자신의 정치성향 즉 정체성이 너무나 보수적이어서 그를 지지해왔던 전통적인 범여권 유권자들과 정서적 괴리감, 정서적 불일치(不一致)가 너무나 심했던 것이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언급해 보면 우선 부동산 문제만 해도 고건 총리는 이명박, 박근혜 두 한나라당 주자와 차별점이 거의 없다. 특별히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세 중과세 부분에 있어서는 손학규 의원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시장중심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만 해도 그렇다 고건 총리는 <노동유연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50%를 상회하는 나라에서 그로 인해 소득 양극화가 대책없이 심화되는 나라에서 신자유주의에서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그 외 교육, 북핵 문제는 논란과 이슈가 되었던 사항들마다 고건 총리는 거의 늘 보수적 색채가 농후한 정책을 발표해왔다. 김대중, 노무현을 지지해왔던 온건성향의 진보적 유권자들이 고건 총리에 대한 지지의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날 고건 총리의 참담한 정치적 좌절은 한 마디로 자업자득인 셈이다.
고건 총리의 급격한 낙마로 이제 범여권의 대선주자는 어찌보면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날 정도로 눈에 확 뜨이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여권의 최종 대권후보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사실은 고건의 참담한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