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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이야기★★ -완결-

瓚禧 |2004.11.03 22:37
조회 4,059 |추천 0

 


★★앙큼한 이야기★★







(41) 염통떨리는 첫 데이트





하지만 그 프로젝트에 앞서 그 보다 더 중요한건 그녀석과 나와의 첫 데이트였다.






금요일날 저녁






[내일데이트나하자]






라는 띡 문자 하나에 난 토요일날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안절부절 하고있었던 것이다. 원래 주말에는 12시까지 자 줘야 하는 나였지만, 오늘은 다른날과는 다른게 마치 소풍가기전날처럼 두근 두근 대기까지 한 나였다. 근데 그때 우리집 앞에서 빠방 대는 크렉션 소리가 시끄럽게 내 귀를 자극시켰다.





“아! 씨벨....가뜩이나 떨려 죽겠는데 어떤 녀석이야!”





라며 창문을 휙 열어보았더니, 검은색 코란도를 몰고 우리집 앞에서 (정확히 말하면 내 창문앞에서)손을 흔드는 약간 멋지구리한 범익놈이 보였다. 그제서야 난 창문을 휘익 닫고 옷장에 있는 옷을 다 꺼내면서 중얼댔다.





“에잇! 저런 매너없는 자식! 미리 예고를 하고와야지! ”





라며 짜증을 내고 있었지만, 사실 내 손은 덜덜거리면서 옷을 찾아헤매고 있었다. 옷없다며 투덜거리며서도 백만년 만에 화장도 하고, 나름대로 깔끔한 청바지에 단정해 보이는 니트까지 갖춰입고서는 나갔다.







“그래도 일찍 나왔네?! 족히 한두시간은 걸릴줄 알았는데....”


“이봐! 나 미쳤나봐. 막 염통떨려!”


“기집애! 말하는 것 하고는....빨리 타!”






라고 말하는 범익놈의 옆자리에 사뿐히 올라타고, 우리는 나란히 사이도 좋게 놀이동산으로 향했다.








“이봐! 놀이동산 백만년 만에 가보는 것 같아!”







라는 내 말에 범익놈은 키득거리더니 기어이 한마디 했다.







“너 요즘 백만년이란말 자주쓰는거 알아?!”


“내가 그랬나?!”


“그랬어!”






다른때 같았으면 발끈했을 나였지만, 뭐 오늘은 이래도 기분좋고, 저래도 기분좋은 첫 데이트 아니시던가?! 나름대로 잔뜩 기대를 하고 간 놀이동산에는......






“에이 씨벨....”


“이봐! 참으라고, 주말에 놀이동산이 다들이렇지 뭐...”






라며 이리 저리 부딧히며 짜증을 내는 나를 받아주며,애써 말리느라 진땀을 빼는 범익녀석이 있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리 저리 헤집고 겨우 들어온 곳에는 사람들로 꽉차서 어디건 족히 한두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놀이기구 하나탈정도로 만원사례였다. 그나마 사람이 가장 적은곳이 대관람차였다.





범익놈과 나는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 그곳을 원한다는 눈빛을 강렬히 주고받았다. 우리가 그곳에 가고싶어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몇사람 없는 줄 때문이였다. 줄서자 마자 우리는 단둘이 나란히 대관람차에 들어갔다.









“우와! 나 남자친구생기면 대관람차 꼭 오고 싶었어!”


“그래?!왜?!”


“그냥 괜히 낭만적이잖아!”


"괜히 낭만적?! 니가 낭만적이란것도 알았냐?“


“이봐! 만화책에 보면 대관람차 장면은 꼭 등장한다고!”









하지만, 대관람차는 내 바램과는 달리 무지 천천히 위를 향해 올라갔기 때문에 처음에 들떴던 내 기분은 그 속도만큼이나 점점 다운이 되어가고있었다. 그때 쿠궁이라는 소리와 함께 그나마 움직이던 속도도 멈추어 버렸다.






“안내말씀 드립니다. 잠시 기계상 문제가 있사오니, 당황하지 마시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어주시기 바랍니다. ”






라는 일률적인 언니의 안내방송이 있고난 후에야 난 다시 내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바로 맞은편에 그것도 가까운 곳에 무릎이 거의 닿을 정도에 범익녀석의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그때, 범익녀석의 뒤편에 보이는 그러니깐 바로 앞쪽에 올라탄 연인들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뭐냐?!”





라는 내 시니컬한 말투에 범익녀석 잠깐 뒤를 돌아보더니, 이내 흠흠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뒷 커플들은 찐한 애정행각중이였던 것이다. 한참을 얼굴 빨개져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던 범익놈이 갑자기 표범마냥 내 입술에 살포시 스며들어왔다.




꼴에 키스한번 해봤다고 난 나름대로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감정상태에서 그 녀석의 입술을 받아들였고, 범익녀석도 부드럽게 내 입술사이를 맴돌다 살짝 안으로 들어와 나와 그 녀석의 입술은 드디어 하나가 되었다.






어느새 움직이기 시작한 대관람차의 움직임과 함께 우리의 입술은 떨어졌다.








“...같애!”


“응??!”


“너 표범같아.”







날렵하게 내 입술을 점령한 범익놈은 상당히 표범스러웠다. 표범과 고양이라....왜 내 주변에는 동물녀석들밖에 없는거야?!!!!!!!!!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여서 그런가? 범익놈의 키스는 그 고냥이 녀석과는 차원이.....다르길 바랬지만, 역시나...... 범익놈의 키스는 고냥이 녀석의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뭐야? 엮겨지는 한쌍인 거야? 그런거야? 자꾸만 고냥이 녀석이 생각나는 내 마음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름대로는 낭만적이였던 동창놈과의 데이트는 끝이났다. 다른 사람들처럼 손도 잡고, 낄낄 거리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정말 환상적인 데이트였는데......물론 내 머릿속에 고냥이 녀석이 깔짝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한참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했다. 고양이 녀석에 관한 내 감정은 무엇인지......





하지만, 짧은 소견의 나로써는 도무지 모르겠다.







★★앙큼한 이야기★★







(42) 미묘한 감정 차





열심히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데 범익놈에게 띡 하니 문자가 왔다.




[밥사줄게! 나와라]




오호라! 오늘 밥값은 굳겠군. 나름대로 비싼 것을 먹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점심까지 굶고는 범익녀석이 오라던 회사 근처 이자카야로 향했다. 아무리 홀을 둘러봐도 우리의 꽃돌이 범익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이녀석 지금 나 가지고 장난친거야?”





그때 누군가가 내 등을 툭 하니 쳤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을때에는 고양이 녀석이 한끗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고양이 녀석 키 186 내 키 159(모든 정확한게 좋다. ) 뭐 항상 반올림 해서 160이라고 끼득 끼득 우기긴 하지만, 역시나 150대를 못넘기는 나였다.





“여긴 왠 일이야?!”


“그러는 사.장.님은 왠일이신가요?”


“나야! 권사장 만나러 왔지!”








잠깐 권사장이라면 범익놈 아니야?! 그때 안쪽 다다미 방문이 빼꼼히 열리더니 범익놈의 상판때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입니다. ”








그런 범익놈과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던 고양이 녀석은 잔뜩 심사가 뒤틀린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그런 고양이 녀석의 표정을 보자 뭐랄까? 괜히 내가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다. 그냥 마구 마구 그 녀석이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깔끔한 회색빛 정장을 차려입은 범익놈이 내 팔을 끌어 자기의 옆자리에 앉히고선 여전히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앉아있는 고양이 녀석에게 말했다.







“혼자 나오는 것 보다는 여럿이 있는게 좋을 것 같아서, 제 여.자.친.구도 불렀습니다. 괜찮죠?”








여자친구라는 말에 잔뜩 힘을 주어 말하는 범익놈,그런 범익놈을 알수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고양이 녀석, 내가 아는 고양이 녀석이라면 분명 이런자리에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텐데...... 사업상의 입장이란게 이런것일까?! 갑자기 사업을 하려면 간도 쓸개도 빼 놓고 일해야 한다던 시베리아 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언니는 그 말을 하면서 사장실을 애잔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어쨌든 그렇게 자리에 앉자, 곧이어 기모노 차림의 새초롬해 보이는 여 종업원이 들어왔다. 고양이 녀석이 뭐라 뭐라 주문을 하는 동안 범익놈이 내 손을 꽈악쥐었다. 왠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였다. 당당해 보이면서도 불안해 보이는 범익놈을 보자, 요 몇일 내 감정이 흔들리는걸 눈치챈건 아닌지 괜한 걱정감이 밀려왔다.







“저번에 류진의 일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권사장님 아니였으면 큰일날뻔했습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우리집 앞에서 서로 죽일 듯 노려보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둘은 덤덤해 보였다. 게다가 한껏 기고만장했던 고양이 녀석이 한걸음 고개 숙여 들어오니깐 왠지 옆에 있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댈 지경이였다.






-역시 ....... 저런 면도 가지고 있어서 사업에 수완이 좋다고들 하는것이였나?







고양이의 말에 범익녀석은 찰랑대는 술잔을 원샷해 버리고선 약간은 승리감에 도취된 얼굴로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범익놈의 그런 얼굴은 미쳐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꽤나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였다.







“별말씀을요! 제가 도와드렸으니 임사장님도 약속을 지키셔야지요!”


“약속이라니요?”


“제 여자친구 말입니다.”






아무래도 내 주변에 얼쩡거리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같은것이였다. 범익놈의 말을 듣자 가슴이 뜨금 거렸다. 왜인지는 몰랐다. 범익놈을 보면 고양이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더니, 고양이 녀석을 마주하고 앉아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니깐 감정은 배가 되어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아직도 내가 고양이 녀석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사랑한 만큼 미워했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열지 않았던 내 마음을 송두리째 주었던 사람이였다. 떠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쓰러지듯 주저앉아 통곡했던 나였다. 그런 그를 죽도록 미워하려 했었다. 근데...... 근데....... 가끔 이렇게 내 심장이 예전처럼 발작을 일으키면...... 난 대책이 없어진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을까?! 고양이 녀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다시 자작을 하고선 범익놈은 잔뜩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이야? 동정이야?”


“무슨뜻이야?”


“그에 대한 니 감정말이야...... 니 얼굴에 다 나타나 있다고..... 흔들리는 니 마음이......”





그래서 이런 자리에 나를 동행한거야? 그런거야?








“나도 ...... 잘 모르겠어......”







난 항상 솔직하길 바랬다. 범익놈에게나 고양이 녀석에게나 특히나 내 감정에 대해선 솔직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런 내 말에 범익놈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곤 쥐고 있던 내 손을 내려 놓더니 말했다.









“임사장에게 나 먼저 간다고 전해줘!”








말릴 새도 없었다. 그 녀석은 그렇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만 덩그러니 남겨둔채 나가버렸다. 그가 나간후 곧 고양이 녀석이 들어왔다. 절묘한 타이밍이였다. 벙쪄 있는 내 앞에 앉던 그가 말했다.









“동정인지, 사랑인지, 알려 줄까?”









아마 나와 범익놈의 말을 옅들은 모양이였다. 이건 상당히 위험한 징조였다. 범익이 나가버리자 내 심장도 그대로 멈춰버렸다.







“화.....난건 아니겠지?.........”


“화 났겠지. 그 상황에서 화가 안났다면 그게 사랑인가?”


“나.....이제알 것 같아요. ”


“뭘?!”


“나 범익놈이 사랑인가봐요. 지금 이렇게 아파서 숨도 못쉴 것 같은거 보니깐.....예전에 오빠 보낼때처럼 말예요.”



내 말에 고양이 녀석의 표정이 눈에 띄이게 굳어졌다. 난 벌떡 일어나 그대로 길가로 뛰쳐 나왔다. 이리 저리 두리번 대도 범익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범익아!!!!!!!!!!!”








멀리 못갔을꺼라는 생각에 열심히 범익놈의 이름을 불러대며 뛰어다녔다. 땀이 송글 송글 맺히도록, 백미터 달리기도 힘들고 귀찮다고 안하던 나였는데 태어나 그렇게 절실히 뛰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한참을 뛰며 돌아다닐때, 저기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는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찬유야! 너 그거 알아?]


[뭘?]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방법!]


[그게 뭔데?]


[그건 말이지.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도 그 사람 모습을 딱 찾아낼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야. 사랑하면 그 사람만 보이거든...... 그 사람 뒤통수만 보고도 아! 내 사람이다.... 라고 느끼면 그게 사랑이야.]









갑자기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오직 내 눈엔 택시에 올라타려 하는 그가 보였을 뿐이다. 난 정말 죽기 살기로 뛰어가 그의 옷깃을 탁 하니 잡았다. 내 손길에 의아한 듯 쳐다보는 범익놈의 허리를 냅따 감고는 말했다.









“내가 오해한거야! 그러니깐 그러니깐......화내지 마!응?”


“그말할려고 지금까지 뛰어온거야?”





범익놈은 이마에 흘려내리는 내 땀방울들을 양복 옷깃으로 살며시 닦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그는 꽈악 앉아주며 말했다.







“다시는 나 불안하게 하지마.”




그에게 안겨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지만, 난 여전히 그의 옷깃을 꼬옥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향긋한 범익놈의 스킨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마치 세상에 나와 그가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 뒤에 들려온 택시기사 아저씨의 짜증섞인 재촉만 없었다면 말이다.
































★★앙큼한 이야기★★







(43) 어설픈 동거





천청벽력 같은 소리였다. 엄마는 그날도 아무렇지 않게 팩을 하며, 툭하니 말을 내 던졌다.







“우리 이사갈꺼야.”






엄마 옆에 누워서 TV시청에 여념이 없던 나는 엄마의 말을 듣는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이사갈꺼라니까?”


“어디로 갈껀데?”


“사우디 아라비아!”


“뭐야?! 지금 사우디로 이사간다고?”


“응!”







당황한 나와는 달리 엄마는 천하태평 중이였다. 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엄마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왜?”


“아빠 그리로 전근가야 한대!”


“설마...... 나도 가야 하는거야?”


“그럼 내가 너만 두고 가야겠냐?!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인데 이럴때 마저 천대하면 그건 아니될 노릇이야.”






언제부터 내가 하나밖에 없는 딸래미 대접을 받았단 말인가?! 근데 정말 이제 막 범익놈과 러브 러브중인데 이럴수는 없었다. 난 그날 저녁 잔뜩 침울한 표정으로 우리의 파라다이스에서 이별을 고했다.







“우리 헤어져야 겠다.”


“왜?”


“우리 이사가야 한대.”


“니네 이사가는 거랑 우리 헤어지는거랑 무슨 연관관계가 있나?!”






범익이 이녀석...... 나랑 놀더니 점점 맹해지는 것 같다. 난 그런 범익놈의 어깨에 손을 턱하니 올리고 잔뜩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우디로 가신댄다. 우리 아부지 전근가신대.”


“그래서 너도 갈려고?”


“안가면 나 어디서 살라고?”


“우리집 들어오면 되잖아!”


“뭐??!”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다. 그러고 보니 가만......뭐 어짜피 나 결혼 적령기가 되도 델꾸가 사람도 없겠다.(난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런 지랄맞은 성격의 여자를 누가 데리고 가겠는가?!) 그리고 범익놈, 그 넓은집에 혼자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범익놈과 사는것도 괜찮을거란 생각이 마구 마구 들기 시작했다.







설마 사귀는 사이에 월세를 내라고 하겠는가?! 수도세를 나눠서 내자고 하겠는가?! 이건 신이 내게 주신 절호의 기회였다.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젠 저녁마다 범익놈과 헤어지기 싫어졌던 것이다. 겔겔겔 그렇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진 마시길.....난 꽃다운 24살 이란 말이다. 한참 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이기도 하고, 그런 일에 부끄러워할 나이는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범익놈을 보고 말했다.






“그럼 니가 우리엄마한테 허락 맡아와!”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였다. 우리 엄마의 허락! 앞에도 말해서 알겠다 시피 우리 엄마 아주 강력한 내공의 소유자이다. 아마 허락 맡기 힘들껄?!






이라는 내 생각은......정말 개나 줘버려야 하는것이였다. 그 다음날 엄마는 또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했다.







“너 저기 파란 지붕 집 애랑 사귄다며?”


“응......”


“너 사우디 안가고 거기서 살고 싶다고 했다며?”


“응.....”


“그럼 그래라!”


“설마 지금 허락한거야?”


“그래!”


“뭐야?! 딸래미가 남자랑 그래! 이것도 동거에 속하지! 그렇게 하겠다는데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하는거야?! 도대체 범익이가 뭐라고 그랬길래 엄마가 넘어간거야?!”


“별 말안했어. 단지 지금 니 상황을 이야기 하더라구. 그대로 전하면, 댁의 따님의 외모가 출중하거나, 성격이 절대 좋은게 아니다. 할줄 아는것도 없다. 그런 따님을 책임지겠다. 라는 말과 함께 각서 한 장을 나한테 줬을 뿐이야!”






라며 엄마는 장식장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팔락였다. 그건 2년뒤 아버지와 엄마가 돌아오면 결혼을 하겠노라 하는 각서였다.




어이없어 하는 나를 뒤로하고 엄마는 한마디 날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강남에 빌딩도 몇 개 있고, 돈도 좀 있던 것 같더라. 암만 생각해도 니 얼굴에 니 성격에 그만한 애 만나기 어려울 것 같고, 뭐 이참에 동거라는 걸로 발목 콱 잡아놨으니깐, 나중에 도망은 못갈꺼 아니냐?!”







라며 웃는 엄마의 모습을 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도 엄마의 저런 술수에 휘말려 결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마저도 마구 들 정도였다. 정말 우리엄마지만 너무나 냉정하시다. 어쨌든 그 일이 있은 후 몇일뒤 엄마와 아빠는 떠났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도 엄마는 연신 피부 타면 안된다고 나에게 매달 꼬박 꼬박 팩을 부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딸래미 걱정은 하나도 안하신채.....그렇게 엄마와 아빠를 떠나 보내고 나와 그 녀석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우리가 동거를 시작한 날로부터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정말 생각하면 방금 잠에서 깬 듯 얼마 되지 않은 날들이였다. 물론 범익놈이 고생은 좀 하지만 말이다.







“야! 너 일어나서 빨리 라면좀 끓여와!”


“야! 박찬유! 너 너무하는거 아니야?!나 지금까지 밖에서 일하고 왔다구. 밥은 못차려 줄망정  시키는건 너무 하잖아.”


“지금 말대꾸 하는거야?!”


“알았어! 한다고! 하면되잖아!”







역시 남자는 초장에 잡아야 한다. 그날 이후 난 범익놈의 적극 추천에 따라 회사를 그만 두었다. 회사를 그만 둔 조건으로 모든 집안일이며 잡다한 일은 범익놈이 한다는 각서를 받아둔 터라 범익놈, 보다시피 나에게 꼼짝 못한다.




덕분에 나는 매일 방에서 뒹굴대며, 온갖채널을 섭렵하고, 만화책을 독파! 모르는 만화와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다. 나의 하루생활은 이랬다. 아침 9시쯤 느긋하게 일어나 범익놈이 차려놓은 밥을 먹고, 그때부터 드라마 재방송을 보기 시작한다. 누워서 과자를 먹으며 보는 드라마 재방의 맛이란.....





그리곤 한 6시까지는 잠자고, 일어나고, 밥먹고, tv보고,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허비한다. 그리고 6시! 엉거주춤 일어나 동네 어귀에 범익놈을 마중나간다. 그리곤 집에 들어와! 범익놈에게 밥을 시킨뒤 난 또 논다. 뭐 가끔 내가 라면을 끓일때도 있지만 그건 극히 드문 일이다.







호젓히 둘이 앉아 라면을 먹는 이 맛이란...... 엄마의 말이 옳았다. 범익놈같은 남자를 내가 어디서 또 구하겠는가?





































★★앙큼한 이야기★★







(44) 꿈꾸던 결혼식






날씨 한번 화창한 날이다. 난 곱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깔끔하게 틀어올린뒤 집을 나섰다. 집앞으로 차를 보낸 범익놈. 역시 초장에 잡길 잘 한 것 같다. 하얀 궁전같은 웨딩홀에 들어서자, 갑자기 얌전했던 가슴이 두방망이 질 치기 시작했다. 사뿐 거리면서 2층으로 올라가, 신부대기실로 들어갔다.






“어머! 찬유씨!”


“헉. 언니 너무 이쁘신거 아니예요?!”






그랬다. 오늘은 시베리아 언니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였다. 범익놈과 내가 애를 쓴 덕분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노라고 시베리아 언니는 항상 말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였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시베리아 언니를 보고 있자니 조금 부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조금 후면 나도 결혼식을 올릴 터라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 안으로 개싸가지 고양이 녀서과 범익놈이 나란히들어왔다.





고놈 참......누구 남편감인지, 잘 생겼다.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당연히 범익놈이다. 내가 시베라아 언니와 결혼할 고양이 녀석에게 그럴리는 만무하잖아!!!! 어쨌든 조금은 우울한 내 기분을 아는 듯 범익놈은 조용히 내 뒤로 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졸지에 범익놈에게 안긴 꼴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시베리아 언니가 고양이 녀석에게 말했다.






“뭐야?! 권사장님은 찬유 저렇게 사랑받고 있구나 싶게 하고 있는데! 당신 뭐하는 사람이야?! 안돼겠어. 이리와서 대!!!!”






대라는 한마디에 조금은 움찔하는 고양이 녀석.







“이봐. 오늘은 결혼식 날이라고. 좀 봐줘라?! 응?!”






뭐야?! 지금 고양이 녀석, 시베리아 언니한테 애교떠는거야?! 그런거야?! 생전 처음보는 고양이의 기죽은 듯 한 모습에 나와 범익이는 정말 놀랄 노자였다. 그런 고양이녀석을 보던 시베리아 언니가 벌떡 일어나더니 고양이 녀석의 턱을 확 움켜쥐고는 찰싹 소리가 나게 뺨을 때렸다.







“어디서 말대꾸야!”





라는 시베리아 언니의 말에 연신 볼따귀를 쓰다듬으며 고양이 녀석이 중얼거렸다.






“자기에게 내가 맞지 않는 법은 딱 두가지 뿐이야. 하나는 자기가 지쳐서 안때리거나, 하나는 내가 느껴버리는 거지. 우우~ 자꾸 그럼.....나 느껴버린다?!”







라며 휙 하니 신부대기실을 나가버리는 고양이 녀석. 뭐야?! 지금 방금 그 사람 고양이 맞는거야?! 혹시 고양이 탈을 쓴 늑대 아니야?! 아니....그 카리스마 짱이던 사람이 .....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행동하는 시베리아 언니를 보니, 새삼 고양이 녀석이 불쌍해 지기 시작했다. 난 뒤에 있는 범익놈에게 낮게 속삭였다.







“그래도 다행인줄 알라고. 난 때리지는 않잖아. ”





내 말에 범익놈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인다.









“응 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 역시 자기가 최고였어. ”







역시 남자는 길들이기나름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환한 조명을 받으며 입장하는 시베리아 언니와 고양이 녀석, 인정하기 싫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였다. 물론 앞으로 맞고 살 고양이 녀석을 보니 조금 불쌍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그 녀석이 여자를 울린것에 비하면 아주 약과고 쌤통이다 싶었다. 내 생각대로 둘은 천생 연분이였다. 역시 고양이를 잡으려면 시베리아 언니같은 사람을 붙여줘야 했던 것이다.






신혼여행길에 오르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새삼 우리가 참, 서로 사랑으로 살고있구나 느꼈다.







“우리도 다음달이면 저렇게 캔 매달고 신혼여행 가겠지?”


“아마도....빨리 엄마 아빠 왔음 좋겠다.”


“그러게...나도 빨리 당신을 신부로 맞이 하고 싶다구....”







등뒤에 전해지는 범익놈의 따스한 느낌, 범익놈과 나의 앙큼한 사랑이야기는 ing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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