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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1부 1막 : 묘령(昴靈)의 추억 #18)

J.B.G |2004.11.17 10:16
조회 199 |추천 0

 

용국의 황도 진양(眞陽)

적청과 적룡 그리고 미란. 이 사람은 봉국(鳳國)의 수군이 있는 운도(澐島)와 무해도(武海島)를 피해서 외해로 나아가 입항하는 외상의 상선을 타고 용의 해안도시인 전진(展津)을 거쳐 2주 만에 황도에 도착했다. 그들은 은밀히 황도에 들어섰고, 황제는 곧 금위군 대장의 호위를 받으며 은밀히 내성으로 향했다. 내성의 남문에서 적룡과 헤어진 무는 사매인 미란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다음날.

대장군 적청이 신 황제인 적룡의 사면으로 황도로 들어와 군사 미란의 집에 거하고 있다는 소식이 온 도성에 퍼졌고, 곧 많은 문, 무 대신들이 종일토록 미란의 집에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러나. 적청은 자신을 찾는 인사 중에 그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것이냐?”

“성문을 지키던 병사가 사형을 알아본 모양이에요. 별 일은 없을 거에요. 대문을 걸어 잠근 채, 그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았으니 편히 쉬어요.”

“편히 쉬라고…”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무는 무료하게 새로운 황제의 평화로운 등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제상 무린(撫麟)의 집에서는 미란과 무린을 비롯한 몇몇 장수들이 은밀히 밀담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날의 이 작은 밀담은 제국의 역사에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 그 미담에 참여한 누구도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미란 조차…

 

중림부.

운향이 머물고 있는 산장에는 쓸쓸한 바람만이 냉랭하게 새어 들고 있었다. 운향은 창문을 걸어 잠그면서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머니!”

“응…?”

“아버지께서 떠나신 지 벌써 수 주가 지났는데… 언제 돌아오시죠?”

“아마… 내일 쯤…”

 

그렇게 내일을 기약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으며, 그날도 애처롭게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여보…’

 

다음날.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운향은 안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비는 아버지 대신 집 밖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비가 급하게 운향을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 어머니!”

 

두려움이 베어 있는 아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운향이 급히 집 밖으로 나갔다.

 

“왜 그러니…?”

 

밖으로 나간 그녀는 자신의 집을 에워싸고 있는 있는 한 무리의 군사들을 목격했다. 분명히 상인의 복장이었지만, 병장기를 갖춘 틀림없는 군사였으며, 그 중 한 병사는 틀림없는 용국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

 

“다… 당신들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용국의 장수 악귀(鍔鬼)였다. 그는 군사들을 거느리고 두 사람을 맞았으며, 비는 이미 겁을 먹고 운향 뒤에 숨어 있었다. 놀라고 겁에 질린 두 모자에게 악귀가 앞으로 나아와 머리를 조아리며 말 했다.

 

“이곳이 용의 국토가 아니기에 마님을 모시는데 예를 다 갖추지 못한 점 사죄 드립니다.”

“…무슨 용무죠?”

“저는 용국의 장수 악귀라 합니다. 전하께서 두 분을 모셔오라 명하셨습니다.”

 

장수 악귀의 이 말에 운향은 깊은 시름에 잠기고 말았다. 불안이 최악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마님!”

“제… 남편은 어디 있죠?”

“적청 대장군께서는 황도에서 두 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악귀의 이 답에 운향은 심히 마음이 아려왔다.

 

‘결국…’

 

그렇게 마음을 저미고 있는 그녀와 달리 적국의 영토에 군사를 거느리고 와 있는 악귀는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마님! 이곳은 타국의 국경지대 입니다. 오래 머무를 수가 없습니다. 자 어서 말에 오르시지요.”

 

그러나 적국의 영토이기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악귀와 달리 운향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저희 모자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서 제 남편을 돌려 주세요.”

“마님?”

“저희를 볼모로… 남편에게 무엇을 얻으려는 거죠? 황제와 남편은 의형제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군요.”

“마님! 저희는 꼭 마님을 모셔가야 합니다.”

“돌아가세요!”

 

운향은 악귀의 권유를 거절한 채, 비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곧 악귀의 명을 받은 용의 군사들이 그녀를 막아 섰다. 그리고 이러한 사태의 진행은 곧 운향으로 하여금 가슴속 깊이 억제하고 있는 분노를 폭발하게 하고 있었다.

 

“군사들을 물리시오. 장군…”

“부인…”

“어서!”

 

갑작스러운 운향의 위엄 가득한 찢어지는 호령에 악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도 이미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부인! 전 부인을 꼭 모셔가야 합니다.”

“내가 계속 거부한다면…?”

“죄송합니다. 부인…”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악귀는 지금 무엇인가 전할 말이 있는 듯 했으나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에게 운향이 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아 있나 보군요.”

 

악귀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운향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 했다.

 

“마님! 저는 만약 부인과 아드님이 이미 적국의 공격으로 살아계시지 않다면 시신이라도 모셔오라는 영을 받았습니다.”

“…”

“제발 저희를 따라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마님!”

 

그녀를 위협해서라도 데려가야 했던 악귀는 마지막으로 진실로 간곡히 애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한낮 하찮은 촌부로 알고 있는 그로서는 최선의 설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말에 운향은 가슴 깊은 곳에서 들끓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군사를 물리시오. 장군!”

 

갈라지는 목소리로 새어 나오는 힘겨운 그녀의 이 명과 함께 또 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 후에 악귀는 더 이상은 설득을 포기한 듯 일어섰다.

 

“교섭은… 결렬 입니까?”

“내 남편을 불러 주시오.”

“…”

 

결국, 악귀는 마음을 굳힌 듯 굳은 얼굴로 창을 세우고 그녀의 앞을 막아 섰다.

 

“미란 군사께서 아마 보통 여자는 아닐 것이라 하더군요. 역시 사실인 듯 합니다.”

“미란… 이라고…?”

“주위를 둘러보시죠. 이미 궁수들도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냥 저희를 따르는 것이…”

“한낮 촌부를 이리 융숭하게 대접하다니… 몸들 바를 모르겠군요…”

 

악귀는 운향의 기괴한 미소에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한 순간 겁에 질려 있는 사이 운향은 큰 소리로 그에게 명했다.

 

“명령이니! 군사를 물리거라!”

 

운향이 이 거침없는 명에 악귀는 그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는 그녀에게 안타깝게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운명의 화살 하나가 날아들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든 하나의 화살은 그만 운향의 왼쪽 눈을 파고 들었고, 노한 그녀에게서 그만 봉인되었던 피의 냄새가 깨어지고 말았다.

 

“으아아~”

 

그녀는 곧 괴성과 함께 자신이 눈에 박힌 화살을 잡아서 비틀어 자신의 눈을 뽑아 버렸다.

 

“이놈들~!”

 

그녀의 이면에 봉이 되어 있던 거대한 공포 가득한 살기에 순간적으로 악귀는 겁에 질렸고 귀신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홀린 듯 갑작스럽게 들고 있던 창을 좌우로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그 창은 비극적으로 운향의 옆에 영문을 모른 채 서 있던 비의 심장을 꿰뚫어 찢어버렸다.

 

“컥!”

 

비는 악귀의 창에 두 동강이 나 바닥에 흩어졌다.

 

“이…이럴 수가…”

 

악귀는 더욱 겁에 질렸다. 그리고 한 순간 아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운향은 갑작스럽게 발산하던 모든 살기가 산산이 흩여져서는 무너져 내렸다.

 

“…비… 비야…”

 

그때 사방에서 때 아닌 갑작스러운 비명과 함께 산장에 가득한 팽팽하게 긴장된 공기를 가르는 칼 바람 소리가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거대한 비명과 함성… 어처구니 없게도 그곳에 목진국(木眞國)의 군사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목진의 군사?”

 

갑작스런 혼란 속에서 양국의 군사가 뒤엉켜서 때 아닌 거대한 혈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운향은 그만 비의 하반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비야… 어디 있니? 비야!”

 

계속되는 아비귀환의 혼란 속에서 운향은 정신 없이 아들 비를 찾다가 어디서인가 날아온 둔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렇게 운산의 비명은 오랫동안 그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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