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 양씨 아저씨라고 같이 양봉하시는 분이 집을 사셔서 정착을 하신댄다. 거길 가보기로 했다.
거긴 집 같았다. 시골 집이 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집은 바닥에 타일도 깔려있고, 복도도 있고, 침대도 있었다.
양씨 아저씨네는 둘째 아들이 같이 내려와서 양봉을 도왔다. 그 집 둘째는 울랑하고 동갑내기 친구다.
가서 인사드렸더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거긴 동네 한 가운데라 가게도 가깝고 앞 집엔 그룹 사운드가 살아서 토요일이면 드럼과 기타 소리에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마당가로 가니 나무 등걸 위에서 커다란 새가 우릴 째려봤다.
잉 뭔 새가 저렇게 크지. 대머리 머리로 쳐다보는 폼이 독수리같다. 근데 왜 이 아저씨네 마당에 있을까? 난 무서워서 가까이 못가고 아들넘을 안고 쳐다봤다. 랑 친구가 나오더니 그 집에서 개대신 키우는 독수리란다.
"뭔 독수리를 개대신 키워요?"
농장을 가다가 다친 독수리를 발견해서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해줬는데 다리도 절고 날개도 완전히 한쪽이 부러져서 날지를 못하는 독수리가 되었단다.
그래서 그 집에서 고기를 먹여가며 키웠더니 이 넘이 개처럼 충성을 다해서 집도 잘 지키고 나처럼 처음 보는 사람이 오면 째려보고 그런다나. 그러다 가까이 가면 부리로 쫀단다. 조심하랜다.
"저게 날개가 고쳐져서 지네 나라를 가야 박씨를 물어와 부자가 될텐데...그죠?"
랑 친구는 웃겨 죽는댄다.
그 쌀쌀맞은 윤희 엄마가 이렇게 유머스러웠냐며 재미있어 했다. 이궁 실은 내가 한 푼수 하는데 뭔말이람.
독수리 이름을 물어봤더니 이름도 없댄다. 저런. 어른들만 사는 집이라 불쌍한 독수리는 이름도 없이 사는구나. 그래서 그럼 부를 때는 어떻게 부르냐고 했더니 개 부르듯이 부름 온단다. 혀로 아랫 입술을 차며 어여어여 그럼 온다나. 아구 되게 웃겨라
금새 우리 아들이 독수리 이름을 지어줬다.
"독술아~"
제일 간단하지 않은가.
그 대머리 독수리는 우리가 던져주는 고기를 처음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멀리 가져가서 먹곤 했다. 나중엔 그 집에 하도 자주 갔더니 창고 구석 나무 등걸에 쳐박혀서 아는 척도 안했다. 가서 아는 척 해줘야 고개도 안돌리고 겨우 힐끔 쳐다보기만했다. 무지 건방진 새였다.
우리 집에서 슈퍼를 가려면 한참이나 걸어가야했다.
보통 저녁 나절에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거나 랑이 일하고 들어오며 이거저거 사오는 것으로 밥을 해먹었는데 그래도 양념이 떨어지거나 파가 떨어지거나 하면 사러 급히 뛰어가곤했다.
배는 남산만하게 불러오는데 아들 녀석은 장난하느라 중간에 서서 이거저거 구경하느라 내 급한 사정을 감안을 안해주고 잘 안뛰어온다.
그럼 아들 녀석을 옆구리에 척 걸치고 마구 뛰어 다니기도 했는데, 그 모양새가 보는 사람은 그리 웃겼나부다. 나중에 동네 사람이 내 얘기로 꽃을 피웠댄다.
한 깡마른 동양인 임신부가 튼튼한 아들넘 배위에 얹고 날르듯이 뛰어다닌다고...
옆구리에 끼고 달린게 배가 나오니 배위에 얹은 꼴이 되었나부다.
그 때는 힘도 좋아서 아이를 안고 뛰어도 하나도 힘든지 몰랐다. 내 새끼라 그런가부다.
우리 집에서 가게를 가다보면 여러 집을 지나치는데 한 집은 마당에서 타조를 길러서 정말 지나가기 뭐했다. 그 타조놈이 날 쳐다보는게 도둑놈 보듯 쳐다보는데 상당히 기분나빴다.
머리엔 털이 거의 다 빠지고 지저분한 색으로 덮였고 목도 징그러웠다. 정말 못난이였다. 아마 타조계에서도 얼꽝에 속하지 않을까싶다. 게다가 표정관리가 도대체 안되는 넘이었다.
아이를 안고 지나가다 보면 그 커다란 눈을 더 번쩍 뜨고 처음 나무 담장 시작하는데부터 슬슬 내가 움직이는대로 쫓아오며 쳐다봤다.
그래도 난 어케 친해져 보려고 웃어도 보고 인사도 해보고 했는데 날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는 변하지 않고 싸늘하니 날 쳐다봤다.
우띠.
신경질나.
그래서 그 집을 지나치려면 일부러 이젠 타조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그 키가 큰 타조는 나보다 더 커 보였다. 나무 담장 사이에 눈을 맞추고 날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다. 역시 기분 나쁜 표정이다. 그 눈초리는 안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너무 기분나쁜 눈초리이기 때문이다.
어구 야야 나도 너보면 기분나뻐. 밥맛이야.
가끔 너무 미워서 가만히 서서 째려보면 지도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냈는데 나무 담장을 부리로 투투툭 치며 위협을 했다. 그럼 정말 약간 겁이 나긴 하는데 지가 어쩔것이야 담장이 있는데...
막대기가 있음 머리 한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나도 타조를 한 마리 키워봐? 아님 독수리라도?
그래서 그 타조를 데리고 다니며 같이 째려봄 재미날텐데...
랑한테 얘기했더니 타조나 독수리는 나하고 안어울리니 어울리는 새를 한 마리 잡아다 준단다.
아르헨티나 시골은 앵무새 천국이다. 한국은 참새 떼가 있다면 아르헨티나는 앵무새 떼가 있다. 그 앵무새 떼가 앉았다 일어난 곳을 잘 살펴보면 앵무새 집이 아니라 아파트를 발견할 수있다.
수 많은 둥지에 수백마리의 아기 앵무새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랑은 가끔 아들놈 해주라고 거기서 알을 꺼내오곤 했는데 알이 꼭 메추리알처럼 생겼다. 근데 웬지 꺼림칙해서 옆집 아줌마에게 주곤했다.
랑은 평소 눈여겨 봐뒀던 앵무새 아파트에서 아기 앵무새 두 마리를 훔쳐왔다.
근데 앵무새는 뭘 먹고 살까?
해바라기 씨를 좋아하던데 너무 아가라 못먹는듯 싶다. 그래서 쌀을 잘게 부수어 주었다.
앵무새는 먹고 또 먹고 또 먹었다.
어휴 어째 우리집 동물들은 저렇게 돼지지.
그렇게 먹은 앵무새는 배가 돌처럼 딱딱해졌다. 어휴 무식해라.
저녁 나절 양씨 아저씨네 놀러갔다 온 사이 앵무새는 그 딱딱한 상태에서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앵무새가 어릴 적엔 먹는걸 너무 밝혀서 적당한 양만 줘야지 먹는대로 주면 마구 먹고 저렇게 배가 불러 죽는댄다.
집에서 키우던 앵무새는 그래도 덜한테 야생 앵무새는 그렇단다.
그 수많은 새끼들 중에서 살아남으려고 생긴 종족 본능인가?
암튼 그 불쌍한 돼지 앵무새는 피똥을 싸고 죽어 있어서 들판에 내다가 파묻어줬다.
아들 녀석에겐 지 엄마한테 데려다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