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깨어있으라 그들이 오고 있다. -2
그 소리는 방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서재 안쪽에서 들려왔다.
놀란 정웅기와 강민아가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정웅기가 벽 한 쪽에 있던 목검을 쥐며 말했다.
“서재 안쪽 방에서 들려오는 것은데..”
그의 말에 강민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뭘 긁는 소리 같기도 하고....이게 무슨 소리죠?”
쿠쿠쿠쿠....
정웅기가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방 안쪽은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방문을 좀 더 열자 서재의 불빛이 스며들며 방안의 사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은 마치 커다란 헌 책방 같았다. 방 군데 군데 많은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마치
거대한 책 탑을 보는 듯 했다.
이상한 소리는 책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방구석에서 들려왔다.
쿠쿠쿠쿠...
책들이 높다랗게 쌓여있어 안 쪽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민아가 긴장된 얼굴로 방안을 보며 말했다.
“저 책 더미 뒤 쪽에서 나는 소리 같아요”
정웅기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
“민아씨는 여기 있어요.”
정웅기는 목검을 꽉 쥐고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아서 다가갔다.
방안으로 들어서니 어둠 속에 묻혀있는 책 더미 들이 마치 미로처럼 보였다.
의외로 방은 커서 기다란 책 더미를 두 칸이나 지나야 했다.
점점 불빛과 멀어지는 것 같아 두려웠지만 저 쪽에서 긴장된 얼굴로 강민아가
쳐다보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쿠쿠쿠쿠...
정웅기가 다가갈수록 소리는 더욱 차갑고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안쪽 깊게 쌓여있는 책 더미를 지나자 무엇인가 구석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뭐지?’
구석은 빛이 없어 너무 어두웠다.
그러나 분명 무엇인가가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쿠쿠쿠쿠....쩝쩝.....
괴상한 소리도 분명 그곳에서 들려왔다.
정웅기는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 갔다. 점점 다가갈수록 그는
구석에 웅크리고 움직이는 것이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구석에 있는 사람은 바닥에 있는 무엇인가를 떼어내서 입에 가져다 대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쿠쿠쿠쿠...
사람임을 안 정웅기는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여...여보세요! 거...거기! 누구세요?”
그의 물음에 구석에서 있던 사람의 동작이 멈추었다. 그 이상한 소리도 내지 않았다.
갑자기 어둠 속에 무거운 침묵이 찾아오자 정웅기는 두려움이 일었다.
‘혹시! 저 사람도...’
그는 떨리는 손으로 지퍼라이터에 불을 켰다.
치칙!
라이터돌이 짧은 비명을 지르며 불꽃이 올랐다. 그리고 이내 어둡던 실내가 작은
라이터 불빛에 환해졌다.
어둠 속에서 사물이 천천히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정웅기의 눈은 비이상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아! 하느님 맙소사!’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4살짜리 어린아이였다.
그 아이는 라이터 불빛에 눈이 부신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린아이의 옷은 군데군데 피가 묻어있어 스산해 보였다.
정웅기는 그 모습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얘야 괜찮니? 이리 아저씨에게 와봐!”
그가 다가가며 안으려하자 갑자기 아이가 획 돌아서며 달려들었다.
캬악!!
“헉!”
갑작스럽게 달려든 아이를 보고 놀라 정웅기가 뒤로 넘어졌다.
쿠쿠쿠쿠
아이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진 정웅기 위로 올라탔다.
정웅기는 올라탄 아이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이런!”
아이의 눈동자는 푸른빛이 반짝였고 이빨은 마치 톱니바퀴처럼 날카로 왔다.
아이는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며 그 날카로운 이빨로 정웅기의 목을 물려했다.
“헛!”
놀란 정웅기가 아이의 얼굴을 잡았다. 그러자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정웅기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으으”
4살짜리 아이의 힘이 아니었다.
마치 귀신에 들린 듯 아이는 사납게 정웅기에게 덤벼들었다.
‘4살짜리 아이가 황소 같은 힘을 갖고 있다니...컥!’
정웅기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떨어진 목검을 찾았다. 그러나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어린아이 손에 죽게 생겼군!’
숨이 막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고 있을 때 무엇인가 그의 위에서 목을 조르던
아이를 내려치는 것이 보였다.
팍!
무언가 맞는 소리가 들리며 아이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푸아아아!!”
막히던 숨이 트이자 정웅기는 살 것 같았다.
그때 강민아의 말이 들려왔다.
“괜찮아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웅기는 쓰러진 아이를 바라보았다. 목검에 맞고 쓰러진
아이의 머리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강민아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정웅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얼른 이 지옥 같은 곳을 나갑시다.”
그들이 막이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쓰러졌던 아이가 부스스 일어났다.
쿠쿠쿠쿠쿠...
아이의 푸른 눈빛이 차갑게 반짝였다. 그리고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이 눈을 타고 입술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 끔찍한 모습에 강민아는 경악을 하고 소리쳤다.
“아아!”
그녀의 소리에 아이는 핏물이 떨어지는 붉은 입술을 일그러트리며 웃었다.
정웅기는 그 모습을 보고 악마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악몽이야!’
그들이 주춤거리자 아이는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며 달려들었다.
쿠쿠쿠쿠...
놀란 정웅기가 달려드는 아이를 걷어찼다. 그러나 아이는 어느새 그의 다리에
붙어서 날카로운 이빨로 그의 다리를 물었다. 붉은 핏물이 그의 다리에서
터져 나왔다.
“아악!!”
고통에 소리치는 정웅기를 보고 강민아는 목검으로 아이를 내려쳤다.
팍!
“컥!”
목검을 등에 맞은 아아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이내 벌떡 일어서더니 강민아를 향해 덮쳐들었다.
놀란 강민아가 뒤로 피하며 다시 목검으로 아이를 공격했다.
아이는 목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또다시 옆구리를 얻어맞고 나가 떨어졌다.
쿵!
아이가 책 더미 속을 날아가자 쌓여있던 책들이 무너져 내렸다.
강민아가 정웅기를 부축하며 말했다.
“빨리 이곳을 피하죠.”
정웅기는 다리 물린 곳이 아팠지만 다행히 걷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책이 쌓여있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서재 문을 조심히 열었다.
다행히 거실에 있던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정웅기와 강민아는 서재를 나와 거실을 통해 현관으로 갔다.
그때,
“히히히...”
싸늘한 소리를 내며 여인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런!”
놀라며 정웅기가 강민아의 목검을 집어 들며 말했다.
“천천히 현관 쪽으로 움직여요.”
그의 말대로 강민아는 천천히 현관 쪽으로 움직였고 정웅기도 뒷걸음쳤다.
여인은 싸늘하게 웃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는데 그곳엔 부엌칼이 들려있었다.
여인은 그들이 뒤쪽 현관으로 움직이자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질러대더니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정웅기는 목검으로 여인의 손목을 내리쳤다. 우선은 그녀가 들고 있는 칼이 무척이나
위압적이기 때문이었다.
탁!
목검의 공격에 여인은 들고 있던 칼을 놓쳤지만 계속 정웅기에게 덮쳐갔다.
놀란 정웅기가 다시 목검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으나 어느새 다가온 여인은
그의 몸을 잡고 바닥에 뒹굴었다.
“히히히...”
여인의 강한 힘에 중심을 잃고 정웅기가 쓰러지자 놀란 강민아가 바닥에 떨어진
목검으로 여인을 내려치려했다. 그러나 순간 무엇인가가 그녀의 가슴으로 뛰어
올라왔다.
“아악!”
놀란 그녀가 소리치며 자신도 모르게 덮쳐오는 것을 목검으로 쳐냈다.
캬악!!
그녀의 목검에 덮쳐오던 것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거실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은 서재에서 보았던 아이였다.
아이는 강민아의 목검에 맞아 얼굴 한쪽이 함몰되어서 뭉개져버렸다.
그 끔찍스러움에 강민아는 치를 떨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얼굴 한쪽이 날아가 움직일 수 없었던 것 같던 아이가 꿈틀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강민아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여인과 바닥을 뒹굴게 된 정웅기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힘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여인은 정웅기의 위에 올라타서 그의 목을 조르며 물어뜯으려 했다. 정웅기는 젖먹던
힘을 다해 여인의 두 손을 잡고 버티고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점점 그녀의 힘을 감당할 수 없음을 느낀 정웅기는 그녀의 손을 꽉 잡은 상태에서
몸을 획 틀었다. 순간 여인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고 그 순간 그는 옆으로 빠르게
몸을 굴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여인은 순식간에 그의 다리를 붙잡고 물려고 달려들었다.
당황한 정웅기는 다리를 빼기위해 몸부림 쳤다. 그때 그의 손에 무엇인가 잡혔다.
그는 생각할 겨를 없이 그것으로 미친 듯이 달려드는 여인의 머리를 내려쳤다.
팍!
수박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여인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정웅기는 뒷걸음질치며 자신의 손에 들린 수석을 보았다. 그곳에 붉은 핏물이 묻어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서 수석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때 강민아의 소리가 들렸다.
“아아 죽어! 죽어!”
그녀의 비명에 놀라 뒤돌아보니 무엇인가를 목검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그녀의 목검이 한 번 내려 칠 때마다 사방으로 붉은 핏물이 튀었다.
미친 듯이 목검으로 내려치는 그녀를 정웅기가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만! 그만 해요!”
소리치며 그녀를 끌어안자 강민아가 울음을 터트렸다.
“아흐흐 흑! 흑! 내가....죽였어요! 흑!”
강민아를 다독거리며 그녀가 내려치던 것을 본 정웅기는 그 끔찍스러운 모습에 속이
울렁거렸다.
그녀가 목검으로 내려치던 것은 뭉개지고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서 그 형체를 구분
할 수 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끔찍스러운 시체가 서재에서 보았던
어린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
정웅기는 자신이 머리를 내려친 여인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자 죽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들은 집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떨고 있는 강민아를 달래며 정웅기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 지퍼라이터를 키려했지만 그의 손이 떨려 켜지지 않았다.
그들은 지옥 속에서 살아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속 그가 손을 떨며 라이터를 켜지 못하자 품에 안겨있던 강민아가 대신 라이터를 켰다.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정웅기는 어둠 속에 잠긴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우리가 겪은 일을 누가 믿어 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