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4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22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22
정민은 잠시 멈추었던 움직임을 계속해서 구멍입구에 도달했다. 신단수의 구멍의 입구는 밑에서 보던 것보다 커서 지름이 2m 정도였고 있던 가지가 잘리면서 남은 옹이부분이 삭아서 이루어진 구멍 같았고, 그 안은 직경이 6m , 높이가 3m 정도 되는 크기의 사발을 엎어놓은 형태의 방이었다. 자연적으로 이루어 진 것이 아닌, 마치 누군가가 이곳에 머물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였고, 아무것도 없어 텅 비어 있었다. 누군가가 계속해서 청소를 한 것처럼 먼지하나 없이 깨끗했다.
정민은 기대가 무너짐을 느끼고 허탈했다. 그러나 연정의 반응은 달랐다.
- 우아, 이게 뭐야? 진짜로 깨끗하다. 우리 여기서 머물면 되겠네요. 높아서 괴수들을 피하기도 좋고, 아무래도 바닥에서 쉬거나 자다가 갑자기 괴수들이 덮친다면 위험하잖아요.
“그건 그렇군!”
- 호호호, 우리여기에 신혼살림 차리면 딱 좋겠는데요.
“그것도 좋겠어! 참 어디 갔다 왔어? 한참 찾았어.”
정민은 갑자기 생각난 듯 연정을 다그쳤다.
- 흥,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도 안했으면서…. 저는 분명히 연이에게 갔다 온다고 말했어요.
“그, 그랬나! 후후, 미안해, 나는 어디에 몰두하면 옆에서 굿을 해도 모른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시곤 했지…! 그래, 어머니의 얼굴을 본지도 오래됐군! 잘 계신가?”
정민은 어머니를 생각하고, 순간 마음이 울적해졌다. 연정은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잠시 동안 가만히 있다가 말을 꺼냈다.
- 어머니는 정민 씨가 실종되고, 제가 연이를 낳으면서 죽은 뒤로 많이 약해 지셨어요. 하지만 연이 때문에 기운을 차리고 계세요. 그러니 너무 염려 하지 말아요. 그리고 제가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안부를 전할게요.
“그래, 그러면 되겠군! 이곳을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겠어. 참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빛이 났는지 알아봐야겠군.”
정민은 처음 이곳에 올라온 목적을 생각해 내곤 해태를 손에 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정민의 눈에 다시 빛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빛은 어떤 특정한 곳에서 나는 빛이 아닌 전체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아, 이거 이전체가 빛을 내고 있었군. 진짜 아름다운데, 환상적이군.”
- 아니, 뭐가 보인단 말이에요? 제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단지 이안에 좋은 기가 아주 충만하다는 것을 느낄 뿐인데?
“하하하, 나는 그기를 느끼진 못하지만 이것들 때문에 볼 수가 있다고.”
정민은 크게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목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는 것도 꺼내어 보여주고 다리에 찬 것도 보여주며 설명했다. 처음 이것을 깎던 때와 동굴에서 알게 된 간단한 기능, 그리고 전투식량을 못 쓰게 만들었던 실수까지도 말하고 마지막에 봉인된 영혼이 들려주었던 내용까지 설명하였다. 연정은 정민의 설명을 듣더니 조용히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다가 기쁨에 찬 소리로 말했다.
- 정민 씨, 좋은 수가 생각났어요! 호호호.
연정의 영혼이 기뻐하는 소리에 정민은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따라 웃었다.
“하하하, 그게 뭔데?”
- 그 목각들은 기를 운용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를 실체화 시킬 수도 있어요. 정민 씨가 아직은 기운용이 서툴러서 조금은 어렵겠지만, 모든 기가 충만한 이곳에서는 기 덩어리로 된 육신 비슷한 것을 만들어 주면 제가 그것에 들어가면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를 만지고 느낄 수 있게 되요. 밖으로 나가면 흩어지겠지만 이안에서 만큼은 가능해요. 호호호!
“그래!, 그럼 실제로 같이 있는 것처럼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네.”
정민은 다시 한 번 연정에게 확인을 했다.
- 호호호, 맞아요! 당신과 내가 똑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진짜같이 지낼 수 있어요.
“그럼 당장 해야지. 야호, 신난다!”
정민은 제한된 공간이지만 연정이 영혼만이 아닌 서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실체로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정민은 즉시 중앙에 정좌하고 목각 세 가지 모두를 제대로 잡은 다음 정신을 집중하여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정민이 몰입하자, 그를 중심으로 세 가지 색깔의 빛이 아주 미약하게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 미약한 빛 중에서도 노란 빛이 그 중 강하제 빛났다.
그렇게 정민이 몰입하기 시작 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그의 정수리 부분에 희미한 기 덩어리가 뭉쳐지기 시작 했고, 다시 그 상태로 다시 한 시간이 흘렀다. 기의덩어리는 겨우 연기가 뭉쳐진 정도의 밀도를 가진 물체로 변해 정민의 정수리에서 그의 정면으로 이동했다. 잠시 뒤 정민은 지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고, 기의 덩어리는 사람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기의 덩어리가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갖추고 나자, 그 모습은 마치 반투명의 정교한 연기 로 만들어진 사람으로 보였다.
- 정, 정민 씨, 정신 차려요!
기 덩어리에서 손처럼 생긴 것이 나와 정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정민은 땀에 젖은 얼굴로 눈을 감고 있다가 무언가가 얼굴을 만지는 느낌을 받고 눈을 떴다.
- 미련한 사람…!
“어, 억, 뭐야?”
정민은 자신을 내려 보는 노란색이 도는 연기 같은 물체에 기겁을 하고 소리쳤다.
- 어머, 놀라지 말아요! 저에요, 연정이라고요!
정민은 의외의 결과에 놀라움 실망감이 교차하며 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어렸다.
“연정아, 네가 맞아? 후우, 이렇게 밖에 안 되다니…!”
탈진해서 힘없는 정민의 목소리에 연기 같이 기체에 깃든 연정은 지친 그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 정민 씨! 왜 이렇게 미련해요?
정민은 연정의 의외의 반응에 놀라 되물었다.
“뭐, 뭐가?”
연정은 거의 울 것 같은 소리로 외쳤다.
- 누가 자신의 기를 가지고 하랬어요, 주변의 기를 이용해 해달라고 했잖아요!
정민은 기운용이 초보수준으로 서툴렀다. 단지 목각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를 증폭시키는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 외부의 기를 끌어들이는 단계까지 도달 하지 못했다. 목각의 주된 기능은 외부의 기와 내부의 기를 서로 감응 시켜 더 큰 효과를 보게 하는 것이지만 정민이 그 단계 도달하려면 목각들과 긴 시간의 자연 동화나 특별한 집중수련이 필요했다.
기운용이 서투른 정민은 외부의 기를 모으려고 노력 했으나 되지 않자 포기하고, 자신의 기를 기 덩어리로 만들고, 그대로 힘이 달려 쓰러졌던 것이다. 정민은 연정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리했고, 그나마 신단수의 수액에서 얻어진 진력까지 탕진했다. 연정의 영혼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정민이 쓰러진 직후 기체에 들어가서야 오직 그의 기만으로 기 덩어리가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누군가가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나타난 결과만을 본다면 정민이 사악한 영(靈)에게 육신의 기를 빼앗긴 것으로 오해할 상황이 지금 연출 된 것이다.
탈진한 정민이 정상으로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고, 만일 그가 이런 상태를 이겨내질 못하면 회복 불능의 상태로 될 상황이었다. 몸살이라도 걸린 것처럼 온몸이 땀에 젖은 정민은 연정의 울먹이는 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 저, 정민 씨! 힘내세요, 이대로 지면 안돼요! 이겨내세요, 제발!
“으, 응…!”
정민은 흐려지는 의식을 잡으려고 애쓰면서 대답하며 없는 힘을 다해 손을 들어 연정의 영혼이 들어앉은 기체를 만지려고 하다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아니 실신했다는 보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연정의 영혼이 깃든 기체는 신기 하게도 흩어지지 않고 형체를 유지하면서 정민의 곁을 지켰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연정은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만에 하나 이대로 정민이 깨어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 이었다. 연정은 정민의 온몸을 쓰다듬으면서 빨리 깨어나기를 기원했다. 어느 순간 정민의 곁을 지키던 연정의 기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정은 절대로 정민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듯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 감히 네깐 것이 주인님의 기를 빼앗다니, 용서할 수 없다. 어서 물러나지 못할까?
- 그건 오해입니다. 어찌 지아비의 기를 제가 빼앗을 수가 있습니까?
- 흥, 이건 뭐냐? 너의 부추김이 없었다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이게 다 너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벌인 일이 아니더냐?
- 그, 그건 아닙니다! 절대로… 정민 씨가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제가 어찌 말리지 않고 있었겠습니까? 너무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 뭐, 뭐라! 억지라고. 흥, 일은 자기가 벌여놓고 감히 누구 앞에서 그런 망발을 늘어놓고 있느냐?
-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정민 씨를 주인으로 모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당신의 주모가 됩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 아, 아니! 이게 어디서 무얼 믿고 오만방자한 위세냐? 나는 주인님만을 받들면 되는 것 너희 같은 미천한 것들에게까지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느니라.
- 그래도 정민 씨는 어디까지나 나의 지아비 됩니다.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 주인님의 이름은 너 같은 천한 영이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고귀한 것이니라. 다시는 입에 담지 말라.
- 정민 씨가 저의 지아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 오호라, 아직도! 지난번 하찮은 사방 상제들이 내게와 하늘님의 위세를 믿고 나를 깔보고 아랫사람 부리 듯 하더니, 너 같은 천한 것들마저 나를 업신여겨! 그때는 하늘님과의 서언(誓言)이 있어 참았지만 더 이상은 참지 않으리라. 비록 내가 일 만년을 봉인되었지만 너 같은 것들은 지금이라도 영원히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자 각오해라…!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