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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긴장 풀린 복수극

holapmy@ly... |2004.12.08 10:37
조회 1,910 |추천 0

[기자시사회]'오페라의 유령', 긴장 풀린 복수극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장점 만큼 위험이 따른다. 널리 알려져 있어 익숙한 반면 사람들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으로 아찔한 곡예사의 줄타기를 시도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관객을 흥분시키기에는 줄이 너무 느슨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명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은 한정된 무대 위 이야기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영화로 옮겨 놓았다. 덕분에 뮤지컬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들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살아났다.

거대한 기둥이 늘어선 사이로 물이 넘실거리는 오페라 극장의 지하 수로는 '반지의 제왕'의 지하 동굴처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또 유령이 출몰하는 극장은 천정에서 무대와 객석을 내려다본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공간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볼거리도 풍성하다. 크리스틴(에미 로섬)을 사이에 두고 유령(제라드 버틀러)과 연적 관계에 놓인 라울(패트릭 윌슨)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과 무덤에서 칼싸움을 하는 장면, 극중 오페라 무대를 수놓은 화려한 의상의 집단 군무 등은 빠른 장면 전환과 와이드샷, 극도의 클로즈업이 혼재돼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곡예사의 알록달록한 의상에 불과하다. 정작 관객을 흥분으로 몰아넣을 줄타기는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이기 때문이다.

뮤지컬과 음반으로 익숙한 음악과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관객을 자극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무대 위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정적인 구성은 전체적인 호흡을 유장하게 만든다.

이를 간파한듯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15분 가량의 신곡을 새로 추가하고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음악도 웅장하게 포장을 했다. 컴퓨터 그래픽까지 동원해 거대한 샹들리에가 객석을 향해 추락하는 볼거리를 선사했지만 깜짝 이벤트에 불과했다.

이 작품을 뮤지컬이나 음반으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새롭게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다른 매체로 만난다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실려 기분좋게 울려퍼지는 'Think of Me' 'Angel of Music' 'All Ask of You' 등 널리 알려진 곡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제라드 버틀러와 에미 로섬이 이중창으로 소화한 유명한 주제가 'Phantom of the Opera'는 새삼 가슴을 뛰게 만든다. 제라드 버틀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게 "더 이상 올라설 곳이 없는 테너 음색"이라는 격찬을 들었으며 에미 로섬은 7세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사사를 받은 만큼 기대 이상의 훌륭한 노래 실력을 과시했다.

그래서 더욱 감독의 느슨한 연출이 아쉽게 느껴진다. 조엘 슈마허 감독은 '배트맨과 로빈' '폰부스' '로스트보이' 등 드라마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뮤지컬 영화만큼은 그의 전공이 아닌듯 싶다.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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