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댁에 갔다 왔습니다..
저번에 하혈하구서 시부모님 섭섭해하셔도 내몸 내가 챙기자 싶어 눈 딱 감고
갈일 있어도 걍 자리깔고 있었는데 이번에 여차저차해서 시댁가족들 다 모인다고 하니..
조심해서 갔다오자라는 맘으로 갔었지요...
너무 올만에 가서 그런가?
시할머님 시부모님 그리고 시누들...
정말 활짝 웃으면서 반가워 해주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죄송한 맘도 살짜기 들고...
특히 시아버지..
제 손을 꼭 잡고 놓질 않으셔서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아 이런저런 얘길 주고받다
신랑들어오고 시어머니 들어오시고...
고상태로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웠더랬습니다..
거실한켠엔 저 산후조리할때 먹인다고 엄청 큰 노란 호박이 쌓여져 있고
(에구 저걸 언제 다 먹나 싶데요)
큰 시누..얼마전에 샀다면서 애기 이불세트를 내밀면서 그러데요..
애기들 용품 이뿐게 얼마나 많은지 다 사고 싶다면서...
자기는 시집 늦게 늦게 갈테니까 그때까지 조카에게 이것저것 다 사주면서
사랑 많이 많이 해주고 시집갈거라고...
그렇게 얘길 하면서 저에게 언니 언니 하는데...
이불을 받고 뭘 해주겠다해서 드는 맘이 아니고
언니소리를 들으니 이제 진짜 한집 식구가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데요..
큰시누랑 저...결혼전에 여차저차한 일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많아서
사실 그동안 얼굴보이면 인사만 하지 딱히 얘길 나누고 뭐 그런건
전혀 없었거든요....
제가 한소심하는데 과거지사야 어떻든 그렇게 얘길 하면서 먼저 스스럼없이
대해주는게 참 고맙더라구요...
오늘 아침 집으로 오기전 아침 먹으면서 시아버님이 물으십니다..
"느거 신랑 지금까지 월급 몇번 탔었지....?"
"8월달에 취업했으니 4번 탔네요.."
아무말도 없으십니다...
첫 월급타면 어른들 내복이라도 해드린다는데 사실 우린 먹고사는데 급급해서리..
그런거 전혀 없이 지나갔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많이 섭섭해하고 계셨구나...하고 맘이 무겁데요...
안그래도 월급 쪼개고 쪼개서 구정땐 뭐 해드릴려고 계산하고 있었는데
더 사야할 아기 용품이랑 출산비땜에 맘 한켠이 계속 쨘~해왔습니다..
근데 식사후 아버님 절 따로 부르시더니...
"신랑 월급으로 둘이 살기 빡빡하지...많이 모자르진 않드나..?"
저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네..오빠가 외근이 많아서...기름값때문에...항상 달랑거려요.."
"그래도 힘들더라도 단 십만원이라도 조금씩 적금도 넣고 그래라.."
"적금은 넣고 있어요..정말 없으면 십만원이라도 꼬박 넣고 하는데요.."
"그래? 다름이 아니고...이건 니하고 나하고 둘만의 비밀인데...
내가 많이는 안되고 니한테 매달 십만원씩 줄테니까 그걸로 니가
따로 적금하나 들어라...신랑이랑 아무도 모르게 니 이름으로 적금들어서
가지고 있어라..애도 인제 태어나고 신랑월급이 어떤지 나도 빤히 아니까..
힘들더라도 쫌만 더 참고....알았제....?"
저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아버님 손 잡고 걍 고개숙이고 있었습니다...
여기 시친결 보니 결혼하면 어른들께 용돈을 드린다던데 전 그 반대라..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고...
그동안 이런저런일로 저에게 진짜 잘해주셨는데 그래도 "시"자인지라
맘 한구석에 껄그러운 면이 있었던건 사실이었거든요...
저 정말 결혼 잘해서 좋은 시댁 만나거 맞죠?
십만원...어차피 없었는돈 그거 안받아도 그만이지만...
이렇게까지 저희 걱정해주고 신경써 주는 시부모님이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