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금 무림에서 손가락을 꼽아봐야 몇 안 되는 그 이기어검술이 전장에 펼쳐지자 무서운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검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유혼교도의 시신이 생겨났고 십 여장내의 유혼교도들은 이를 피하느라 급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신위를 보이는군.” 우렁우렁하게 울려오는 목소리로 보아 대단한 공력을 소유한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진운을 거두어들인 후 그를 바라보는 눈 속에는 아무런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무심함만이 있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귀하는 누구신가?”
“나? 하하하....... 내가 누구라 말한다고 자네가 날 알 수 없을 텐데 굳이 누군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렇군.......우리 서로 누가 누군지 알아야할 필요가 없는 상대이니까.......”
너무나 조용하게 울리는 목소리여서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지금 유혼교도들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의 목소리보다 더 듣기 싫은 그런........
서서히 발걸음을 옮겨 두 사람의 사이에는 일장의 공간이 있을 뿐이었다.
“자네가 우리 골치를 썩인다는 추면유룡이 분명한 것 같군.....”
“바로 보셨소. 내가 주효연이니까.”
“얼마 안 있어 보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좀 일찍 만나게 되었군.”
“난 귀하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으니.......”
“빈정대지 말고 우리 한번 이야기 해보도록 하지.”
“나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을까 모르겠소.”
“글쎄.......그건 이야기 해보아야겠지. 자네가 유혼교에 그렇게 독하게 맞서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걸 꼭 말해야하겠소?”
“내 좀 알고 싶어서 그러네.”
“그럼 사제가 직접 나서라 말하시오 그러면 내가 시원하게 말하겠소.”
“자넨 사제의 배분에 대하여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의 상황에서 배분을 따져 무엇 하겠소? 어짜피 죽거나 죽이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정말 사제께서 직접 나서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물론이오. 그래야 거치장스런 일이 없을 테니까.”
“음....... 별수 없군........ 자넨 이 자리에서 꼭 뼈를 묻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야.”
“하하하...... 내가 이 자리에 뼈를 묻는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궁금하군요.”
“그럼 한번 그 궁금증을 풀어주어야겠군.” 하더니 검을 뽑아들었다. 아무런 광택도 없는 검이었으나 그 예기가 전해질 정도로 육중하게 눌러오는 기운이 있었다.
한 호흡을 크게 삼킨 후 자신의 진운을 고쳐 잡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길로 상대의 검극을 바라보는 자세는 마치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무심하기까지 하다.
진운의 검극이 거의 땅에 닿을 듯 내려지고 전신에 핏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상태이지만 표정의 변화조차 보이지 않으니 상대도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마주 대치한 채 기회를 엿보는 듯 하였다.
두 사람이 마주 서서 대적을 하게 되자 전장의 모든 싸움이 멈추고 두 사람의 대결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형태로 변하였고 자연스럽게 갈라져 두진영이 마주보게 되었다.
아직 밖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듯 맹수들의 울부짖음과 포효소리가 그치지 않고 간간히 비명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그와는 상관없이 장원 안에는 지금 바늘 떨어지는 소리에도 놀랄 정도의 침묵이 흐르고 있었으니 이들이 대치하고 있는 중앙부근에는 거센 기류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바람이 불지 않았으나 이들의 옷자락은 휘날리고 하늘과 땅을 향한 이들의 검극에서는 검강이 뻗치기 시작하였다.
“차아앗!” 기다림에 지친것일까? 장년의 유혼교도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속도는 전광석화 같았다.
이에 비하면 느려 보이는 반응이었으나 간결한 검로가 상대의 기세를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몇 번 이렇게 상대를 떠보며 초식을 교환하고나자 이제는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서려는지 검극에서 발출되는 기운이 바람마저 일으키기 시작했고......
둘이 움직이는 신형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교차하는데 이상하게도 병장기의 교차음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일으키는 검강의 폭발음만 폭죽 터지는 소리를 내며 부딪고 있었으니.......
수 십초를 겨루었으나 그 우열이 드러나지 않고 이들이 일으킨 검강에 의한 흔적만이 바닥을 어지럽게 하였다.
어느 순간엔가 이들의 검이 맞닿아있었고 내력이 실린 검봉에서는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기운이 발출되고 두 사람의 얼굴색이 약간씩 변하기 시작하였다.
극도로 위험한 내력의 대결로 들어선 것이었다.
효연은 그 와중에서도 무철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때를 기다려 최대한 빨리 퇴각하여 귀도에 집결하도록 전부에게 알리십시오. 아무래도 오늘 우리가 이들의 함정에 빠진 꼴이 된 것 같습니다.’
무철은 대답을 하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청룡, 주작단원에게 전음을 보내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씩 고개를 끄떡이는 것으로 보아 전음이 잘 연결되는 것 같았다.
‘내가 이자와 갈라서는 순간에 전부 밖으로 퇴각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부림과 단원들에게 전음이 전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이를 확인하고나자 자신의 진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효연의 내력이 강하게 밀려오자 당황한 유혼교도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에 대항하는데 자신이 밀리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이미 기호지세인지라 뛰어내렸다가는 그 즉시 죽음을 당할 것임을 알았기에 죽을힘을 다하여 버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에 효연이 돌연 공력을 거두며 삼장 밖으로 튕겨졌다. 그 순간
“지금 이다!” 하는 소리가 무철의 입에서 나왔고 전원이 장원 밖으로 쏘아져 나가듯 퇴각하였다.
“막아라!” 하는 소리와 함께 유혼교도들이 청룡, 주작단원의 퇴로를 봉쇄하려 하였으나 이미 절반 이상이 담 밖으로 빠져나갔고 남은 인원들은 개중 강한 무예를 지닌 단원들이었기에 쫒으려는 유혼교도의 길목을 막아서며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유혼교도들까지 담을 넘어 추격을 하자 이곳저곳에서 산발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다시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효연은 뒤를 쫒으려는 무리에게 자신의 소매 속에 있던 유엽비도를 날려 그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니 그 사이에 전원이 장원 밖으로 퇴각하는데 성공하였다.
이제 자신만 무사히 빠져나가면 오늘 비록 기습에 실패를 하였으나 유혼교에도 큰 피해를 주었으니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최대한 빠른 신법을 사용하여 장원 밖으로 빠져 나가며 금비를 불렀고 금비는 마치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 내려와 등에 태우고 하늘로 솟구쳐 오르게 되었다.
치솟아 오르는 금비의 등에서 단원들의 상황을 살펴보니 초림방향에서 피신하지 못하고 막혀있는 것이 눈에 띄고 급하게 금비를 그쪽으로 몰아 뛰어내리며 단원들의 도주로를 확보하기 위하여 좌충우돌하며 돌파를 시도하자 단원들도 가세하여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과부족이란 말처럼 한정을 파고 기다린 그들의 숫자를 당해내지 못하고 되밀려 겨우 운신할 정도의 공간만이 남는 지경에 이르게 되니 겨우 일곱 명의 단원과 합세하여 어찌 그들을 뚫고 나갈 수 있겠는가? 더구나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숲 속에선 독사와 독충들까지 단원을 공격하기 시작하니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한식경도 못되어 두 명의 단원과 자신만이 싸우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 눈에서 불꽃이 튀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때에 자신의 등에 둔중한 아픔이 느껴졌다. 커다란 범의 공격이 강기의 막을 뚫고 등을 때렸던 것이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 한방에 즉사할 정도의 위력이었으나 강기의 막과 천잠보의로 보호하고 있었기에 큰 타격은 없었지만 타격되는 순간 신형이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었고 순간 매서운 칼날이 하복부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흐...윽.....” 헛바람 같은 신음이 절로 나왔다. 비록 천잠보의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하였지만 단전이 파괴되는 듯한 아픔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당할 수는 없는데......’ 생각을 했지만 전신에 난자되는 칼날이 번뜩이는 것을 보며 의식이 흐려지고 있었다. “주공!~” 같이 싸우던 단원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보호하려 하였지만 자신들마저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대여섯 번의 칼이 틀어박히는 것을 보고는 피눈물을 흘리며 주변을 막아내었다. 이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효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신의 공력을 집중하여 검을 휘두르니 함부로 접근하기는 힘든 상황으로 잠시 유지되었는데...... 순간 금비의 거대한 몸집이 내려앉아 효연을 잡아채더니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유혼교도들이 암기와 강궁을 날려대었으니 급하게 솟아오르며 커다란 날개 짓을 하자 거의 금비에 닿기 전에 튕겨나갔고 약간 주춤거리기는 하였지만 금비는 사정거리 밖으로 날아올라 곧바로 귀도를 향해 날았다.
한편 무철과 부림 역시 이들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나마 효연이 막아주는 시간동안 장원을 둘러싼 숲을 벗어나긴 했지만 수많은 유혼교도의 포위망을 벗어나진 못하여 악전고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남은 인원으로 유선형의 원진을 구성하고 이들을 돌파하기 위하여 자신이 제일 앞에서고 부림을 제일 뒤로 하여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음산한 웃음소리가 흐르는 것이 들리고 이를 신호로 하였는지 유혼교도의 공격이 치열해지며 자신들이 유지한 진형이 흐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철이 악을 쓰며 이들을 독려하였으나 한번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결국은 완전히 무너져 곳곳에서 포위 된 채 공격을 당하는 꼴이 되니........이대로 가다간 전부 몰살될 우려가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모두 산개하여 최선의 생로를 찾아라!” 하는 명령을 내리게 되었고 단원들은 스스로 생로를 찾기 위하여 일시에 흩어지며 탈출을 모색하게 되었다.
무철 역시 부림을 이끌고 피눈물을 흘리며 도주 길에 올랐고 유혼교도들은 이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대로 청룡, 주작단이 몰살되는 것인가? 얼마의 생존자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유혼교의 함정에 빠진 일행은 죽기 살기로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귀도를 향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피신하는 것이었다. 마지막까지 천무장의 안위를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그들........
귀도에 도착한 금비는 곧바로 본전 마당에 내려 요란한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놀라 나와서 보니 효연이 의식을 잃은 채 금비에 의하여 옮겨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신이 피로 물들은 효연을 보자 전부 대경실색하였고 신의가 나오기까지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굴러야했는데.....“음.......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급하게 맥을 짚어보니 아직 끊어지지는 않았으나 약하게 뛰고 전신의 뼈까지 몇 군데 부러진듯하였으니......
조심스럽게 지하 석실로 운반하여 일단 침으로 기를 통하게 하고 전신의 옷을 찢어버리고 천잠보의를 벗긴 후 곳곳의 부러진 뼈를 접합하여 판자를 대어 묶었다. 그리고는 상처를 살펴보니 천잠보의가 아니었으면 벌써 몇 번은 죽어야했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이었으니..... 이정도의 상처를 입었다면 나머지 인원들의 상태가 어느 정도일지는 불 보듯 뻔하였고.......신의는 급히 전서구를 날려 이곳의 상황을 천무장에 알려야했다.
효연의 품속에 있던 소환단을 꺼내어 먹이고 한참을 추궁과혈하니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깨어날 기미를 보였다.
“정신이 드는가?”
“으...... 내가 왜 여기에.......”
“금비가 자넬 이곳으로 옮겨왔네.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으...... 그들의 함정에 빠져서......”
“우선은 안정해야하니 그만 하고 쉬도록 하게.” 하며 효연의 수혈을 짚었다.
극심한 고통이 따랐으나 신의가 수혈을 짚자 의식을 잃고 죽음 같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어젯밤에 거의 잠을 못자고 사무실에 나오니 정신이 멍한것 같습니다.
거의 회복이 힘드신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하긴 구십이면 이제 돌아가신다 해도 아깝다고 하는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자식된 입장에서는..... 자꾸 눈물이 나 니..... 참는것이 더 힘들군요.
당분간 글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을 생각하면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하지만 쓸수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죄송합니다.
매일 매일 즐겁고 힘찬 날만 계속되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