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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라고 -31-

여시녀 |2004.12.15 11:50
조회 895 |추천 0

 

-31-

딸깍..허걱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내 심장에 내리 꽂히듯이..크게 느껴질만큼...

집안은 조용했다..


주위를 빙 둘러보자..그냥 그저 그런...한 15평 정도 되는 평범한 아파트인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네 집인거얌??


울 3공주네 집은 아니고...도둑 고양이모양..살살 훔쳐보던 나는..식탁위에 메모 한 장을 보게 되었다.


“선생...일어났으면 밥먹고 가라..”


아주 짤막한 글...


하지만 날 이렇게 불러줄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다..싸.갈.텡.이

순간 어제 저녁의 그 엄청난 광끼와 내가 원래 그 녀석에게 하려고 했던 사과의 멘트들...

그리고..모든 사건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 얽히기 시작하면서....

나는...도대체 내가 무신 일을 저지른 것인지..


절망 스러웟다..우어엉...

한 마리의 여우가 혼자 울부짖듯이..나는 남의 식탁에 주저 앉아서 그렇게 울부 짖다가..


실~배가 고파와서 식탁위를 보니...아니 이 녀석이 생각이 있는건가..엄는건가..

식탁위에는...달랑 스프 한그릇...

 

그 순간 커피 워머에서는 딱 시간이라도 맞춘 듯...커피가 알맞게 데워졌다는 표시로...위이잉~~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깜짝 놀란 나는...얼른 뛰어가서...전원을 뽑아버렸다..

사실 끄는 방법도 잘 몰랐다..


속아프고..머리 아푸고..제정신 아닌 사람에게 스프와 커피가 말이나 되냐고요..

생각이 있는 녀석인지 없는 녀석인지 모르지만..일단 아우성인 속을 달래려고..스프를 한스푼 떠서 먹어보았다.

 

“이야...”

정말 별미였다...내가 여지껏 먹어본 스프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그렇게 달짝지근하고도...알맞은 온도에...순식간에 비어있었던 따가웠던 내 속을...

따스히 감싸주었다..


허겁지겁...스프를 먹고 나니..조금 더 여유가 생긴 나..

약간 달아진 입을...쓰디쓴 블랙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하자..

입안 가득 퍼지는 따뜻한 커피향에..나도 모르게..머리의 숙취가 날아가는 듯 했다..

이 싸갈텡이 녀석..많이 먹어본 솜씨인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그 녀석의 공간에 서서..그 녀석의 향기에 취해 버렸다..


-------------------------


“나가..니가 제정신이야? 니가 선생이야?.이게 아무말도 없이 무단외박을 하고 말이야..

나이 들었다고...니가 니 맘대로 하고싶은가본데..그럴려면 나가 살어...나가~~~~“

혹시나 또 고무장갑을 끼고 개시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다행히...공포의 붉은 장갑은 없었다..

 

하지만..TV를 보고 계시던 엄니옆에 티슈통..책상 달력...그리고 공포의 과도....

하나하나 날아올때마다..난 정말 목숨을 달리할 운명이었다...허거걱...

어휴...난 정말 그렇게까지 화를내는 엄니를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증말..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다시는 내 술이랑 절교하리라..외박따윈 내 사전에 없으리라...다짐에 다짐을 하며...

온갖 애교를 다 떨며..이틀간 집에서 콕 쳐박혀서...엄마와 찜질방도 다녀오고..밥도 하고..청소도 다하고..

현빈이 녀석이 지금 어떤 맘인지 생각조차 할 틈이 없이 바쁜 주말을 보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

정신없는 수업을 모두 마치고난...오후 끝무렵이 되어서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그 일몰 시각이 되어서야 문득 현빈이 생각이 났다..


“아~맞다..나 그 녀석에게 사과하러 갔었지....그런데...또 그런 추태를~~~”

결국...나는 이런 사람인가 보다...증말로..

어쩌면 좋을는지..솔직히 한번더 보러 가서 정말 여러 가지 일들을 사과하고 싶었지만..

이젠 부끄러워서 그러지도 못하고...혼자 끙끙대다가...

늦은 퇴근을 하게 되었다..


날은 부쩍 더워졌고..해도 많이 길어졌다..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리며..목을 쑤욱 빼고 운동장가를 걸어가는데..


“어이 선생..”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이..그 녀석 생각을 한~~참이나 하고 있는데 그 녀석 목소리가 들리니...순간 반가웠지만..정말 순간이었다..

 

아니 정말..주위에 지나가는 학생이라도 있었다면..그 학생 뒤에

숨어서 도망가고 싶을만큼...수위아저씨라도 부르고 싶을 만큼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싸갈텡이 녀석 얼굴을 볼 용기가 없었다..이일을 우얄꼬...


몹시 난감해진 나..그 자리에 망부석이 되어...돌처럼 서있자..


“선생...사람이 부르는데..왜 아무런 말이 없는거야? 돌아보기라도 해야지”

라며..그 싸갈텡이 녀석이 저벅저벅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가까이 오지마..”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외쳤고..저벅저벅 대던 그 녀석의 발자국 소리도 멈춰졌다..


“저기...담에 보믄 안될까?”


“왜?”


“응~~저기 그냥...”


얼굴이 빨개진 체로..나는 그렇게 뒤돌아서있고....


“선생..뒷모습 안 예뻐..나 그거 볼라고 온거 아냐..”

조금뒤..그 녀석의 목소리가 바로 내 뒷덜미에서 들렸다..


“히익?”

넘 놀랐나? 나의 이상한 목소리에..그 녀석도 움칠하는 듯 하더니 내 앞에 와서 섰다..

떨어지는 해를 등지고 섰기 때문인지..그 녀석의 얼굴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손엔 내 백이 들려 있었다..


“이거~~~”

내가 차마 말을 못잇자...

“가져가..이거 들고오느라고 쪽팔려 죽는줄 알았어..”

아니 이녀석은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왜 일케...쩝 쩝....


“으으응...고맙다..”

엉겹결에 가방이 두개가 된 나...


지난 토욜 너무 당황해서...내 백을 찾을 생각도 없이 그냥 뛰어나와서...

다행이 휴대폰은 머리맡에 있었기에...버스를 무사히 탈수 있었다...에휴...


어리둥절한 나를 놔둔체..그 녀석은 또 혼자 걸어가기 시작하더니..


좀 가다..살짝 돌아보며..“ 안따라와?”

했다..


아니 내가 왜 따라가야 하냐고요....머리속으로는 반항아닌 반항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새 내 발걸음은 그 녀석을 따라가고 있었다..


학교를 빠져나오자...차 한대가 교문앞에 서 있었다..


“타”

 

오잉? 이게 웬 차?

“니꺼야?”

“응”

오호라....나는 공짜 아주 좋아라 한다..오늘 버스비 굳었다..


그런데..

“정말 니꺼 맞어? 너 언제 면허증 땃어? 믿어도 되는거야?”

공짜는 좋지만..그렇다고 목숨을 걸 필욘 없지 않은가?


“타기 싫음 말구..”

그녀석 혼자 휙 하고 타버리더니 시동을 건다..

어쭈..시동거는 폼이 제법인 듯 싶어..나도 얼른 옆자리에 올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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