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곱슬머리의 비애

tomasson |2004.12.19 02:57
조회 257 |추천 0

제 머리카락은 반곱슬입니다.

절대 약한 곱슬이거나 심한 반곱슬이 아닙니다...;;

아니 뭐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

그럼 시작 합니다 ^^


(1)

어린 시절 내 헤어스타일은 바가지 머리였다... 찰랑거리는;;

그 때까지 나의 머리는 찰랑거림을 잃지 않았고

햇살이 따사로운 날이면 바람에 나부끼는 나의 머리카락이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이었다. 물론 머리를 감은 몇일만...;;;

당연히 머리를 감지 않는 한달간은 항상 떡을 치고 다녔다 -_-;;;



(2)

중학교 2학년 시절 쉬는 시간...

난 교실 뒷편에서 놀다 문득 거울을 봤다.

거기엔 헤벌쭉 웃고 있는 철권의 '폴'이 있었다...

양 옆머리는 떡이 져서 눌려 있었고 윗머리는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저건 분명 폴은 폴인데 어째 노숙자 같은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난 좌절했다. 순이(편의상 -_-;)가 왜 날 안 좋아하는지 깨달았다.

극도의 좌절감을 맛 본 나는 그 순간 화장실로 달려가 수돗물에 머리를 쳐 박았다.

물을 뚝뚝 흘리며 교실에 들어섰을 때 한 놈이 다가와 진지하게 말했다.

"니가 드디어 미쳤구나 -_-"



(3)

그 후로 날이면 날마다 미친 듯이 머리를 감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머리를 감으면 감을 수록 머리카락은 점점 꼬여만 갔다 -_-

난 그 때까지 내가 머리를 안 감아서 머리가 꼬인 줄 알았다.

사실이다.

근데 난 깨달았다.

'내가 곱슬이었구나... -_-;;;'



(4)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친구놈이 다가와 솔깃한 말을 흘렸다.

"야 곱슬머리 삭발 하고 다시 길면 생머리 된데!"

혼자 하기엔 너무나 벅차 몇 명을 끌고 서로 약속을 한 후 미용실로 들어갔다.

"아줌마... 시원하게 밀어주세요 -_-+"

머리를 다 밀고 뒤를 봤을 때 같이 왔던 녀석들이 사라졌다는 걸 뒤 늦게 깨달았다.


-_-


젠장...

다음 날 학교를 갔다.

담임이 날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오 시원한데..... 반항이냐?"

학생주임도 날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엎어져"

-_-

억울했다.




(5)

친구 한 놈이 내 머리를 보며 신기한 듯 말했다.

"이야~ 스포츠 머리도 꼬이네~"

-_-

실패다.

삭발해도 곱슬은 안 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

절망과 좌절의 시간은 어느덧 흘러 나에게도 한줄기 희망이 생겼다.

매직스트레이트란 것이 생긴 것이다!!!

그 어떤 환상의 곱슬머리도 생머리로 펴준다는 기적의 매직스트레이트!!

근데 문제는 그 가격이 너무 비쌌다 -_-;;

땅을 치며 통곡을 하고 있을 때 동네 미용실의 유리벽에 붙은 쪽지를 봤다

"환상의 매직스트레이트 4만원!!"

-__________________-+++

저거야!!

집에서 부쳐준 식비를 손에 움켜쥐고 미용실로 향했다.

배고픔 따위야 잊을 수 있다.

움하하하하하

매직을 받고 난 후 난 찰랑거리는 머리를 보며 세상을 다 얻은 환희를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한 기분으로 머리를 감고 학교에 갔다.

담임이 날 보더니 한마디했다.

"이 새끼! 누가 파마 하랬어!"

-_-

학생 주임도 한마디했다.

"엎어져"

-_-;;




이게 아닌데..... T_T

그 때 난 또 깨달았다. 역시 싼게 비지떡이다...


...

...

...


근데 난 내 머리를 보며 다시 강한 의문에 빠졌다.

'정말로 싸서 그런 걸까......'

실의에 빠졌다...




(7)

세월은 흘러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형이 방청소를 하다 나를 노려 보며 말했다.

"이 놈의 털!털!털! 온 방안이 털! 털! 털! 털! 털! 털! 털! 털!!!!!!!!"

-_-;

"이 자식아 도대체 하루에 얼마나 딸X이를 치길레 온 방안에 털이냐!!!! 앙!!!"

-_-;;

"니가 그러니까 삐적 마르지 이 자식아!!!"

-_-a;;;;;;

...

...

...


"잠깐! 너 일루와봐"

-_-? 왜?

나의 머리카락 한 올을 뽑아 방에 널부러진 털(?)들과 비교한다.

-_-?;;;;;;;;;;;;

"음...... 형이 미안하다 ^^;;; 그리고 머리카락좀 쓸어라...... -_-;"

......................



머리 감으면서 울었다.




(8)

"아 젠장... 이게 털(?)인지 머리카락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너 진짜 딸x이

안 쳐? ........ 아 젠장... 이게 진짜 털이야? 머리카락이야?"

-_-;

형 그건 나도 몰라 -_-;




(9)

지금 나는 동사무소 지킴이 -_-a

민원실 누나가 내 머릴 보더니 한 마디 한다.

"이야~ 이렇게 짧아도 꼬인다? 너 곱슬이었냐? 머리가 짧아서 그동안 몰랐네~

신기하다~ ^^"

순진한 그녀의 말에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 올랐다.

옥상에 올라가 미친 듯이 머리를 감았다.

'그래 언젠가는 펴질거야 T_T  그래 빗만 안 부러지면 돼 T_T'

...


- 끝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