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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이말하는 미사

celbat |2004.12.23 20:25
조회 596 |추천 0

비운의 청년으로 돌아온 소지섭 낯을 가려 긴 대화를 할 수 없다. 말 못할 사연을 가슴에 품고 사는 듯 모성애를 자극한다.
깊은 눈망울엔 슬픔이 가득, 무표정한 얼굴엔 비장함이 묻어난다. 회색빛이 배어 있는 소지섭의 첫인상이다.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이미지를 쏟아내고 있다.   

“개 같은 인생에서 그래도 잘한 일은 한 여자를 사랑한 것이고 가장 후회스러운 일 또한 그 여자를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머리에 총알 박고 사는 입양아
겨울 향기가 난다. 초겨울 찬 바람과 어울리는 배우. 속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골똘히 생각에 빠져든다. 미소를 짓지만 슬퍼 보인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소지섭(27)이다. 전작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어서일까. 하얀 시트를 빨갛게 물들이며 죽어간 ‘인욱’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세상을 모두 거머쥐려 했지만 어느 것 하나 소유할 수 없었던 그였다. 자신과 닮아 있는 배역을 만날 때마다 소름 끼치도록 놀란다.

“맡고 싶은 배역을 위해 제가 노력을 한 건지 아니면 그런 이미지가 원래 제 안에 들어 있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죠.”

그의 사생활이 궁금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그를 달래고 보채서 몇 마디 듣고 나면 궁금증은 더해진다. 그가 맡은 배역의 이미지를 그대로 안고 사는 배우다. “칭찬이죠?”라고 되묻다가 생각에 빠져든다. 그동안 해온  어두운 연기가 마음에 걸리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나 여러 장르의 시나리오 중 머뭇거리며 손에서 놓지 못하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깊은 슬픔을 안고 사는 캐릭터. 이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라 여긴다.

KBS-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무혁 역을 맡기로 결정할 때도 그리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았다. 정말 슬픈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다. 영화나 소설, 만화에나 있을 법한 슬픈 사랑 이야기. 현실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그래서 몇백 년에 한 번쯤 삼류 잡지의 ‘믿거나 말거나 코너’에 실릴 법한 기막힌 사연이 필요했다. 자신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작품이라는 말에 더욱 용기를 얻었다. 아마 작품 속에서 그는 빛을 발할 것이다.

드라마는 한 남자의 운명적 복수극으로 시작된다. 어린 시절 캐나다에 입양된 후 다시 양부모에게서도 버림받아 거리의 아이로 자란 들개 같은 남자 차무혁. 그는 첫사랑의 생명을 구해내고 훈장처럼 두 발의 총탄을 맞는다. 밴쿠버 거리를 떠돌던 그를 보살펴준 첫사랑은 자신에게서 떠나가라고 그를 떠민다.
“머리에 총탄이 박힌 채 살아가는 설정이에요.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연기할 때마다 머릿속에 총알이 박혀있다는 상상을 하죠.”

드라마속에 살아서일까, 가끔 뒷목이 뻐근해진다. 점점 무혁이 돼가고 있다. 극에 녹아들수록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낳아주기만 했지 비정하게 그를 내팽개쳤던 고국으로 돌아가라 한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놀라운 사실들. 가난 때문에 자신을 버렸으리라 생각했던 무혁의 어머니는 톱스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아들 최윤(정경호)과 너무도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복수심이 끓어오른다.

모성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고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버림받고 떠도는 바람처럼 살아온 그다. 이제 생의 목표는 정해졌다. 그들의 행복을 무참히 짓밟겠다고 다짐한다. 무혁은 생면부지의 동생 윤의 매니저로 들어가 그를 지옥 끝까지 끌어내릴 작정을 한다.

무혁은 과격하고 무서운 매니저다. 언론과 팬의 관계를 조율하는 역할보다 거친 본성이 강조된다. 팬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밀치는 등 상상을 초월한 매니저 역할이다. 

무혁은 업무 대상인 스타에 집중하기보다 그의 코디네이터 은채(임수정)에게 마음이 끌려 작업(?)에 들어간다. 입양아 출신으로 동거녀의 배신까지 겪는 등 사랑에 굶주려온 무혁은 자신의 동생 윤에게 20년간 외사랑을 바쳐온 은채에게 신기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들다가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소지섭은 자신의 연기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가 매긴 51점. 연기 생활 10년을 맞이하는 그가 이제 겨우 불만에서 만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불만스러운면도 자주 눈에 띄지만 만족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의상 스타일도 180도 달라졌다. 깔끔한 슈트 차림을 벗어 던지고 히피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거친 질감의 가죽 재킷에 터프한 디자인의 데님 팬츠를 매치하고, 재킷 안에 튀는 컬러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코디한 스타일이다.

소지섭은 수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서울에서 인천으로 전학 간 뒤 수영을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수영 선수로 활약했다. 게다가 한국체육대학교 수영 특기생으로 입학해 국가대표 수구 선수로 활동했다. 그러나 대학 1학년 때 틈틈이 모델활동을 하던 그는 운동과 방송 활동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학교측의 방침에 따라 자퇴하고 2000년 청운대학교 방송연기과에 입학했다.

소지섭은 지난 95년 송승헌과 함께 캐주얼 브랜드 모델로 데뷔했다. 송승헌의 입대를 바라보며 한편으론 가슴이 아팠지만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겨졌다.

“저도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내년엔 입대할 예정입니다. 제대 후에도 저를 찾아주는 팬이 있다면 더욱 열심히 할 겁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 공백을 마음 편히 맞이할 배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다. 이번 드라마와 맞물려 멋진 화보집을 낼 계획을 꾸리는 것도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다. 스타들의 해외 판매용 화보집 발간이 줄을 잇는 것도 그에게 용기가 됐다. 그동안 틈틈이 찍어놓은 사진과 호주에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촬영하는 동안 별도로 찍어놓은 사진들을 모아 꾸밀 예정이다.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그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모습도 담기는 화보집은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 나발간돼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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