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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내릴려고 밧줄 만지는 중

밧데리 |2005.01.19 16:54
조회 1,312 |추천 0

뭐 그리 대단한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이 계실줄 압니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이래저래 생각이 많이 듭니다.

 

지난주 금요일...

그날 글 올렸다시피 시계하나 사고도 한참을 다운모드에서 버벅거렸습니다.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시련은 때거지로 오나봅니다.

 

요즘 혼자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밧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예상하면서

그냥 하루하루 죽이기를 열심내가면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의 시기가 다가오는군요.

너무 준비없는 변화를 맞이하는거 같아서...

 

(아 씨...누가 방구꼈어, 와....독하네 정말...)

암튼...

 

저에겐 시간이 급합니다.

몇년전에 집에서 나올때는,

승용차 뒷자리와 트렁크 하나만으로 집을 나왔습니다.

그냥 대충 살다가 결혼해야지..

그러던 것이 하나씩, 하나씩 사 모으면서 급기야는 집이 좁아졌습니다.

그리고 대충 살기에 아쉬운대로 괜찮다고 했던 집도,

혼자 살면서 이것저것 아쉬운 점들이 커지더군요.

그래서 이사했습니다.

 

방이 휑~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있으면 좋은 것들을

하나씩 사 모읍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이곳에서의 생활을 다 정리하고자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니...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만큼 많아졌네요.

다시 엄마의 뱃속으로 들어갈수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군요.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오발탄'이라는 50년대 소설이 생각나네요.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제목은...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주인공이,

자기는 이 사회에 잘못 쏘여진 오발탄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붙여졌던거 같습니다.

 

저는 오발탄은 아닙니다.

이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거 같지도 않구요.

하지만 가끔은...

영화 중경삼림에서 캘리포니안 드리밍의 음악과 함께 나오는...

그 유명한...

주인공은 그대로 있고 주변이 휙휙 변하는...

그런 모습으로 내가 이 사회 언저리에 서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가까이 있는 사람조차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 배경처럼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괜한 피해의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언제나처럼 제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스스로 받아들입니다...

 

마음은 분주합니다.

뭔가 정리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정리하려니 아무것도 할수가 없네요.

 

집을 내놓으면 당장 내 짐들은 다 어디다 처분해야할지,

차는 어디다 둬야할지, 아님 누굴 주던가 팔던가 해야할테고...

각종 공과금들도 빨리 정리해야합니다.

솔로로 살면서 제일 귀찮던 그 많은 공과금들...

이번달부터는 엑셀시트로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정리나 한번 해보자던 그 녀석들도

이제 다 끊고 정리를 하겠네요.

주식계좌도 다 정리해서 어디다 넣어놔야 할 것이고,

적금도 이제 당분간 못 넣을테니 누군가에게 대신 넣어달라고 통장이며 보안카드며...다 넘겨야죠.

핸드폰도 없앨까 하다가 그냥 정지 시켜놓고

한두달 지나서 정지 풀리면 기본요금 제일 싼걸루 전환되게 해 놔야겠네요.

 

그동안 못봤던 사람들 다 인사하고 가고싶지만,

대부분은 앞으로 못볼 시간만큼,

지난 시간동안 보지 않고 살아온 사람도 많네요.

새삼 연락해서 이제 못본다, 잘살아라 말하는것도...쌩뚱맞죠~?

 

착찹한 마음에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만약에 내가 다음주에 죽는다는 말을 들으면 뭘 어찌해야할까...

하는 공연한 생각도 해봤습니다.

 

과수원 경영도 안하던 스피노자가 뜬금없이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해놓구선

늘 해오던대로 하루를 더 살겠다고 우겨대는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곧죽어도 그렇게 고상한척 하면서 죽어야 하는지 원...

 

그냥 툭툭 털고서 다녀와야죠.

결국 이곳생활 정리 1일차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구요.

 

오후에 인사팀 과장님에게

갈때 가더라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 설 지난 다음에 가면 안되겠냐고 했지만,

제가 안가면 가야할 두 사람은 결혼해서 어렵다 하더군요.

결혼...

곧 할꺼라 말씀 드렸지만, 언제? 라는 물음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괜한 말로 부끄런 맘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정말 그러네요.

결혼 안했으면, 딱히 정리할 것도 못갈것도 없는거 같습니다.

결혼을 함으로써 내가 다른 누군가와 단단히 엮인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남들에게도 저 사람은 좀더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가지는거 같습니다.

 

하긴 사람 사는데 제 의지대로 되는게 얼마나 있을까요.

데카르트는 '죽음이라는 마지막 방법이 있는 한, 모든 운명은 다 자신의 책임이다'라고 했다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무지막지한 전제로 제 자연스런 생각을 억지로 틀어막고

지금의 기분을 추스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네요.

 

세상을 호령하지는 못해도,

세상에 휘둘리지는 말자고 했는데...

 

오늘은 너무나 기분이 착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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