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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82. 전갈과 개구리

무늬만여우... |2005.01.22 06:44
조회 2,328 |추천 0

도착한 집 안마당은 황량해 있었다.
우박 세례를 받은 포도나무는 잎이 찢겨져 나가고 좀 열려서 우리 부에노스 아이레스 가기 전 포도좀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하고 날마다 눈여겨 봐뒀던 포도는 알맹이들이 다 떨어져 허술하기 그지없는 포도송이들이 달려있었다.

동네에 태풍이 한 번 지나갔는데 우박도 좀 쎄게 왔댄다.

쎄레스 근처에 호박밭이 많은데....근처 아이가 열 한명인 랑 친구네는 올 해 호박 농사를 크게 지었었는데... 걱정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풍성하게 열렸던 커다란 호박들은 얼음 돌멩이 세례를 받아 다 구멍이 송송 뚫려버렸댄다.

호박 농사 완전히 망가진거다.

워낙 농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건 엄청난 손실이다. 몇 억이 날라간거다.

토요일 오후에 그 친구는 랑과 맥주를 마시며 호박 농사를 짓기 위해서 은행에서 돈도 좀 빌렸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제 돈도 많이 들어가기 시작해서 애들 중에 대학생도 세 명이나 되는데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일꾼 중의 한 명이 집 들이를 한다며 우리를 저녁 초대했다.

집은 전체가 하얗게 칠해져 있는데 참 작았다.
신혼이니 방 하나만 있어도 되겠지 싶었지만 장난감 집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마당가에는 풀이 우거져 있었는데 그냥 그 상태가 좋아서 냅두는 거란다.
그래도 풀숲이 이쁘지가 않고 좀 음침해보여서 안 이뻐보였다.
좀 정리좀 하지.

아사도를 맛있게 구워서 내주는데 난 몸의 컨디션이 별로 안좋았다.
아가도 설사를 해대서 여간 신경 곤두서 있는게 아니었다. 원래 아가들이 아프면 엄마들은 기분 안좋기 마련이다.
게다가 다시 시작된 잔기침은 계속 되어서 가슴은 항상 저렸다.

아가는 기저귀를 차고 자꾸 기어다니고 싶어했다.

이 집은 우리 집처럼 기어다닐 정도로 안깨끗할텐데 그래도 아가는 내 품에서 안겨 있는게 지겨워서 몸을 틀며 내려가고 싶어했다.

그래 잠시 나 밥먹을 동안만 기어다녀라 싶어서 내려놨다.

고기를 한 점 먹으며 아가를 봤는데 아가 다리 옆에 시커먼 전갈이 기어가고 있었다.

헉.
얼른 아가를 안았다.

"저거 전갈아냐?"

다들 놀래서 바닥을 봤다.

독이 든 꼬랑지를 잔뜩 치켜 세운 전갈이 벽쪽으로 기어갔다.

랑이 얼른 가서 발로 밟았다.
키 180 센티에 몸무게 80키로의 무게를 받은 전갈.
하지만 랑이 발을 치웠을 때 전갈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 안죽는다."

랑이 다시 있는 힘을 다해 밟고 비틀고 몇번 하고 났더니 전갈이 죽어있었다.

우리가 사는 이 곳도 전갈이 사는 데인가?

팜파지역은 전갈이 안산다고 아는데 어케된거지?

그 일꾼도 그 동네 오래 살았지만 전갈은 처음 본다고 했다.

어디에서 왔을까?

무서운 맘에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을 재우며 침대에 누워있다가 벽에 이상한 곤충 두 마리가 있는걸 보았다. 초록색 곤충인데 하나는 천정에 하나는 벽에 달라붙어 있는게 아닌가.

저게 뭐지? 저거도 전갈인가?
등에 소름이 좌악 끼치며 랑을 불렀다.

"으앙 우리집에도 전갈이 들어온거 아냐?"

거실에 있던 랑이 놀래서 뛰어와서 방 불을 켰다.

"전갈같이 생기지는 않았는데?"

뭘까.

빗자루와 막대기를 동원해서 랑이 잡아온 것은 작은 초록색 개구리 두 마리였다.

뭔 개구리가 천정에 달라붙어있어?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희한한 개구리다.

아버님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옛부터 집 안에서 개구리가 보이면 홍수가 난다는데... "

아공 지겨워라. 비가 더오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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