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구君,![]()
혹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지난 2002년 가을에 대학 선배라고 인사하면서
내 사무실과 마포 연습장에서 영구씨를 몇 번 만났던
송근섭입니다.
그동안 영구씨의 발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 선배로서
그리고 영구씨를 몇 번 만나면서 영구씨의 순수하고 착한
마음에 반했던 사회 선배로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답니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던 나의 시각에서는 누구 보다도 순수한
마음으로 본인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영구씨의 학교 선배로서도 자랑스러웠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2002년 겨울부터 경영하던 벤처기업이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주주의 횡포로 어려워지면서 평생동안
차곡차곡 모아 두었던 부와 명예가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지는
피눈물나는 경험을 하였답니다.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동안 밤을새며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해서 만든 회사는 사라져 버리고 모든 책임만 남아있는
황당한 현실에서 전재산을 다 처분하고도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서 혼자 눈물흘렸던 그 때가 생각나서 영구씨에게
몇 자 적어 봅니다.
아마도 영구씨의 지금 심정이 그 때 내 심정하고 비슷할 것
같은데 저는 그 당시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도 참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오히려 그 경험이 내가 인생을 살아
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구씨도 지금 이 상황을 인생의 마침표라고 생각하지 말고
살아 가면서 가끔 주어지는 인생의 작은 쉼표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하기 바랍니다.
영구씨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을 온 몸으로 정정당당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대응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영구씨가 솔직해야 되는 대상은 영구씨의 팬도, 시청자도,
그리고 스타들도 아니고 오로지 영구씨 자신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다양한 스팩트럼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이해 당사자의 시각으로 솔직하려고
노력을 하면 영구씨 자신을 속여야 하는 경우도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은 영구씨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이번 사건이 영구씨 인생의 작은 쉼표로 기억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인생의 선배로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힘들겠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더욱 건강하세요.
그리고 혹시 선배와 소주 한 잔 생각이 나시면
연락주세요. 아니면 내 사무실이 여의도에 있으니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합시다. (singing@joins.com)
PS. 제가 힘들 때 낭송하는 이해인님의 "12월의 엽서"라는
시를 함께 보내 드립니다. 차분하게 읽어 보세요 ^^
12월의 엽서 (이해인)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