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진영.
철기주와 장수들은 모두 어느 정도 노기를 감추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군사 미란의 해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선 미란은 심히 침통했다.
“어서 해명을 해 보아라.”
“죄송합니다. 모주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
“군사…?”
“이 전투의 시작부터가 의문 이었습니다.”
그녀가 이리 말하자 장수들이 그녀의 의문에 대해 물었다.
“의문 이라니…”
“그것이 무엇입니까?”
“…”
미란이 침묵하자 장수들도 조용해 졌다. 그러자 곧 미란이 계속 말을 이었다.
“거꾸로 되짚어 보겠습니다. 오늘 사형의 명으로 사신을 보냈을 때부터 입니다. 적장은 우리의 사신이 도달하자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참수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것이 자신들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일로 실제로 적의 결의가 굳건히 다져졌을 테니까요… 물론, 우리 군은 크게 흥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양 군의 거대한 함성과 군세가 교차되는 순간 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두 가지 큰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의문이라는 것은…”
“그건… 왜 우리의 사신을 굳이 돌려보내지 않았느냐 하는 것 입니다. ”
“그거야… 우리가 아닌 적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적이 자신의 군세를 알리기 위해 사신을 죽이는 일은 전장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까?”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요? 비록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해도 우선은 화친의 조건을 듣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요? 그러나 적은 우리의 제안을 들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참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말까지 죽인 것입니다.”
“그건…”
“보통 참수를 해면 그 목을 말에 매달아 보내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않습니까?”
“흠…”
“적은 처음부터 일부러 우리를 자극하며, 자신들에게 진격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신을 무참히 죽인 것도 그 도발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 낮의 상황은 충분히 의심할만한 것이었습니다. 퇴로가 막히고 전염병이 창궐한 군사가 먼저 도발을 하다니… 그리고 이 싸움은 우기가 끝나고 날이 차가워져 겨울이 닥치면, 수추가 유리하게 진행 되어질 전쟁입니다. 일이 잘만 진행된다면 자신들이 손 하나 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전쟁이란 말입니다. 그것이 제가 원정을 서두른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혹한기가 되어 강이 얼어붙으며 백강은 육지가 되니 우리가 단숨에 의현에 이를 것을 두려워 하여 서두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그 전략을 이용할 것이라면 애초에 겨울에 원정을 했을 것입니다. 지난번에 말씀 드렸듯이 우리는 적진에 있습니다. 혹한기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내년 겨울에 다시 원정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상하게도 적은 자신이 유리해 지는 때를 기다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이 겨울보다도 더 유리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말을 들고 있던 철기주가 미란에게 물었다.
“함정이 있다는 말이냐?”
“함정?”
“네! 틀림없습니다.”
철기주의 이 말에 모든 장수들은 크게 놀랐다.
“우리 군이 진격하면, 모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함정 말입니다. 틀림없이 있을 것 입니다.”
“그러한 것이 어디에 있다는 것입니까?”
“우리 군과 수추군의 진 사이에 있을 것입니다.”
“진 사이에?”
“네… 우리 군의 진이 흩어져 우왕자왕 할 때, 수추에게는 큰 기회였을 것입니다. 허나 그들은 공격해 오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틀림없이 진격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수추의 진영.
군사 미려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제가 또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네?’
“적의 군사인 미란이란 여인을 좀 더 높이 평가했어야 했습니다. 그녀가 이번에도 내 전략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나는 양 진영 사이에 덫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을 간파하고 군사를 물렸습니다. 만약, 내가 좀더 지혜로웠다면, 그 덫 자체를 속임수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적의 군사가 내 전략을 짐작하고 군사를 물려 진이 흩어졌을 때, 우리는 진격했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하늘이 주신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양 진영의 사이에 진짜 덫을 설치했기 때문에 진격할 수 없었습니다. 승리를 위해 만든 덫이 도리어 승리를 막다니… 젠장…”
“군사…”
용의 진영.
미란의 해명을 듣고 있던 철기주가 미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모험을 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예상한 전략이 만약 나의 예상을 한발 더 나나간 것이었다면, 그 덫 자체가 속임수였고, 적은 흩어진 우리 진에 진격해 왔을 것입니다. 허나 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군사 미려는 제가 자신의 전략을 꿰뚫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해명을 들은 장수들은 모두 두 사람의 지략에 두려울 정도로 멍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미란의 이 말을 듣고 있던 철기주는 미란을 심하게 질책했다.
“한마디로 적의 군사 미려에게 하대를 받은 것이 아니냐?”
“장군님?”
철기주의 이 말에 다른 장수들이 크게 놀랐다. 그리고 미란은 심히 침통했다.
“그렇습니다. 사형…”
그만 무겁고 긴 침묵이 막사를 짓누르고 흘렀다. 그러나 철기주는 미란에게 더 자세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헌데 미려는 어찌 그러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냐?”
철기주가 이리 묻자 다른 장수들도 이에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언제 그런 덫을…”
“시신의 매장 입니다. 적은 우리가 당연히 시신을 매장한다고 생각할 때, 시신이 아니라 몰래 지하에 덫을 매설한 것입니다. 아마… 위에서 압력을 가하면, 수 많은 화살들이 지하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런 종류의 장치일 것입니다. 그러한 것을 두 달여 동안 매일 수백 아니 수천 개를 매설했습니다. 지금 양 진영 사이는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시신은 진 내에 매장한 것입니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물이 범람해 시신이 지하에서부터 부패하면, 식수도 오염될 것이 자명합니다. 틀림없이… 강을 통해 물자를 운반하는 수송선으로 의현으로 되 날라 야산에 매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물을 오염시킨 독극물도 실패인 듯 합니다.”
“어째서…”
“부끄럽지만 적의 군사는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틀림없이… 비가 오지 않는 날 만을 택해 물을 저장하고, 비가 오는 날은 미리 저장해 두었던 물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강에 독을 푸는 날은 피했던 것입니다.”
“그런…”
장수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진은 침통해서 다시 긴 침묵에 들어갔다. 그때 그 침묵을 깨고 철기주가 미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이냐?”
“…”
“미란…”
“…없습니다.”
“…”
그녀의 이 말에 막사의 아무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누구도 놀라는 소리나 숨소리 조차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기주는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너에게 한 달의 여유를 주겠다. 그때까지 방도를 생각해 내지 못하면, 겨울이 오기 전에 패배를 인정하고 철군하겠다.”
“장군님?”
“제 명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양 군이 휴전 아닌 휴전으로 대치한지 벌써 1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미란은 큰 곤경에 빠져 있었다.
“젠장…”
“좀 쉬어야 하는 것이 아냐?”
그때, 그녀의 막사에 철기주가 들어왔다.
“사형?”
“뭘 그리 보지? 내가 못 올 데를 온 거냐?”
“아뇨…”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면, 다른 도움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떠냐?”
“수추와 인접한 천위를 이야기 하는 것인가요?”
“그래”
“하지만, 사신을 보내 왕을 설득해서 윤허를 받고 군사를 정비해 국경을 넘는 것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 지는 일이 아닙니다.”
“내 말은 타국의 군사들도 모두 지혜로운 자들이 아닌가를 말하는 것이다.”
“네?”
“타국도 이미 용과 수추의 전황을 첩자들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 아니냐는 말이다.”
“그렇다면…”
“몰론, 도박이나 다름이 없지만, 그렇게만 되어 준다면, 우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으면, 철군하면 될 일이다. 지금의 전황에서 손 해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미란은 잠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이미 미란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녀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사형은 이곳에 대장기를 남겨둔 채… 저와 벽제를 거쳐 용마(庸馬)로 가주어야겠어요.”
“힘든 결정이구나.”
“네… 타국이 움직임을 믿어보는 수 밖에요.”
그렇게 그날이 저물어 갔다. 그리고 다음날 곧 장수들에게 새로운 전략이 전달됐고, 곧 미란과 철기주는 말에 올랐다.
“저도 가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돌연 무연장군이 따라 나서겠다고 선언 했다. 그러나 미란은 이를 반대하고 있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무연은 곧 철기주를 향해 간청했다.
“장군님!”
“…”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저는 장군님께 물었습니다.”
“뭐야?”
“저는 장군님을 곁에서 지키도록 어명을…”
미란이 계속 반대하자 무연은 갑자기 황명을 거론하며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이 이러한 행동은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미란으로 하여금 큰 실수를 저지르게 하고 있었다.
“닥치지 못하겠느냐?”
미란은 그만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장수과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연의 따귀를 때리고 말았다.
“군사?”
모든 장수들은 이 돌발적인 상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미란은 굽히지 않고 무연을 힐책했다.
“언제까지 어리광을 부릴 것이냐? 넌 전장의 장수니라. 그것만이 네가 사형 옆에서 모실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니라. 모르겠느냐?”
“…”
그렇게 대치한 두 사람을 철기주가 책했다.
“두 사람 모두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이곳은 군진 이니라! 잊은 것이냐? 병사들이 지금 수뇌부의 이런 불란을 보고 어찌 생각하겠느냐?”
철기주의 호통과 함께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철기주는 다시 한번 무연에게 명했다.
“무연 장군! 지금 미란 군사는 사면초가의 군대를 이끌고 국운을 걸고 싸우고 있다. 그런 군사의 심기를 어지럽히다니 어찌하려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무연 곧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죄했으나, 물러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약속하겠소. 무연장군이 지켜주지 않는 곳에서는 절대로 죽지 않겠소.”
“그 약속…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그렇게 무마가 되는 듯 했다. 그리고 곧 철기주와 미란은 말을 달려 용마로 행했다. 그들은 용마에서 장수 요적란(要赤丹)의 북부군과 합류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