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너무 심해서 먹은 알레르기 약으로 인해 젖을 먹던 아가는 나로 인해 약물 중독이 되어 있었다.
입술이 파스르름했고 피부도 창백했다.
아가에게 너무 미안해서 날마다 병원에가서 치료도 받고 그 약기운을 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힘들고 지친 시골의 생활은 내 건강과 아가의 건강이 무너지며 힘들게 되었다.
다행히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까삐탈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올라가는 여행이 시작됐다.
비가 많이 와서 침수된 지역이 많았다. 아직 물속에서 물소가 된 소들이 눈만 뻐끔거리며 불쌍하게도 우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각 나라에서 본래의 자긍심있는 직업이 있기 마련인데, 이 곳 아르헨티나는 소를 많이 키우는 목축의 나라라 소를 키우는 직업인 '가우초'란 직업에 대단한 긍지를 갖고들 있다.
가우초의 본래 복장이 있는데, 말을 주로 타고 다니며 소들을 보기 때문에 승마복 차림과 흡사하다. 승마복과 서부 시대의 보안관 복장과 짬뽕을 한 복장 비슷하다.
한 여름에도 가죽 조끼에 가죽 바지에 가죽 부츠를 신고 박차도 달았다.
게다가 빤초라 불리는 덮개도 있다.
끝이 날렵하게 꼬부라지는 모자를 쓰고 그들은 가우쵸의 전문성에 대해서 설파했다.
나라가 넓으니 한 농장의 크기란 우리 한국 사람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말타고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이 되어서야 다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있고, 어느 농장은 3일은 돌아봐야 다 돌 수 있는 농장이 있다.
그런 농장에 풀어놓은 소들을 우린 다 기억할 수 있을까?
아닐게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소들의 이름까지 다 기억하고 있단다. 우리가 개와 고양이에게 이름 붙여 기억하듯 가우쵸들은 소들의 얼굴만 봐도 누군지 알고 누구네 자식인지 다 안다고 한다.
"아~ 쟤는 로사의 딸인데 쟤는 루초라는 소와 좋아해."
이런 식으로 그 소들의 아픔과 생활상을 모두 아는 가우쵸들.
그 가우쵸들이 저렇게 물 속에 잠긴 소들을 볼 때 마음이 참 아플 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맑은 공기와 햇빛이 뜨거웠지만 넘치는 대지의 물은 사람과 소들에게 괴로움을 주었다.
여름 내내 일한 댓가 없이 오히려 벌통의 앞 날이 어두운 상태에서 아버님과 랑은 뚜꾸만 이동을 시도했다. 피해를 최소한 줄여보자는 의도였다. 우리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놔두고 이동준비를 해서 가야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이름 그대로 '좋은 공기'란 뜻을 가진 공기가 좋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우리처럼 시골에서 살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면 온 도시가 안개에 싸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백구에 가면 한국 문화가 넘치게 있으니 그 곳이 그리웠다.
시골 생활은 외로움이 커서 가뜩이나 힘든 이민 생활 중에서도 유배당해 사는 느낌이다.
잔뜩 빌려가지고 간 한국 드라마와 쇼프로가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들을 들고 백구 지역에 가서 비디오 가게에 되돌려 주고 한국에서 수입된 과자와 사탕을 한 봉지씩 들고 다니면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백구는 날마다 번창해갔다. 못 보던 한국 식당들이 여러군데 생겨났고, 숯불 갈비집도 늘어나서 음식점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좋았다.
식품점도 커지고 더 많이 생겨서 가격도 다운되어 있었다.
백구에서 이동할 때 먹을 라면과 김치거리를 사다가 김치를 담았다. 남자들은 짐을 꾸려갖고 다시 뚜꾸만으로 이동했다.
날마다 짐을 싸며 사는 생활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남들은 한 군데서 정착해서 잘들만 살든데 우리 집은 왜이런지 모르겠다 싶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남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마음도 몸도 지쳐 푹 쉬었다.
아버님과 랑은 뚜꾸만으로 올라가기 전 우리가 살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집을 부동산에 내 놨다.
이제 식구도 적은데 지나치게 큰 집에 살기는 했었다. 그 집을 팔고 작은 아파트로 가고 싶었다.
뚜꾸만 이동은 짧게 끝나서 한 달 반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부동산에 집을 내놓은걸 잊고 있을 즈음이었는데, 뚜꾸만에서 돌아온 날 아침에 집을 산다는 사람이 우리집에 왔다.
그 때는 부동산 가격이 정신없이 오를 때였는데 우린 시골서만 지내다 와서 까피탈 상황을 전혀 몰랐다. 우리가 내놓은 집 가격은 원래 가격의 세배 정도 싼 가격이었다.
시골서 올라온 랑은 그 날 아침으로 집을 팔았다.
그 집을 사러 온 사람은 현찰로 돈을 들고와서 집을 사버렸다. 뭔가 찜찜했지만 우린 그 집을 팔고 다시 아파트를 사려고 나섰다.
우리가 집을 판 돈은 작은 아파트밖에 사지 못할 정도였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계약은 끝난 상태였다. 바보같았던 우린 그렇게 작은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했다.
아파트는 상가와 복합된 곳이라 살기는 편했다.
너무 큰 집에서 청소만 세 시간 네 시간 하다가 작은 아파트로 이사오니깐 철이 없던 난 더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