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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습니다...

푸근가심순이 |2005.02.05 02:04
조회 486 |추천 0

제가 14살에 남자친구를 학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희동네 어학원들은 보통 초등학생 중심이기 때문에

어학원 반에서는 오빠와 제가 나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오빠는 그때 뉴질랜드에서 유학중이다가 허리를 다쳐 휴학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지내고 있었습니다.

 

오빠와 자주 대화를 하면서 친해졌고 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개학하면서 오빠를 볼일이 적어지고 오빠또한 미국으로 다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메일은 꾸준히 주고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를 이년, 오빠는 이제 너 시집갈 나이 됬으니까

오빠한테 시집와라 라면서 사귀자는 말을 했습니다.

 

방학마다 오빠를 만날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오빠의 메일이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오빠의 이름이

마냥 설레였던 저는 흔쾌히 승낙을 했었죠. 기뻤습니다.

 

그리고 일년 뒤 오빠는 반지를 내밀며 청혼했습니다.

어색한 이야기시겠죠? 열일곱짜리를 열아홉짜리가 결혼하자고 한다니요.

 

그러나 오빠와 저는 둘다 미국문화에 익숙한 탓인지

어색한 일만은 아니였습니다.

 

약속반지란, 청혼할때 주는 약혼반지란,

흔히들 맞추는 커플링 같은 거 이니까요.

물론 나중에 결혼하자는 약속이 담기기는 했지만요.

 

오빠의 반지를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오빠와 저의 대화는 결혼 이야기로 가득찼습니다.

 

한국에서 어른들모시고 결혼하고 허니문으로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친구들이랑 한번 더 하자. 오빠 너 먹여살리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등등 숱한 오빠의 약속과 다짐과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했습니다.

 

12월이 돌아오고 오빠는 22일날 돌아온다고 했었죠.

저는 그때 시험기간인지라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번엔 공항에 못 나가노라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오빠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오빠가 잘 왔다는 문자도 메일도 없고 메신저에도 안보였습니다.

너무 걱정이 되서 시험기간인 와중에도 메일을 보냈습니다.

싸이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오빠는 이번에 한국 못 간다는 말과 함께 저번에 사고낸것 때문에...라고 얼버무렸습니다.

이상했죠. 그 사건은 오빠가 봉사활동을 200시간 하는걸로 마무리 된것으로 알았으니까요.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오빠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려고

오빠싸이에 다름 없이 들어갔는데 왠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이런일이 있었지만 그 여자분은 하숙집 딸이였고

저랑 10살 차이나는 언니 였었기에 또 그사람인가 크리스마스라서...

 

했는데 아니였던 거죠.

--네랑. 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진 사진.

거기엔 어떤 여자 둘과 오빠가 활짝 웃는 사진이였습니다.

--네 커플 진짜 잘 어울려라는 본문과 밑에 그 여자분의 싸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도 틀릭해서 그 여자분 싸이로 들어갔습니다.

메인 사진을 보고 맨 왼쪽에 있던 여자분임을 알았죠.

가운데 있던 여자는 오빠의 새로운 연인이였던겁니다...

 

사진첩에는 오빠와 밝게 웃는 그 여자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청년대회에서 만났다는 이야기, 오빠가 반지를 선물했다는 이야기.

사귄첫날에 교회행사가 있어 부루퉁해 있었더라는 등의 이야기였습니다.

 

오빠의 매년 크리스 마스 선물은 컬렉션 테디베어였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크리스마스시즌에만 런칭되는 컬렉터들을 위한 테디베어.

 

제 선물은  타이였습니다.

처음 오빠 선물을 고를때 뭐 받고 싶냐는 말에 다 좋다고 한 오빠.

곰곰히 생각해 보니 파티가 잦아 정장 입을 일도 잦고 또 오빠는 매주 교회에 갈때

정장을 입는 다는 말이 기억나서 고른 선물이였고 오빠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며

타이는 이제 자기 손으로 안사겠다고 늘 네가 선물해 달라고 했었죠.

 

마지막 사진은...

크리스 마스 파티때 선물을 교환하고 여는 사진이였습니다.

친구의 잡지를 보다가 2004년 테디베어를 보고 올해 오빠 선물은 이거겠네 했던

그 테디 베어를 안고 환하게 웃는 그여자와 쑥스러워하며 그여자의 선물인듯한

타이를 스웨터 위에 매고 있는 오빠의 사진이였습니다...

 

오빠에게 이야기를 해야할것 같아서

오빠 싸이로 다시 옮겨 왔는데 새 일촌평이 있더군요...

오빠의 일촌평은 제일 먼저 우리 애기아빠 라고 쓴 제가 있고

아까 말씀드린 10살 위인 언니의 여자도 많아 라는 글이 있고

오빠의 룸메이트가 쓴 바람둥이 라는 글이 있었죠.

 

그 위에...

또 여자가 한명 늘은 거야? 라고 새 일촌평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신부---)였습니다.

 

그 여자분 홈피에 들어가니 이번엔 예쁘게 사랑하자(신랑---)라고

오빠의 일촌평이 있더군요. 아내라고 쓰인 제 일촌평에 그여자는 관심도 없는것 같았습니다.

 

그뒤로... 제가 오빠싸이에 올린 글이 하나씩 지워지고

오빠는 메신저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저... 버림 받은 거겠죠?

 

차라리 다른 여자 생겼다고 말해주면

그럼... 속이라도 편핧까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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