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영웅 (1부 15막 : 정치(政治) #02)

J.B.G |2005.03.01 00:22
조회 114 |추천 0

 

깊은 밤 미란의 저택.

미란의 자신의 방에서 첩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냐?”

“그렇사옵니다.”

 

미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소문에 의하면 적장 적령은 용을 치기를 청했다 한다. 그런데 도리어 목진이 용과 화친을 하려 하자 이를 반대하다 다시 좌천되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이리도 용에 집착하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그녀는 무엇인가 실마리를 잡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때 첩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주 중림을 찾는다 합니다. 그리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항상 그 이동경로에 운산이 있다 합니다.”

“운산?”

“네 그러하옵니다.”

“사형과 같이 운산에… 왜…”

 

미란은 왠지 모르게 불길했다.

 

‘혹시…’

 

그녀는 자꾸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럴 리 없어…”

“군사?”

“아무것도 아니다. 어찌 되었든 목진에서 적령이 사라질 때마다 같은 시기에 중림에 붉은 망토의 장수가 나타났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영웅호걸이 아니면 맞지 않는다는 기녀…가 그를 맞는다는 말인가…? 젠장!”

 

깊은 생각에 잠긴 그녀 앞에서 밀정은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묵했다.

 

“그리고… 그 기생이… 사형이 마음을 빼앗긴 기생이란 말이냐?”

“…그건…”

“됐다. 그만 돌아가거라!”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렇게 밀정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중얼거렸다.

 

“초란… 넌 도대체 어떤 계집이기에… 천하의 영웅을 둘씩이나… 천한 계집 따위가…”

 

결국, 미란은 깊은 의심을 품고 스스로 중림부로 향했다. 그리고 곧 그녀는 중림부의 초류향에서 남장을 한 채 초란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녀를 찾으셨습니까?”

“우선… 학문을 먼저 겨루어야 하는 것이냐?”

 

초란은 자신이 앞에 있는 미공자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아닙니다.”

 

초란은 시동과 하녀를 물리고 방에 들어섰다.

 

“거기 앉거라”

 

초란이 자리에 앉자 미란이 물었다.

 

“어찌 학문을 겨루지 않는 것이냐?”

“어찌 감히 용국의 군사(軍師)와 학문을 겨루겠습니까?”

 

초란의 이 대답에 미란은 그만 크게 놀라고 말았다.

 

‘이 계집이…’

 

초란이 침착하게 미란에게 말했다.

 

“철기주 대장군께서 사매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먼저 선수를 빼앗겨 버린 미란은 짐짓 태연하게 대꾸했다.

 

“영웅호걸이 아니면 대면할 수 조차 없다는 초란이 맞는 게로구나?”

“…”

“왜 대답이 없느냐?”

“그렇사옵니다.”

“고개를 들고 얼굴을 보여라”

“…”

 

고개를 든 초란은 정말로 같은 여자인 미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를 갖추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직접 대면하자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난 미란은 거만한 표정으로 잔을 내밀었다.

 

“따르거라”

 

초란은 다소곳하게 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자 곧 미란은 거칠게 술을 마셨다. 그렇게 하기를 한참이 지났다. 그리고 곳 미란은 취기가 올랐다. 그러나 초란이 보기에 미란은 정신이 곧고 위엄이 있어 보였다.

 

“옷을 벗거라”

 

미란의 이 갑작스러운 명에 초란은 잠시 망설였다.

 

“명을 듣지 못한 게냐?”

“아니옵니다.”

 

초란은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러한 그녀를 보며 미란이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에 취해 중얼거렸다.

 

“아름답군…”

“…”

 

이 말에 초란이 옷 벗기를 멈추었다. 그러자 미란이 다시 명했다.

 

“춤을 추거라.”

 

초란이 다시 망설이자 미란이 물었다.

 

“부끄러우냐?”

“…”

 

잔뜩 독기가 오른 미란은 더욱 초란을 노골적으로 천시하며 명했다.

 

“천한 계집이 부끄러운 것도 아는 것이냐?”

 

초란이 계속 망설이자 미란은 갑자기 초란에게 칼을 내어 주었다.

 

“그 칼을 집어라”

 

초란이 칼을 바라보기만 할 뿐 집어 들지 않자 미란은 물러날 수 없는 명을 내렸다.

 

“사형의 비밀을 알고 있는 너를 살려둘 수는 없다. 자결하거라!”

 

그러나 초란은 여전히 동요하거나 놀라는 기색이 없이 물끄러미 검을 바라보기만 할 뿐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미란이 초란에게 물었다.

 

“너를 찾아오는 북방의 첩자는 누구냐?”

 

순간, 초란의 냉정함도 그만 다하고 말았다.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말하거라!”

 

결국, 초란은 미란에게 엎드려 말했다.

 

“차라리 소녀를 죽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남자를 놓고 죽으려느냐?”

 

그녀의 이 말에 초란은 그만 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네 말대로 난 용의 군사 미란 이다.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대장군 철기주와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 이니라.”

 

미란은 지금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밝힘으로 정말로 초란을 주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죽겠느냐? 아니면, 첩자를 밝히겠느냐?”

“…”

 

초란은 침묵했다. 그러자 미란은 다시 더 잔인한 조건을 내걸었다.

 

“하나의 길을 더 주겠다.”

“그… 길이란 무엇입니까?”

“목진의 장군 적령의 정체가 무엇이냐?”

 

초란은 그만 숨이 멎는 것 만 같았다.

 

‘헉!’

 

이미 모든 심리를 꿰뚫은 미란은 초란을 더욱 몰아붙였다.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제발… 그것만은…”

“네 조국을 배신하지 않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적령을 배반하거라. 길은 한가지다.”

“어찌 제게 그런 일을…”

“누구냐?”

 

미란은 결연했고, 초란은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초란은 결국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미란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확인을 하려 한다고 초란은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우정보다는 사랑을 선택했다.

 

“그분은…”

 

초란의 망설임은 여전했다.

 

“어서 말 해라!”

“…그녀는 멸망한 봉국의 제상 조위와 대장군 호령의 따님이신 묘령장군 입니다.”

“뭐?”

 

초란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미란을 큰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그녀가 예상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녀는 적령과 운령에 대한 것을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내 예상이 틀린 것인가?’

 

미란은 곧 노기를 드러내었다.

 

“감히 날 속이려는 것이냐?”

 

지금 이순간 초란도 혼란스러웠다.

 

‘무엇을 떠 보려는 것인가?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이었다.

 

“이 상황에 어찌 감히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적령은 하찮은 중림의 촌부인 운향이 아니란 말이냐?”

“그것 또한 사실입니다.”

“뭣이?”

 

미란은 그만 너무나 큰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 지고 말았다.

 

“그녀는 이미 멸망한 봉국의 젊은 영웅인 묘령장군 이며, 또한 중림부에서 대장군 적청의 아내이며 한 아들의 어머니였던 촌부 운향 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목진국의 장군이며 복수자인 전쟁의 귀신 적령장군 입니다.”

 

초란의 고변이 끝나자 실내는 고요해 졌다.

 

‘복수자…’

 

미란은 심각한 혼란에 빠져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아 알았다.

 

“…내가… 내가… 너무 어리석었구나…”

 

한참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미란은 그만 몸을 추슬러서 자리에서 일어서며 초란에게 말했다.

 

“널 죽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죽이지는 않겠다.”

“어째서…”

“사형이 슬퍼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네가 두 사람의 비밀을 말하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

“너도 어쩔 수 없는 여자니까…”

 

초란이 미란에게 말했다.

 

“당신도 그분을 사랑하시는 군요…”

“닥쳐라!”

 

미란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재차 다짐을 시켰다.

 

“명심해라. 네가 입을 여는 순간 넌 내 손에 죽는다는 것을…”

 

미란은 초란을 뒤로하고 나와 용으로 향하면서 그만 자신의 실수에 마음속 깊이 통곡하고 말았다.

 

‘어찌 이리 어리석단 말인가? 나는… 그때 그녀를 얻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미 천하를 얻었을 것을… 아…’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