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가 없던 그 아파트에서 난 무서워서 창문을 열지도 못했다. 창문 바로 앞이 상가 건물지붕들인데 그곳으로 루이스가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겁도 나고 무섬증이 일어서 밤에도 잠을 못 이뤘다.
랑은 그렇게 무섬증이 많은 날 두고 출장도 못다니니까 이사 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차를 끌고 다니며 옷 장사를 해보니 재미가 났든지 아베쟈네다 지역에 옷가게를 차린다고 했다.
큰 길가에 있는 옷가게들은 세냐(권리금)가 너무 쎄다. 3년마다 새로 내야하는 그 쎄냐가 한국돈으로 보통 몇 억씩 하는 거다. 월세도 쎄니까 그 쪽에서 연다는 것은 꿈도 못꾸고 뒷 길에서 연다고 했다. 그럴려면 그 동네 근처로 이사가는 것이 편하다고 아파트를 판댄다.
때 맞추어 시골에 있던 벌통도 산다는 작자가 나섰다. 그 사람도 이번 엘니뇨 이상 기온 현상으로 벌통을 많이 잃은 이인데 있던 벌통으로 하려니 너무 규모가 작아 우리 꺼를 사서 합치려고 한다고 했다. 우리 벌통 규모도 만만치않게 큰 규모였어서 한꺼번에 팔기가 힘들었는데 그 작자가 나서서 팔게 되었다. 시골에 있던 땅도 정리하고 아파트를 팔아 가게를 여는데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나하곤 원래 전혀 의논이 없는 랑 혼자서의 계획이고 난 그저 하는대로 쫓아가는 사람이었다.
새로 이사간 아파트는 큰 길가에 있는 깨끗한 아파트였다. 새로 꾸미는 우리 가게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7층이란거다.
얼마 전 루이스가 떨어져 죽은 사건이 내게 너무 큰 충격을 준 터라 그 7층 아파트는 온 식구들에게 별로 달갑지않은 높이였다.
아파트 마루는 깨끗했다. 새로 유행하는 마루라는데 투명 플라스틱을 얇게 덮어서 마루를 더욱 강하고 반짝거리게 하는 시공법이랜다. 암튼 마루만 맘에 드는 집이었다.
거실과 방 두개에 이어지는 베란다가 큰 길가로 나 있었는데 우린 너무 겁나서 페르시아나를 굳게 내리고 있었다.
페르시아나는 커튼처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나무 커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르헨티나 거의 모든 집에 있는데, 올리면 벽 속에서 둘둘 천처럼 말려서 올라갔다가 내리면 풀려서 내려오는 나무 문이다. 그 문은 도둑 방지용으로도 아주 좋았다.
그 아파트로 이사간 지 몇 달이 다 되도록 우린 그 페르시아나를 굳게 내리고 베란다를 전혀 사용을 안했다. 아가들에게도 베란다로 나가면 큰 일난다고 주의를 주어서 그 쪽으로는 절대로 못 나가게 했다.
근데 문제는 세탁실 쪽으로도 작은 베란다가 있다는 거다.
거긴 또 베란다 받침대들이 철로 되어 있는데 그 사이가 너무 넓어서 아가가 그 사이로 빠질 수도 있을꺼란 두려움을 주었다. 그래서 늘 아가를 안고 그 쪽으로는 절대로 못 나가게 해야했다.
그러는 와중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르헨티나 신문에 실렸다.
휴양지에 새로 지은 콘도미니엄이 부실시공 되어서 베란다가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베란다를 시공할 때 건물에서 철근이 이어져 나와 같이 시공되어야 하는데 그냥 본드같은 것으로 베란다를 붙였댄다.
건물이 새로 지은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휴가를 간 대학생 몇 명이 그 베란다에서 춤을 추고 생 난리 부르스를 친거다. 그 베란다는 6층에서 그냥 떨어져서 거기 있던 대학생들 몇 명이 그대로 떨어져 죽어버린 사건이 신문에 대대적으로 실렸다.
아, 몹쓸 베란다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린 그래서 절대로 베란다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페르시아나를 빛만 겨우 들어오게끔 살짝 올려놓고 사용하기로 했다.
랑은 한 두 달 가게를 만든다 인터리어를 한다 어쩐다 하면서 가게를 꾸몄다.
가게를 하면 내가 전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도 모른체, 그저 남들 다하는 옷가게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했다.
원래 옷가게는 온세지역에서 한국인들이 상권을 잡고 있었는데, 아베쟈네다 지역에서 약간 고급이며 값도 좀 비싼 옷을 판매하면서 막 일어서던 시기였다.
그래서 지방에서 소매 장사를 하던 사람들 인식이 온세 지역에서는 싼 옷을 사가고 아베쟈네다 지역에선 고급옷을 매치를 하자싶어 사러 온다는 것이었다.
우리 가게는 이층으로 되어있었다.
들어가는 입구 양쪽으로 쇼윈도우가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가게 구조는 옆으로 넓은 게 아니고 안으로 길게 되어있었다. 우리 가게 바로 옆에도 새로 여는 사람들이 있었다. 거기도 허구헌날 뚝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가게는 검고 가벼운 철근으로 온통 가게 안을 인테리어해서 뭔 우주선모양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며놨다.
랑은 건축공학과 출신이라 이런 감각도 좋은가부다.
검은 대리석 느낌이 나는 가구들로 채워졌고, 한쪽 벽은 옷을 접어서 놓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한 쪽벽은 검은 철로 되어 있어서 옷걸이들을 무진장 채울 수 있도록 3단으로 꾸며져 있었다.
안쪽 깊숙이에는 옷을 가져오면 정리하기 전에 쌓아둘 수 있는 작은 창고도 만들었는데, 나중엔 아이들이 쉬거나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2층에는 재단대가 놓여졌다. 그 넓은 공간에 잘 짠 넓은 재단대가 놓여져 어떤 넓이의 옷감이 와도 재단이 되게끔 해놨다.
랑이나 나나 뭔 옷을 재단을 하거나 디자인을 하거나 하는 것은 문외한인데 뭐그리 대단하게 꾸며놨다 싶기도 해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옷에 관한한 거의 프로급들만 몰려있는 아베쟈네다에서 제품을 만들기도 하며 도매를 하는 도매상을 열기로 했다.
랑은 디자이너, 재단사, 재단사 보조, 점원 둘을 채용하고 비드리에라(쇼윈도우)를 꾸미는 사람들을 불러 가게를 꾸미기 시작했다.
랑과 아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물건을 대주고 와서 옷 진열하는 법을 가르쳐주며 옷 정리 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난 옷을 개는 법도 잘 몰랐는데, 그런 나를 보며 그 집 아줌마는 웃겨 죽는다고 배를 잡고 웃었다. 내가 너무 어설프게 보였나부다.
"윤희엄마, 가게 여니 기분이 어때?"
난 그저 한번도 생각도 안했던 이 직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새롭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신도 났었다. 내 성격이 원래 늘 낙관적이지 않은가.
"음, 재밌는데요?"
그들은 내 말에 놀래서 쳐다봤다? 그 누구도 재밌다는 표현을 안했대나. 글쎄... 이왕하는 거 재밌게 해야 능률도 오르고 좋지않나?
그렇게 난 옷 도매상 아줌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