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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2006)- 날씬해야 우대받는 사회

미녀 |2007.01.31 18:31
조회 6,206 |추천 0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은근히 무시를 당해오던 여주인공은 짝사랑하던 남자의 마음을 뺐기 위해서 '기어코' 이뻐지기로 결심하고 죽음의 다이어트와 최첨단 의학의 힘을 빌려 절세미인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합니다. 이런 스토리는 현실세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 전혀 억지스런 설정이 아닙니다. 문제는 미인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주인공이 이후에 행복해지고 당당해지기는 커녕, 영화 내내 무언가 죄의식에 시달리며 두려움과 불안감에 떨고 몹시도 괴로워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알게 될까봐 매순간 긴장을 놓치지 않고 남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거의 강박증처럼 매달립니다.

제목이 왜 '미녀는 괴로워'인가 했더니 정말로 미녀가 된 이후에 괴로워하네요. 이 부분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왜냐면 외모 컴플렉스가 강한 사람이 꽃미녀로 거듭난 이후에 저런 식으로 우울하게 사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아니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나가 그럴만한 사연을 가진 여자라고 보이지도 않습니다. 주진모가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실망할까봐 숨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말이 안되는게, 한나의 경우에는 성형을 하게 된 주된 동기 자체가 주진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그런 한나에게 동정을 넘어서 동화까지 될 정도로 몰입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성형수술을 부정하지 말고 오히려 당당하게 인정하자는 쿨한 시대의 쿨한 영화'로 평가하는 것에 동참할 수가 없는게 영화 전반에 이미 성형수술에 대한 어떤 죄의식같은게 잔뜩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김남주가 얼굴을 다 뜯어고친 인조인간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어도, 혹은 삼순이 김선아의 수술 전 '누구세요?' 얼굴이 네이버 붐에 올라와서 원츄를 먹어도 그녀들의 인기전선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연예인들의 성형의혹 자료만 모으면 전화번호부 두께는 될 것 같은 이런 시대에 성형수술은 거의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으니까요. 지난번 여걸식스 멤버들의 고백처럼 이제는 성형사실을 당당히 드러내고 오히려 농담삼아 수다떠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옥주현은 아직도 꽃돼지라고 놀림을 받지만 그런 비난 속에는 그녀의 변신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그걸 알기 때문에 옥주현은 남들이 놀리면 놀릴수록 더더욱 당당해지는 겁니다. 왜냐면 지금은 성형을 했든, 보톡스를 맞았든, 치아교정을 했든, 지방흡입을 했든 결과적으로 얼굴만 이뻐지면 그걸로 장땡인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신체발모 수지부모'는 지나가버린 옛날 이야기죠.

 





성형을 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 연예인들은 그녀들의 성형수술이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수술을 했는데도 얼굴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김태희가 앞트임을 했다고 욕을 먹는것 봤습니까? 반면에 강혜정은 튀어나온 입을 들어가게 하는, 자기딴에는 꼭 필요했던 수술 하나 한 것 뿐인데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죠. 이 시대의 가치판단 기준은 성형미인이냐 자연미인이냐에 있는게 아니라, 이쁘냐 안 이쁘냐에 있습니다. 과거에 노이즈의 '성형미인'이라는 노래가 있었는데 그 노래는 90년대니까 가능했던 노래지 지금 나오면 이뭐병 소리 들을게 분명한데, 이 영화의 원작만화라고 하는 일본만화도 사실은 90년대 작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원래 김용화 감독이 '오! 브라더스'로 데뷰하기 전부터 각색을 하던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원작만화는 90년대 작품인데 영화는 2000년대에 개봉이 되다보니까 그 시대적 갭이 결국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성형미인들에게 사회가 어떤 죄의식 같은 것을 요구했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김용화 감독은 코미디에 재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감독이 얼마나 능청스럽고 뻔뻔한가 하는 부분이거든요. 즉, '지금 이 장면은 여러분을 웃기기 위한 장면입니다'라고 선언한 후에 보여주는 코미디는 아무리 박장대소가 터져도 저는 점수를 크게 주지 않습니다. 과장하자면, 그것은 웃음에 대해 강요를 한 후에 웃음을 빼앗아가는 강도행위와 다름없어요. 그런 코미디들은 웃기면 다행이지만 못 웃기면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관객들은 불편해지기 싫어서 억지로 과장해서 웃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가문의 영광' 같은 작품이죠. 배우들 얼굴에 이미 '우리는 무진장 웃긴 배우들이야'라는 거만함이 드러나 있습니다. 코미디에 재능이 있는 감독들은 관객이 웃든 말든 크게 신경쓰지 않고 빨리빨리 다음 컷트로 바쁘게 넘어갑니다. 웃음의 권리를 관객들에게 완전히 양도하는거죠. 즉, 웃음이 크게 터져나오지 않더라도 영화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인 것입니다.

김아중의 연기야 뭐 다들 칭찬하는대로 대단했구요. 연기 스타일은 코미디 영화에 출연할때의 김정은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뚱보로 변신한 김아중의 분장은 패럴리 형제의 영화속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했던 분장을 적극적으로 참고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패럴리 형제의 영화에서는 더 심하고 짖궂은 농담들이 많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그런 식으로 막나가면 비만인들을 비하했다는 항의를 받을 가능성이 확실하니까 아마 적당한 선에서 농담의 수위를 조절한 티가 나더라구요. 만약에 맘놓고 웃기기위해서 전력을 다했다면 훨씬 더 웃기는 영화를 만들 수가 있었을겁니다. 감독이 포커스를 '뚱보 한나'가 아닌 '미녀 제인'쪽으로 맞춘 것도 그런 이유가 있었을겁니다. 그래서 뚱보시절의 한나 이야기가 너무 짧다는 느낌도 듭니다. 뚱보 시절에 그녀가 느꼈던 컴플렉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게 후반부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좋은 바탕이 됐겠지만, 아마 감독은 우리나라 여성들이라면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의 고통을 굳이 자세하게 안 보여줘도 다 이해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앞 부분은 건너뛴 것 같습니다.

 


ps. 영화 속에서 김아중이 성형외과 의사에게 '이영애'같은 얼굴형을 원한다고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현실과 가상의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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