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그 남자 - (12) 여우클럽의 그녀
수연을 보고 화가난 주엽이 수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은미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왜 그토록 주엽이 자신에게 무관심했는지 이해 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자신의 레이더에 꽃힌 주엽을 놓아줄 마음은 없었다. 일주일전 늦은 새벽에 [여우클럽]의 문을 밀고 들어 올때 부터 은미는 주엽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형우야, 나 잠깐 나갔다 올께."
아직초봄이라 그런지 가끔씩 비가 오면 쌀쌀한 탓에 은미는 빨간색 레인코트를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은미는 어두운 곳을 주시하며, 그들을 찾았다. 그러나 그와 그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가로등 불빛사이에 다정하게 서로를 보듬고 있는 연인들이 눈에 들어 왔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며 다가간 은미는 그들의 뜨거운 포옹을 보고말았다.
"하......... "
주엽이 자신의 바로 등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수연과의 거리를 두며 뒤돌아 보았다. 그들의 뒤엔 은미가 다소 놀란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아. 저 미안하군요. 방해 해서 그런데 형우랑 형준씨가 기다려서요...."
사실 그들은 두 연인이 오랜만에 만난거에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다만 은미가 조바심에 그를 붙잡고 싶었을 뿐이였다.
".... 그렇군... 춥다. 들어가자 수연아."
그는 더없이 다정한 표정으로 수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수연과 함께 은미를 지나쳐 {여우클럽}으로 들어가 버렸다.
은미는 은근히 자신을 무시하는 주엽의 태도가 몹시 못땅했다. 별로 이쁘지도 않고, 잘나보이지도 않는 수연이란 여자때문에 자신을 본채만채 한다는건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였다. 그래도 한때 잘나가는 TVCF 스타였는데, 그런 자신을 무시하는 주엽의 오만한 태도가 싫었다. 은미는 그들의 들어간 {여우클럽}을 바라보며, 두손을 불끈 쥐었다.
"어. 은미야 여기좀 와봐. 정식으로 소개해 줄께... 여긴 황은별씨 형준 형의 애인이고 곧 결혼 한다네...ㅎㅎㅎ 그리고 여긴 주엽이 형 애인...오"
은미가 들어서자 사촌 형우가 은미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 앉히며, 수선을 떨었다.
"알아 수연씨죠? 성함이?"
".... 네 오수연입니다."
처음 봤을때 부터 별로 탐탁치 않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은미라는 여자를 수연은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두번씩이나 자신의 이름을 물어 오다니 은근히 무시하는 것 같아 얄미워 보였다.
"자자 모처럼 만난 두분 아니 네분 회포 푸시라고 우리는 그만 가야 겠다..."
형우가 은미의 팔을 잡아 끌며 일어 나려 하자 은미는 오히려 그를 말렸다.
"아니, 형우야 우리도 같이 이 커플들 처럼 어울리면 안됄까? 어때요. 괜찮다면술은 제가 쑈죠..."
은미의 달콤한 유혹에 제일먼저 반기를 든건 형준이였다. 그옆에 은별은 새초롬 해져서 형준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아야! 왜? "
눈치없는 형준이 은별을 나무랬다.
"하하하 왜는... 그냥 오랜만에 조용히 차나 마시면서 이야기 하지 술은..... 아함~ 피곤하다."
은별은 일부러 피곤하다면서 하품까지 해보였다. 하지만 몇일째 일을 하느라 술이 고팠던 눈치없는 형준은 은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그래? 그럼 넌 얌전히 있어. 술은 나하고 수연씨랑 주엽이랑 마실께...."
은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와 과일안주 마른 안주를 준비해 빠르게 내놓았다. 수연은 왠지 내키지 않았지만, 그들과 조금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다.
"괜찮아? "
"네? 뭐가요?"
"피곤해 보인다. 너.."
주엽이 다정하게 그녀의 앞머릴 쓸어 올려 주었다. 그의 행동에 수연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난 주엽씨가 더 피곤해 보이는데..... "
그녀의 말에 기쁘다는듯 그가 그녀의 손을(아까전부터 꼬옥 잡고 있음) 더 세게 잡아주었다. 그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자 손들 놓으시고, 임마 수연씨 손 짓무르겠다. 좀 놓고 술이나 마셔.. 자~ 건배"
형준은 수연과 주엽에게 술을 따라 주며, 두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태클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더 닭살은 은별에게 (술도 안먹고, 사이다만 마시는 은별) 과일을 하나씩 콕콕 집어 주는 형준이였다.
"형이나 그만해 은별씬 손없나? 일일이 안주 집어 주게...ㅎㅎㅎㅎㅎ"
여섯명은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행복한 이야기에 시간이 가는 줄몰랐다. 다만 주엽을 계속 주시하는 주엽이 수연에게 하는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은미만이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였다.
"잠깐만,,,"
주엽이 아직까지 꼬옥 잡고 있던 수연의 손을 놓으며, 귓속말로 뭐라 그러곤 나가 버린다. 그런 둘의 행동에 은미는 질투심으로 자신의 손톱을 세웠다. 은미는 술이 떨어 졌다며 밖으로 나와 조금전 나와 두리번 거리며 주엽을 찾았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은미는 주엽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가 막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뺏어 들곤 자신의 입속으로 담배연기를 빨아 들였다. 그런 은미의 모습에 주엽은 인상을 그었다.
"뭐하는 거야!"
"기분 나빴어요? 그럼 이건 어때요?"
주엽이 피할 새도 없이 은미는 담배연기를 머금은 입술을 그에게 막무가네로 부벼 왔다. 주엽은 은미의 당돌한 행동에 화가나서 그녀를 밀어 버렸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으로 그녀가 쓰려졌다.
"하하하 그렇게 화낼 필요 없잖아요. 서로 좋자고 하는 건데....."
그녀는 나머지 담배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담배연기를 하늘로 날려 보냈다. 주엽은 미친듯 웃어 버리는 은미를 내버려 둔채 카페안으로 들어가 곧장 화장실로 갔다. 그리곤 여우 은미의 흔적을 지우려는듯 세수를 했다. 수연의 말대로 초최한 모습의 그가 거울속에 비춰졌다.
주엽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연의 손을 다시 꼭 잡았다. 그리곤 수연이 피곤할 꺼란 말만 남긴채 은미와 부닥치기 싫어 밖으로 나왔다. 밖을 나왔을때 은미를 볼까 거겅했던 주엽은 오히려 카페밖엔 은미는 보이지 않아 안도했다.
"왜? 무슨일 있어요? 아님 아파요 어디?"
수연이 다정하게 그를 걱정하며 물어 오자 그는 이내 밝은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꼬옥 끌어 안아주었다.
"아니야. 오히려 너랑 편하게 자고 싶을 뿐이다... "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와 자고 싶다는 말을 한다. 그녀는 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그의 가슴을 때려 주었다.
"뭐야? 또 혼자 이상한 상상 한거야? 난 방두개 달린 호텔방에서 넌 안쪽에 난 바깥 쪽 침대에서 잠을 자잔 거였는데.... 혹시.... 너 이상한 생각하고 대전에 온거 아니쥐...... ^^;;;"
주엽은 은근히 수연을 놀리며, 그녀가 당황해 하는걸 즐기려 했다.
"마 말도 안돼요!!!!!!! 차라리 따로 따로 방을 잡아야지 그게 뭐에요..!! 난 은별이랑 잘거란 말이에요."
얼굴을 불히며화를 내는 귀여운 그녀.. 주엽은 그래도 계속 그녀를 약올렸다.
"그래? 그런데 은별이도 그렇게 생각할까? 내 생각엔 두 사람은 더 오붓하게 보낼것 같은데 말이야.."
주엽의 말에 수연은 약간 걱정을 하며 은별의 임신 소식을 알려주었다.
"진짜? 우와 형준이 자식 좋겠네... 아니다 아마 애달아 죽겠다. 하하하하"
주엽은 두사람이 하룻밤 묵을 호텔이 가까이 보이자 그녀의 손을 더 꼭 잡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갔다. 호텔 입구에 유럽풍 풍차가 그들을 환하게 피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