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미국계 ㅎ레스토랑. 대학 졸업을 앞둔 노아무개(21·여)씨는 최근 개점한 이곳의 종업원이 되려고 3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일인데, 복장이 좀 색다르다. 가슴이 슬쩍 드러나는 민소매 옷에 진홍색 핫팬츠가 유니폼이다. 대신 주 5일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월 200만원을 받는다. 시급으로 일하면, 최저임금의 세 배쯤인 시간당 1만원을 받기도 한다. 노씨는 “여름이면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출이라 신경 쓰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레스토랑·호프집…민소매에 핫팬츠 입고 서비스
월수 200만원 경쟁 치열…“재미” “몸 상품화” 엇갈려
‘노출’을 테마로 한 음식점·호프집 등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면서, 20대 여성들의 ‘노출’이 시급 1만원에 팔리고 있다. ㅎ레스토랑 말고도, 호프집 체인 ㅂ과 또다른 ㅂ 등 7∼8개 업체의 점포 60여곳에서 어깨와 가슴선,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 종업원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성 직장인인 정아무개(34)씨는 “일행들과 일반 호프집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홀 전체를 통틀어 여자 손님은 나 혼자였다”며 “허리를 굽혀 가슴을 드러낸 채 주문을 받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업소들은 아무나 채용하지 않는다. 수도권에 체인점 18곳을 둔 ㅂ호프집은 나이 20∼27살, 키 160㎝ 이상의 여성을 가려 뽑고 있다. 다른 업체들 역시 지원서류에 키와 몸무게를 밝히도록 요구하거나, 사진이 없는 지원서는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업원들은 대학생이 주류를 이룬다. 시간당 8천~1만원인 급여는, 시간당 3천원대인 편의점이나 4천원대인 일반 호프집에 견줘 훨씬 높다. 대학원에서 무용을 전공하며 ㅎ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7)씨는 “재미와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사람한테 맞는 일”이라며 “나이 들어서도 매니저로 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업체에선 오래 일하기 어렵다. ㅂ호프 체인업체에서 일하는 권아무개 대리는 “손님들이 종업원들의 얼굴을 식상해하는 느낌이 들면 사람을 바꿔준다”며 “임시직 개념이어서 평균 대여섯달씩 일한다”고 말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몸의 상품화를 제어할 수 있는 다른 대안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