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라, 즐겨라, 그리고 찾아라!
21세기 나홀로 여행 책을 받고 첫 장을 여는 순간 참 많은 감동을 받았다.
"21세기 열리지 아직 않은 수많은 자아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낯선 타국으로 나홀로 여행을 떠나 나만의 언어로 꿈을 꾸어 오세요"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단문의 편지는 수업을 시작하는 나에게 감동과 설레임을 안겨다 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솔직히 교재에 대한 소감을 쓰는 것이 시험문제라는 것을 알고 적잖이 당황했다. 생각외로 영어도 많이 사용되었고 논리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가 있어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어서 교재를 읽고 토론을 할 때도 생각을 많이 하고 책도 여러 번 읽었었는데 시험문제로 교재에 대한 소감을 쓰라는 것이 나왔을 때는 정말 많이 당황이 되었다.
"21세기 나홀로 여행"
무엇보다도 21세기라는 단어가 참 낯설고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한 세기에서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21세기는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말이 21세기지 정작 21세기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적응하지도 못하며 20세기와 21세기의 과도기 안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나와 우리의 실정일 것이다.
21세기를 환호하고 반기면서도 정작 적응을 하지 못하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실상이다. 그래서 굳이 교수님은 21세기 나홀로 여행이라는 테마를 정하신 것은 아닐까?
책은 1일째 여행에서부터 6일째 여행까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의 챕터(1일째,2일째,3일째 등)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며 또 그 주제를 몇 부분으로 나누어 짤막짤막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셨다.
"여행학"이라고 해서 여행에 관련된 것만 실어 놓으셨을 줄 알았는데 (예를 들어 여행에 종류, 여행 방법,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 등) 예상외로 자아와 관련된 여행, 시간을 벗기는 여행, 생각을 바꾸는 여행 등 여행을 함에 있어서, 아니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그렇지만 너무 막연해 이렇다하게 정의 내릴 수도, 어디서 자문을 구할 수도 없는 내용을 여행과 관련지어 설명하여 주신 교수님의 센스에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장 한장 읽으면서 느낀점은 여행에 관련된 내용이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여행 자체에 대한 내용은 많이 배제된 체 자아를 찾기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서의 여행이 설명되어 있었고 여행자체를 설명해 놓은 부분은 얼마 없었다. 이점이 조금 아쉬웠다.
여행에 대해 깊게 알아보고 싶었는데 "순수여행" 이라기보다 무엇과 관련되어 있는 여행이 많이 적혀 있어서 이참에 여행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고 제대로된 여행을 떠나보고자 했던 결심이 조금 흔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쉬어가는 코너에 소개되는 재미있는 사례들이 지루할 수 있는 책을 조금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책에 대해 전반적인 얘기를 하기전에 특히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감동을 받았던 3일째 여행과 6일째 여행에 대해 조금 얘기하고자 한다.
"자아를 찾아 돌아오는 여행" , "생각을 바꾸는 나홀로 여행"
3일째여행은 제목 그 자체가 무언가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아를 찾는 여행이 아닌 자아를 찾아 돌아오는 여행, 찾아서 되돌아오는 여행.
막연히 3일째 챕터를 읽다가 번뜩하는 생각에 다시 한번 제목을 봤던 기억이 난다.
자아를 찾는 여행이 아니라 찾아서 돌아오는 여행이라...
남들은 그게 그거다 할 수도 있고 교수님께서도 별다른 의미 없이 적으신 문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매우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자아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과 찾아서 돌아오는 여행은 뉘앙스나 느낌자체가 매우 달랐다. 비단 나의 생각일지는 모르나 자아를 찾으러 가는 여행은 찾는 것 자체에 중심을 둔다. 하지만 찾아 돌아오는 여행은 그것을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에 중심을 둔 여행이라 생각을 한다.
다시 말해 자아를 찾는 것이 아닌 찾아 돌아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여행 중 찾은 그 자아를 잃어버리지 말고 더더욱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 시발점으로 돈을 벌면 무작정 떠나기, 그냥 떠나기 가 있었다.
나는 여행 한번 가려고 하면 "돈이 없어서 못 가는데.. 엄마아빠한테 뭐라고 말하지?" 하고 무조건 의지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스스로의 여행이 아닌 부모님에 의한 여행을 하고있는 것이다.
이런 나에게 "여행은 돈을 버는 마지막 이유" 라며 책에서 정확하게 꼬집어주신 내용은 지극히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삶은 살았던 내가 눈을 뜨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또 마치 책은 그 동안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체 몸만 따라갔던 여행을 버리고 스스로가 준비하고 스스로 다녀오는 나 홀로 여행을 해보라고 재촉하는 듯 했다.
아마 책을 읽고 반성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번에 다녀왔던 나홀로 여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나 홀로 여행을 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와서 교수님께 고해성사 할 것이 있는데 수업을 듣고. 교재를 읽기 전에 나는 여행이라 하면 여행사가 주관한 패키지 상품에 따라 하거나(해외여행 같은 경우) 자동차를 타고 떠나며 호텔에서 잠을 자거나 멋진 곳에서 밥을 먹는 사치스러운 여행을 생각했었다. 그리고 주로 그런 여행을 선호했고 해왔다.
부모님께서는 아직 어리니까 편하고 기억에 많이 남을 여행을 위해 그러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아직 어린 나는 너무 그런 것에만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힘이 들고 걷는 여행을 하게되면 짜증부터 냈었다.
또한 낯선 곳으로 나를 섞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거부했었다. 조금이라도 환경이 바뀌거나 낯설다 싶은 곳으로 가면 어리광이 더해져 부모님과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예전에 싱가폴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호텔밖에 잠시 나갔다 와야 할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워 주무시고 계시는 부모님을 마구잡이로 흔들어 깨워서 같이 갔다 온 적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가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3일째 여행을 읽으면서 버리며 성장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 가지고 있는 것에 많은 집착을 하지 않게 되었고, 또 적당히 버릴 줄도 알고 남에게 나를 섞을줄도 알게되었다.
아직은 직접 실천을 해보지 않아 100%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반성을 하고 깨달은 것만으로도 예전의 나를 볼 때 무궁한 발전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3일째 여행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버려라, 즐겨라, 그리고 찾아라"
집착을 버려라. 하고싶은 것을 즐겨라. 그리고 나를 찾아라.
호화스러운 여행만을 추구하던 나를 버리고 진짜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무전여행을 즐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나를 찾고 싶어졌다.
3일째 여행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인생의 지침서였다.
또한 우물 안에서 탈출하자는 6일째 여행...
6일째 여행은 짧지만 깊은 감흥을 주었다.
많은 꽃들 중에 진정한 나의 꽃을 찾기. 즉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흥미로웠던 점은 왕따를 즐기라 하셨던 점이다.
나는 공강시간에 혹시라도 밥을 혼자 먹게 되면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 얼른얼른 먹고 나가는데 되려 그런 것을 즐기라는 교수님에 말씀이 색달랐다.
대중에서 벗어나 왕따를 즐길 수 있을 만큼 베짱이 커진다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나의 브랜드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책은 1일째 여행에서부터 6일째 여행까지 어느 한군데도 빠짐없이 충분히 나를 감동시켰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나홀로 여행담을 몇 개 실어 있어서 더욱더 흥미있는 책이 되었다.
21세기 나홀로 여행.
이 책은 많은 것을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자아를 찾고,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들며, 홀로 여행을 해봄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며, 멋진 나만의 향을 피움으로써 나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수도 없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최고의 책이었다.
이제는 정말. 여행을 떠나봐야 할 시기인 것 같다.